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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장례문화
바다 위의 장례문화
  • 해사신문
  • 승인 2012.07.0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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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트로이에는 고대의 영웅들이 광활한 평원에서 펼치는 전투장면과 또 그에 어울리는 여러 명대사가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 아킬레스가 죽어 바닷가에서 화장(火葬)되는 장면이다. 지중해 연안의 패권을 노리고 싸웠던 용사들의 죽음에는 언제나 저승 가는 노잣돈으로 사자(死者)의 두 눈 위에 금화를 하나씩 두 개를 올려놓는다. 전장이었다는 특성상 시신을 곱게 안장할 상황이 아니기도 했겠지만, 그들에게는 우리처럼 봉분을 만들고 곱게 안장하지는 않았다.

서양의 장례문화와 동양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동양이라고 해서 모두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많이 폐쇄적이다. 문상하는 것도 정해주는 시간에 한해서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친족이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기도 쉽지 않다. 문상을 할 때는 곱게 화장한 시신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게 하고 심지어 만질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뼈를 화장하고 가루를 만들지만, 일본은 화장 후에도 유골을 가루로 만들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간추려 항아리에 담아 무덤에 안치한다. 일본인들이 장례기간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바로 향불과 촛불이다. 망자는 향불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고, 촛불은 그 가는 길을 밝혀 준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장례기간 중에는 향불과 촛불을 소중하게 관리한다.

중국도 장례문화는 독특하다. 대다수가 매장을 선호한다. “메이유첸 쓰부치(沒有錢 死不起)”라고 해서 돈이 없으면 죽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묘지의 값도 비싸고 매장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일 년에 600만 명이 사망한다고 하니까 아무 곳에나 묘지를 만들어서는 곤란한 국가적 차원의 규제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역시 중국도 사자(死者)를 위해 저승길 노잣돈을 주는데, 종이로 만든 인쇄물이다. 천국은행에서 발행했다고 되어 있는 지전(紙錢)을 시체가 운구되는 동안 앞장선 길잡이가 뿌리며 장지까지 행렬을 이어간다. 또 그들은 봉분을 만들기는 하지만 떼를 입히지 않아서 쉽게 봉분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우리와 좀 다른 행태다.

장례문화에 대해서는 인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덤으로 소개해 본다. 인도인들은 죽음 자체를 사람이 살아온 긴 여정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죽음이라는 인도의 단어 ‘목샤’라는 말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매장 없이 화장을 한다. 죽은 지 3시간 안에 화장해야 하는 게 일반적 관습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시신의 부패 때문에 생기는 전염병을 염려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죽기 전에 살아생전의 죄를 용서받는 의식을 한다거나 다른 준비를 해 둔다고 한다. 숨을 거두고 죽기 전에 이미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는 죽은 지 3시간 안에 불에 태우는 행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시신을 태운 뼛가루를 가까운 강물에 뿌린다. 그것은 육신이 온전히 자연으로 돌아가고 언제가 다시 태어나는 윤회를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도 만만치 않다. 염(殮)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마치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죽이는 게 아닌가 싶게 심하게 광목 끈으로 시신을 묶는다. 살아있다면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이 사고로 죽은 경우는 그래도 조금 덜하다. 나이가 들어 체중도 많이 나가지 않는 왜소한 체구의 할머니 같은 경우는 마치 나무토막을 꽁꽁 싸매는 것 같은 흉측한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입관이 끝나고 매장을 하는 순간은 어느 정도 경건할 수도 있지만, 매장이 아닌 화장의 경우는 더더욱 끔찍하다. 혹자는 지옥불이 연상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죽은 자를 두 번 죽인다는 탄식도 한다. 그만큼 화장하는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망자의 시신을 훼손하는 잔인한 행동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매장은 그 이후에도 또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 비록 화장이 다소 끔찍하고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때 한 번뿐이다. 물론, 화장을 한 후에 다시 봉분을 만들어 묘지를 만들어 준다면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화장한 뼛가루를 바다에 뿌린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른바 바다장(葬)이다.

바다장은 2005년 화장 비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음성적으로 널리 시행됐다. 지난해 인천 연안에서만 900여 회의 바다장이 행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국적인 통계를 낸다면 더 많이 행해진다고 보인다. 지금까지는 음성적이었다. 실제로 정확한 규정이 없었음에도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뜬소문까지 돌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바다장도 하나의 장례문화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국토해양부는 바다에 유골을 뿌려도 해양환경관리법상 해양투기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했다.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게 현대인들의 간편한 생활방식에서 출발하였다고 하지만, 바다를 업으로 살아왔던 해양인들은 바다장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그들에게 바다처럼 아련하고 애정을 품을 곳이 또 있을까? 바다장, 한 번쯤 고려해 볼만한 장례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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