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방산 업체로부터 ‘방사청 알선’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사건이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KDDX를 둘러싼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변호사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왕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와 관련해 청탁을 받거나 알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변호사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이를 전제로 한 범죄수익은닉 혐의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왕 전 청장이 방사청장 퇴직 이후 한 세무법인 재직 시기, 특정 IT 업체로부터 KDDX 및 전구합동화력운용체계(JFOS-K) 사업과 관련해 방사청 연결·알선 대가로 1억1800만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또 해당 업체가 소유한 비상장법인 주식을 저가에 타인 명의로 매수해 76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봤다.
KDDX는 6000톤급 한국형 구축함 6척을 전력화하는 대형 국책 사업으로, 사업비가 약 7조8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 선정과 설계·건조 단계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은 민감한 쟁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경찰은 왕 전 청장이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조선사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꿨다는 취지의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해 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규정 개정 과정에서 위법·부당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해당 부분은 ‘혐의없음’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항소가 KDDX 자체의 사업자 선정 결론을 직접 뒤집는 성격이라기보다, ‘퇴직 후 알선’ 의혹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다시 다퉈지는 절차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사업 규모가 큰 KDDX의 특성상, 관련 사건의 법적 공방이 이어질수록 사업 추진의 대외 신뢰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함께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