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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선수금환급보증서의 법적 성질과 권리남용
판례/선수금환급보증서의 법적 성질과 권리남용
  • 제공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
  • 승인 2015.1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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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7.9. 선고2014다 64442판결
<1> 사실관계

갑 선박소유자는 을과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다(준거법은한국법). 선박의 건조를 위하여 갑은 을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선수금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만약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선수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갑은 을로부터 그 지급의 보증을 받게 되었다.

병 은행이 갑을 수익자로 하여 선수금환급보증서를 발급하였다(준거법은 한국법). 2회에 걸친 선수금을 지급한 갑은 을에게 더 이상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을은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였다. 그 뒤 갑도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를 하게 되었다.

갑은 병에게 선수금환급보증서에 기한 선수금반환청구를 하자, 병은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아서 계약이 해제되도록 한 원인을 제공한 갑이 선수금환급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병은 갑에게 선수금을 환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2> 법원의 판시내용

은행이 보증을 하면서 보증금 지급조건과 일치하는 청구서 및 보증서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서류가 제시되는 경우에는 그 보증이 기초하고 있는 계약이나 이행제공의 조건과 상관없이 그에 의하여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고 즉시 수익자가 청구하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다면, 이는, 주채무에 대한 관계에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인 보증의뢰인과 채권자인 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이다. (중략) 독립적 은행보증에서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는 단절되는 추상성 및 무인성이 있다.

다만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갑)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을)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병)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 및 무인성이라는 독립적 은행보증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의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중략)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독립적 은행보증인 이 사건 보증서에 기한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를 통하여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을에 대하여 아무런 선수금환급 청구권이 없음에도 독립적 은행보증의 수익자라는 법적 지위를 남용하여 청구하는 것임이 독립적 은행보증인인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 피고 및 원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 내용과 아울러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보증금 청구 당시의 사정, 즉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루어진 원고들과 을 조선소 사이의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도 을 조선소의 위 계약해제가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 1년여에 걸쳐 심문절차가 이루어졌음에도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채 회생절차폐지로 종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소제기 당시 원고들이 을 조선소에 대하여 선수금 환급청구권이 없음에도 이 사건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임이 피고에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을 조선소의 위 계약해제가 적법하여 원고들의 선수금환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는 심리 결과에 기초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독립적 은행보증에서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3> 의견

선박건조계약에서는 선수금을 발주자가 건조자에게 여러 단계에 걸쳐서 지급하도록 되어있고, 그 반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보증서를 건조자가 은행으로부터 받아서 발주자에게 건네주도록 되어있다. 이 보증서를 선수금환급보증서(RG)라고 한다. 이 선수금환급보증은 단순보증으로 발행되기도 하고 독립보증으로 발행되기도 한다. 독립보증은 보충성은 물론 부종성도 없기 때문에 원인관계와 절단되어 발주자는 쉽게 보증인으로부터 선수금을 환급 받을 수 있게 된다. 그 구별은 보증서의 문구로서 구별된다. 본 보증서에도 “취소불가”라는 문구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독립보증이다.

대법원은 독립보증은 원인관계와 절단되어 보증서에서 인정하는 사유가 발생하기만 하면 보증인은 선수금을 환급하여주어야 하지만, 그 원인관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발생한 것이라면 환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시 하였다. 그렇지만, 그 권리남용의 판단 기준은 선수금환급을 신청할 당시의 사정만으로 보아야 한다고 기준시점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권리남용도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독립보증으로 발행된 이유에 알맞은 해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본 사안에서는 발주자가 먼저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조자는 계약을 해제하였고, 뒤이어 발주자도 건조가 약정에 맞추어 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을 해제하고 선수금반환을 요구하였다. 건조자는 원인을 제공한 발주자가 선수금반환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대법원은 선수금환급보증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권리남용이론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그 판단시점도 선수금신청 당시로 보아야 하고, 권리남용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므로, 이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발주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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