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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난 KDDX '공동 건조' 궁여지책…"그러다 산으로 간 배 많아"
싸움난 KDDX '공동 건조' 궁여지책…"그러다 산으로 간 배 많아"
  • 조선산업팀
  • 승인 2024.09.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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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제공)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자 선정 절차가 표류하자 궁여지책으로 꺼낸 카드인데, 공동 개발·동시 건조 방식은 사업 전반에 미치는 리스크가 높아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KDDX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새로운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법적 가능성, 방산업체 지정과의 연계가 있어서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방사청이 '공동 개발·동시 건조' 카드를 꺼낸 것은 두 달 넘게 미뤄지고 있는 KDDX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당초 지난 7월 예정됐었지만, KDDX 비리 의혹 수사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간 신경전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면 출구가 생길 것이란 관측도 요원하다. 검찰이 최근 KDDX 입찰 비리 의혹을 받는 왕정홍 전 방사청장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해 경찰 수사 종결 시점이 늦춰지게 된 데다, 한화오션이 추가로 고발한 의혹(HD현대중공업 임원의 군사기밀 유출 개입 여부) 수사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제는 '공동 개발·동시 건조' 방식은 군함의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6척을 만드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적시 전력화가 아닌 역으로 '안보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방사청은 2006년 개청 이래 18건의 함정 사업을 모두 기본설계 업체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맡겨왔다. 이는 1995년 진행한 한국형 구축함 2단계(KDX II) 사업의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서로 다른 조선사에 맡겼다가 결함이 생겼던 전례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달 7일(현지시각) 천자봉함(앞쪽), 충무공이순신함(가운데), 율곡이이함(뒤쪽)이 환태평양훈련 참가 차 하와이로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4.7.9/뉴스1
지난달 7일(현지시각) 천자봉함(앞쪽), 충무공이순신함(가운데), 율곡이이함(뒤쪽)이 환태평양훈련 참가 차 하와이로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4.7.9/뉴스1

 



KDX II의 개념설계는 해군(1995년)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1996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1999년)이 각각 진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도함인 1호(충무공이순신함)과 3호(대조영함) 5호(강감찬함)를, HD현대중공업은 2호(문무대왕함)와 4호(왕건함) 6호(최영함)를 건조했다.

두 조선소가 공동 개발·동시 건조를 진행한 셈인데, 기술 결함으로 잡음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함인 충무공이순신함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중방사소음(URN)이 발생한 탓이다. 수중방사소음은 함정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기능이다. 결국 충무공이순신함은 2003년 12월 수중방사소음을 개선하겠다는 조건을 달고 인도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충무공이순신함 외에도 두 조선소가 공동 개발로 건조한 AGX-I(신세기함)도 수중방사소음 결함이 드러나 개선조건부로 해군에 인도됐다. 기술 결함이 반복되자 2004년 KDX-III(세종대왕함)과 2006년 FFX-I(인천함) 사업에선 선도함 건조 계약 단계에서 벌과금 부과, 관측창설치, URN 조기 측정 등이 신설됐다.

공동 개발·동시 건조 방식이 실패한 사례는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280억 달러(약 33조 원)를 들여 3000톤급 연안전투함(LCS)을 건조하는 사업이었는데, 당시 사업자 선정을 두고 경쟁이 과열되자 미 해군은 경합하던 두 업체를 모두 선정했다. '두 조선소를 통해 2가지 형태의 LCS를 모두 개발해 운영해 보자'는 발상에서였다.

이에 프리덤함(LCS-1)과 인디펜던스함(LCS-2) 두 모델이 개발됐지만 상호 운영성과 작전 효율성에서 문제가 생겼고, 2008년 취역한 LCS 1번함은 불과 13년 만인 2021년 조기 퇴역했다. 통상 군함 선령이 30년인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조치였다. 결국 미국은 최초 계획했던 건조 척수를 52척에서 32척으로 대폭 줄였고, 운영 기간도 단축했다.

기술 결함이나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서로 다른 업체에서 하면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규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과거 실패 사례를 볼 때 (공동 설계·동시 건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 측은 "KDDX 공동 개발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거나 검토된 것이 없다"면서도 "KDDX를 포함한 모든 함정 연구개발은 지금까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했고 책임을 지도록 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화오션 측은 "방사청으로부터 제안받은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1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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