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시민사회 "항만공사 통합은 설립 취지 정면 훼손"
"부산·인천·울산·광양은 각기 다른 국가 전략항만…행정편의적 통폐합 중단해야"
정부가 검토 중인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등 4대 항만공사 통합 논의에 대해 인천지역 시민사회도 강력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항만도시 전역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과 광양에 이어 인천에서도 "항만공사 통합은 국가 물류 경쟁력과 지역 균형발전을 훼손하는 발상"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항만공사는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물류, 고용, 수출입 경쟁력, 도시 발전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기관"이라며 "항만별 특성과 광역권 산업구조를 무시한 획일적 통합은 항만공사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항만공사 제도 자체가 중앙정부 중심의 경직된 항만행정에서 벗어나 항만별 특성과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항만공사는 애초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 책임경영,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며 "여러 항만공사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려는 것은 항만공사 제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은 환적항, 인천은 대중국 관문…모두 다르다"
인천지역은 특히 각 항만의 기능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명은 부산항을 세계 주요 항만과 경쟁하는 글로벌 환적허브이자 동남권 제조업 수출 관문으로 규정했다.
인천항은 수도권 소비·산업 물류와 대중국 교역, 국제여객·크루즈 기능을 수행하는 환황해권 관문항이며, 울산항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액체화물·석유화학 특화항,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벌크화물 중심의 국가 기간산업 물류 거점이라는 설명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각 항만은 서로 다른 산업 생태계와 고객군, 물류 체계를 갖고 있다"며 "단지 '항만공사'라는 이름만 같다는 이유로 하나의 조직으로 묶겠다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효율화 명분 앞세운 통합은 위험한 실험"
정부가 내세우는 공공기관 효율화 논리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인천지역은 "인사·회계·전산·교육·연구개발 등 일부 지원 기능의 공동 운영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효율화의 답이 반드시 법인 통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동 전산 플랫폼, 공동 구매, 공동 교육, 공동 해외사업 추진 등은 별도 법인 통합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진정한 효율화는 지역성과 전문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책임경영을 유지하면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합 이후에는 투자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서 지역 항만의 특수성이 배제되고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명은 "법인 통합이 이뤄지면 독립채산제와 책임경영 원칙이 약화되고 지역 수요가 중앙 의사결정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지역 산업과 물류 현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광양 이어 인천까지…전국 항만도시 공동전선 형성
이번 인천지역 반대 성명은 최근 부산과 광양에서 잇따라 제기된 통합 반대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부산에서는 시민단체와 학계, 항만업계가 "부산항만공사 통합은 해양수도 부산 전략을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광양에서는 박성현 광양시장 당선인이 "광양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국가 물류정책의 실패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해운·항만업계에서는 항만공사 통합 논의가 단순한 공공기관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국가 항만정책의 방향성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충돌하는 사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인천·울산·광양 모두 각기 다른 산업과 물류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전략항만"이라며 "항만도시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통합을 강행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