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HP 선박 외국기업에 관리 넘기면 국내업계 고사
국내 대표적인 해운선사 중 하나인 '팬오션'이 자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선박에 대한 선박관리를 해외기업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선박관리업계가 크게 반발하며 결사적으로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선박관리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BBCHP(국적취득부 나용선) 6척에 대한 선박관리를 해외의 선박관리기업에게 맡기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팬오션에서도 구체적인 척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국내 선박관리업계에서는 척수와 선종, 해외관리기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국적선박인 BBCHP 선박에 대한 관리를 해외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박관리업계는 분노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선박관리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특)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서면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특별결의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관리산업에 대한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번 팬오션의 결정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팬오션이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에 결사반대 투쟁집회 등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현재 이 사안이 긴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박관리산업계의 속도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팬오션은 이 사안에 대해 최종 보고를 마친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내려지면 정식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선박 6척 관리 해외로 넘어가면 240명 일자리 잃고, 연간 250억원 국부 유출
부산연구원이 지난 2013년 발표한 선박관리업체의 선박 1척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시 기준으로 연간 생산유발액이 30억원에 육박하고, 부가가치유발액도 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측면에서도 취업 유발인원이 40명, 고용 유발인원이 35명에 달한다.
선박관리업계 관계자는 "관리선박 1척이 해외로 넘어가면 선원 27명을 포함하여 총 40명의 일자리를 상실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우려했다. 팬오션이 산술적으로 6척을 넘길 경우에 무려 240명이 일자리를 잃고, 연간 250억원(기회비용 포함)이 넘는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관리업체가 밀집해 있는 부산지역의 경제에도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번에 BBCHP 선박의 관리가 해외로 넘어갈 경우에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선박관리가 무더기로 해외로 넘어갈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관리산업계가 사활을 걸고 막으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팬오션은 국내 선박관리기업에서 역량이 다소 떨어지는 분야인 '탱커'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선박관리업계에서는 탱커에 대한 선박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상 국내 탱커선 대부분이 국내 선박관리기업이 문제 없이 맡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팬오션의 주장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선박관리산업계의 지적이다.
◆ 공정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팬오션 "공정에 문제 없다" 주장
아울러, 팬오션의 이번 선박관리사 선정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팬오션의 선박관리 자회사인 포스에스엠이 선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정위가 이를 제재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공정위의 입김이 작용을 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종합점수가 높은 기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정위는 국내외 해운선사에 해운담합 혐의로 과징금 부과를 추진 중이다.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해운선사에서는 엄청난 중압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정위의 압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오션을 인수한 하림에 최근 공정위가 제재를 가하면서 하림 측으로서는 압박감이 보다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말에 하림 소속 계열회사들이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올품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총 48억88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림 소유주 일가와 관련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배경이 있는 가운데 이번 선박관리사 선정으로 팬오션은 물론 하림이 공정위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도 선박관리산업계 입장에서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부처 중 하나인 공정위가 선박관리를 해외기업에 맡기도록 입김을 작용했겠느냐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지적이 있어도 팬오션이 선박관리를 국내에 맡길 의지만 있어도 이런 사태가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팬오션이 이번에 선박관리를 해외로 넘길 경우에 선박관리산업계는 물론이고, 선원계도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선원계에서는 팬오션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이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수부가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