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BDI가 사상 최저치인 498p를 기록한 이후 여전히 500p대에 머물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공급과잉으로 저운임이 지속되면서 화주들은 운송비가 낮아져 이익을 보고 있으나 선사들은 운항변동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임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선박을 운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운임이 장기화되면서 화주기업의 수송담당 의사결정권자들은 원가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장기운송계약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또한 선사들도 공급과잉으로 운임 협상력이 약한 상황에서 저운임으로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할 것을 우려하여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장기운송계약은 시황변화에 따른 시장변동위험(운임변동위험 등)을 회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더구나 장기운송계약은 선사에게 안정적인 수익기반으로서 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사들의 불황극복을 위해 화주들에게 국적선사와의 장기운송계약 체결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경제성을 중요시하는 화주에게 그들의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장기운송계약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는 장기운송계약이 해운시장의 실제적 경험에 근거하는 경제적으로 합리성을 가진 운송전략으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운송계약의 경제적 합리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으나 화주의 선박확보비용 관점에서 그 타당성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위해 6개월 기간용선은 단기계약, 3년 기간용선은 장기계약으로 간주하고 15만DWT 케이프선박의 기간용선료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1992년부터 올해까지 평균적으로 장기계약이 단기계약 보다 선박확보비용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용선계약을 통한 선박확보비용이 평균적으로 3년간 2324만달러가 소요된 반면 6개월 용선계약은 2900만달러가 소요된다. 기간용선료 표준편차에 있어서도 장기계약이 단기계약보다 66% 가량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장기계약의 시장변동위험이 단기계약보다 작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시황에 따라 장기 및 단기계약의 선박확보비용에 차이가 있었다. BDI가 낮은 시기(불황인 경우)에 단기계약에 따른 선박확보비용(6개월 용선 선박확보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나, BDI가 높은 시기(호황인 경우)에 단기계약에 따른 선박확보비용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황인 경우 선박확보 비용의 장·단기 계약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호황인 경우에는 단기계약의 선박확보비용이 장기계약의 경우보다 확연히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단기계약에 비해 장기계약을 통한 선박확보비용이 낮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는 장기계약이 화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장기계약이 변동성도 작기 때문에 시장변동위험도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불황기에 단기계약을 통해 화주들이 선박확보비용을 낮추고자하는 경제적 유인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황에 따른 선박해체, 발주감소 등을 통해 공급조절이 이루어지면서 시황이 호황으로 전환될 경우 단기계약의 선박확보비용부담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즉 호황과 불황을 모두 아우르는 보다 긴 관점에서 보면, 장기계약을 통해 선박확보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화주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또한 위의 분석결과는 단순한 이론적인 분석이나 검증결과가 아닌 건화물선 시장의 경험에 기초한 분석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장기운송계약은 화주에게 비용절감과 변동성 감소라는 편익을 제공하는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대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선사는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시장변동위험을 줄일 수는 있으나 불황기에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운임이 낮아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이같은 선사의 저운임 장기운송계약에 대한 우려는 적절한 원가보전장치를 두어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선사에게 적정한 원가보전장치를 둔 장기운송계약은 선·화주 모두에게 상생(Win-Win) 전략이 된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