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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공적인 해상개발의 필수조건인 해상교통안전진단제도
기고/ 성공적인 해상개발의 필수조건인 해상교통안전진단제도
  • 해사신문
  • 승인 2021.11.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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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해양수산청 선원해사안전과장 윤두한

 

몇 해 전 일이다. 모 항만당국이 주최한 국제회의에 참석 후, 회의를 개최한 항만당국의 건설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항만건설 현장에는 대규모 항만과 교량이 건설 중이었으며, 항만건설 공정을 담당했던 현장책임자는 일상의 건설 현장의 브리핑에서와 같이 당해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 2~3년에 불과했음에도 상당히 빠르게 건설공사 진척이 진행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브리핑에 참석자들의 상당수가 빠른 항만 건설속도에 놀라워하고 있던 그때, 참석자 중 한 분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그 분의 질문은 대략 이러하였던 걸로 기억된다. “이 정도 대규모 해양 개발 프로젝트가 수행되려면 인근 해상교통량이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전 영향평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동 질문에 대해 당시 현장책임자의 당황스러워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아마도 그 당시 현장의 항만건설 책임자가 답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까지만 해도 각국의 대형컨테이너 선박의 기항 유치를 위한 항만당국 간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여서 어느 항만이 더 크고 빠르게 건설되는가에 주 관심이 있었고, 항만건설로 인한 해상교통안전평가나 환경에 대한 평가를 체계적으로 도입․시행하는 나라가 흔치 않던 시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화와 각국의 생산 분업화에 따른 교역량 급증과  탄소중립화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 확대로  대규모 해상(또는 인근 연안)의 개발 프로젝트는 증가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해상 프로젝트가 선박의 항행 안전에 미치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평가할 필요성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및 일본 등 해양 선진국들은 해상개발 시 유발되는 해상교통량의 위해요소에 대한 평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항만 및 수로 안전 프로그램 PAWSA(Ports And Waterway Safety Assessment)은 미국연방규정(CFR) 제33편 Subchapter P(Part 160∼Part 169)에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의 주요   수로의 위험 요소 식별, 위험 수준 예측 및 추정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PMS Code(Port Maritime Safety Code)에서 항만위험 평가 및 적절한 안전관리 체계를 명기한 바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항만법에서 항만안전성 평가는 항만의 질서 있는 운영 및 항로 개발․보전을 위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해상 교통환경 평가, 계류 안전성 평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대규모 해상개발에 따른 해상교통량의 위해요소에 대한 사전평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행 해상교통안전진단제도(해사안전법)는 해상교통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부두개발 등 해양개발사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선박 항행안전 위험요인을 조사‧측정하고 평가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 ‘허베이스프리트호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이후,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상교통안전진단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해사안전법상 대상시설*에 대한 해상교통 현황조사, 해상교통 현황측정, 해상교통 시스템 적정성 평가 및 해상교통 안전대책 등 이다. 그리고 안전진단 시기는 안전진단대상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해양의 이용 또는 보존과 관련된 관계 법령에 따른 허가ㆍ인가ㆍ승인ㆍ신고 등을 받기 이전이다.

* 해상교통안전진단 대상사업: 항로·정박지 지정, 선박통항 금지·제한수역 설정, 교량·터널·케이블 등 시설물 건설, 항만·부두 개발 등

해상교통안전진단의 업무 프로세스는 먼저 사업자가「해사안전법」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진단 대행업자 선정 및 계약하고 안전진단 대행업자는 안전진단을 실시하는데 착수 회의→ 설계안 검토 및 현장 조사→진단서(안) 작성→진단서 제출→ 검토(해양수산부)→ 안전진단 종료 순으로 진행된다. 또한, 해사안전법은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안전진단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경우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직접 확인하여 처분기관에 사업자에 대한 사업중지명령 등을 요청할 수 있음을 규정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다. 

해양 선진국에서 해상교통 안전진단을 시행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형화되고 있는 해양사고의 발생 위험률 감소, 둘째, 선박 안전성 및 수역 이용도를 고려한 설계로 항만의 효율성 극대화, 셋째,  항만 등 시설이나 구조물 설계 시 선박의 안전에 대한 사전적 고려, 마지막으로 행정절차 사전 예측 및 이해관계자와의 사전협의 등을  통한 원활한 사업 진행 도모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세계 주요 해양 국가들의 해상안전진단제도와 관련한 해양선진국들의 인식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항만건설 현장 책임자의 사례와 같이 종전에 해상건설 사업의 역점이 보다 신속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에 있었다면, 이제는 해양교통안전진단을 통해 사전에 대규모 해상개발에 따르는 교통영향 평가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쪼록 해상교통안전제도의 정착과 효율적 운영으로 해양사고 예방은 물론 대규모 해상 사업의 지연이나 취소에 따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자원낭비가 예방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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