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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로 떠나는 오사카 여행
크루즈로 떠나는 오사카 여행
  • 윤보라
  • 승인 2005.12.02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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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쿄까지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틀에 박힌 일본 여행 대신 고품격 크루즈를 타고 밤바다의 낭만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부산-오사카 카페리 서비스와 부산 연안 주말 크루즈를 운영하고 있는 여객선사 (주)팬스타라인닷컴(대표 김현경)이 이번 달 1일부터 카페리에 정통 크루즈 요소를 가미한 ‘팬스타 크루즈 페리’를 선보였다. 기존 카페리 서비스의 인식을 180도 바꿔 놓은 크루즈 페리를 타고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로 떠나보자.

찬바람이 제법 매서워진 지난달 27일 일요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들과 여행객들로 꽉 차 있었다. 오사카행 팬스타드림호의 승선이 시작되는 오후 3시가 되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동안 비행기 여행이나 기차 여행에 익숙하다가 길이 160m, 폭 25m, 9690톤의 배를 보자 들뜨는 표정이다.

오사카 크루즈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배에 올라타기 전부터 은은한 관현악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전문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왈츠와 함께 승선하다보면 마치 타이타닉호에 올라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배 안에 들어서면 크루즈 페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붉은 커튼과 샹들리에로 장식한 오픈 라운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라운지 맞은편에 자리 잡은 메인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도시 번화가에 있는 레스토랑 못지않다. 선박 내부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맡은 전경돈 디자인 실장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려 계단의 디자인이나 천장의 무늬, 조명 등에 특히 신경썼다”고 전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갑판 위에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빠졌다. 바닷바람이 승객들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지만 연신 신나는 표정들이다. 바다와 마주 놓인 벤치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풍경도 비행기 안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크루즈만의 매력이다.

저녁 7시부터 마련된 저녁 식사에는 랍스터와 안심 스테이크 중 선택 할 수 있다. 이 날 조리실장이 특별히 내 놓은 햄버거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인 저녁시간이 끝나자 팬스타드림호의 하이라이트인 이벤트 공연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출신 댄서들로 구성된 공연은 스포츠 댄스, 캉캉춤, 아크로바틱 댄스, 마술쇼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나이인 공연팀 중에는 방금 전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을 안내하던 웨이터, 웨이트리스들도 눈에 띈다. 최재형 팬스타라인 부산지사장은 “공연팀과 서빙팀을 구분하지 않은 게 우리 크루즈만의 특색”이라며 “무대위에서 공연을 선보인 사람들이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손님들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공연이 끝나고 배 안에는 일본 본토와 규슈를 잇는 간몬 대교를 통과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미 어두워진 갑판 위로 사진에서만 보던 간몬 대교가 지나가자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흐르고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멀리 시모노세키 항의 불빛들이 반짝이자 배 위의 밤은 한층 더 무르익었다. 선상 돔에 위치한 카페 ‘유메’에는 밤늦도록 맥주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튿날 일찌감치 눈을 뜬 승객들은 바다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일출을 보러 모여들었다. 객실에서 잠에 취한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바다가 보이는 사우나 실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며 남은 일정을 준비하기도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칠 무렵 배는 고베와 아와지섬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아카시 대교 아래를 지나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오사카 항이 멀지 않았다는 뜻.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팬스타드림호는 오사카 항에 도착했다.

‘구이다오레’라는 독특한 문화로 유명한 1400년 고도 오사카는 일본 제 2의 도시로 꼽히며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크루즈 승객용 전용 버스를 타고 곧장 야마토유 온천으로 이동해 잠시 여장을 풀었다. 하지만 오사카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오사카성. 이제 막 늦가을로 접어든 오사카의 단풍과 도쿠가와 시대의 망루가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아 이국적인 흥취는 덜할지라도 오사카에 들렀다면 꼭 한번 돌아봐야 할 필수 여행 코스가 바로 오사카성이다.

크루즈 여행의 특징은 기항지에 오래 머물지 않는 다는 점이다. 전날과 비슷하게 오후 4시 승선을 완료해 부산항으로 출발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색다른 경험이 안겨주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다. 18시간이 지나면 다시 빡빡한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2박 3일 간의 낭만적인 선상 체험이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줬다는 눈치다.

이번 달 1일부터 정식 취항한 부산-오사카 크루즈 페리가 얼마나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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