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통행료 없다" 선 그었지만 이란은 독자 관리 강행…국제 해운업계 긴장 지속
미국과 이란의 휴전 이후 한때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는 어떠한 통행료도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반면, 이란은 오만의 협조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해협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국제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다소 완화됐지만, 통항 규제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새로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 체계 구축에 협력하지 않더라도 이란이 독자적으로 이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란이 지정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통항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오만 측이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양국 전문가들이 수일 내 관련 기술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자국 지정 항로 이용해야"…MOU 해석 놓고 미·이란 충돌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양국이 체결한 MOU 제5조에는 이란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권한이 사실상 자국에 부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60일간 진행 중인 미국과의 후속 협상이 종료되면 통항 선박에 대해 항로 관리와 안전 서비스를 명목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란은 미국이 사실상 지지하고 있는 오만 연안 항로 대신 자국이 지정하는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제관습법과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이 자유롭게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MOU 해석 차이는 휴전 직후 양국 간 군사 충돌이 재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오만은 "통행료 없다"…연안국 입장도 엇갈려
이란의 주장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의 또 다른 연안국인 오만은 통행료 부과에 선을 긋고 있다.
오만 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는 어떠한 통행료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으로 접하고 있는 두 연안국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향후 이란과 오만 간 기술협의 결과에 따라 실제 항로 운영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국제법상 통과통항권을 제한하거나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항로를 지정하는 것은 상당한 국제적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선사도 긴장…통행료 현실화 여부 촉각
국내 해운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됐던 우리 선박 대부분이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긴장은 다소 완화됐지만, 통행료 부과나 지정 항로 강제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원유 수입선과 중동항로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다.
업계에서는 군사적 충돌 위험보다 앞으로는 통항 규제와 추가 비용 부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이 실제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느냐보다 이를 국제사회가 인정할 것이냐는 점"이라며 "미국과 유럽,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국제 해운시장 혼란의 수준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