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운·조선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머천트 마린 동맹 파트너십 법안(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이 미 하원에서 발의됐다. 하와이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에드 케이스와 괌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짐 모일런은 지난 8월 1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제출하며, 현행 존스법(Jones Act)의 구조적 허점을 보완하고 한국·일본 등 해양 역량이 검증된 동맹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에 투입되는 선박이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선적·소유이며, 미국인 또는 영주권자가 승무원인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산업 경쟁력 약화, 비연속 지역의 독과점 구조, 운임 상승 등 부작용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스 의원은 일부 존스법 적용 선박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조선소에서 LNG 엔진 전환 등 대규모 개조를 진행하고도 ‘수리’로 분류해 50% 수입관세를 회피하는 사례를 지적했다. 하와이–미 본토를 오가는 일부 선박이 COSCO 난퉁 조선소 등에서 전체 선체 개조를 진행한 사실이 AIS 데이터, 기업 보고서, 미 해안경비대 자료, 사진 등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하며,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미국 조선·수리 산업을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운항 중인 존스법 적용 선박은 전국적으로 100척 미만이며, 상당수가 노후화 또는 특수선에 해당해 비연속 지역은 독점적인 해상운송 구조와 높은 운송료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발의된 법안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수행한 주요 개조 작업에 한해 50% 수입관세를 면제하고, 한국과 일본 등에서 건조된 선박이 제한적으로 미국 연안무역(coastwise trade)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존스법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동맹국 기업이 일정한 안보 요건을 충족하면 외국 건조·외국 승무원 선박으로도 미국 연안 운항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모일런 의원은 이번 법안이 “중국의 이익이 되는 허점을 차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 역량을 재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에는 미국 연안무역 선박 건조 시장 진입, LNG 전환 및 친환경 개조 프로젝트 수주, 장기 공급계약 체결 등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선사들의 개조 물량이 중국에서 한국 조선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고, 한·미 해양안보 협력이 제도적으로 강화되면 군수지원선, 특수선 분야에서도 10~20년 규모의 장기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 다만 일본 역시 수혜 대상이어서 한·일 간 미국 시장 수주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법안은 미국 해운·조선 정책을 ‘자국 단독 생산·운영’에서 ‘동맹국과의 전략적 분업’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인 하와이와 연계해 안정적인 해상 수송망을 확보하고,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해 노후화된 연안무역 선대를 현대화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연안무역에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한·미 해양안보 파트너십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