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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의 세상보기/“5월 바다의 날, 장관에게 바란다”
보해의 세상보기/“5월 바다의 날, 장관에게 바란다”
  • 해사신문
  • 승인 2015.05.0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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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그러나 봉급생활자에게는 가장 피곤한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행사들이 즐비하다.

특별히 올해는 연말정산에 부과되는 세금을 나누어 내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이번달까지 밀린 세금을 내야 하는 달이다. 뻔한 수입에 따로 뒷주머니를 차고 있지 않은 가장이라면 무심한 아빠, 불효자, 잘못하면 몹쓸 남편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마누라 생일이 겹친다면 시쳇말로 죽음이다.

문화행사도 많은 달이다. 1일은 근로자의 날, 10일은 유권자의 날, 18일은 5.18 민주항쟁, 19일은 발명의 날, 20일은 세계인의 날, 25일은 석가탄신일이면서 방재의 날, 그리고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신문기자들의 말을 인용한다면 5월은 써야 할 기삿거리도 풍성하고 글로 쓰는 기사보다는 사진을 찍어서 화보로 올려야 하는 기사가 많아서 신문의 지면 편집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달이라고도 한다.

여러 행사가 많이 있지만, 우리가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바다의 날'이다. 매년 5월에 기념일로 정해진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신라시대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달이 바로 5월(음력 4월)이었다.

1994년 11월에 유엔해양법협약이 발효되면서 해양 인접국가들이 주체적으로 기념일로 지정한 까닭에 스스로 알아서 기념일을 지정한다. 그래서 일본은 7월 20일, 미국은 5월 22일이다. 모두 각각의 의미가 있는 날을 선택해 그들만의 특색있는 바다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물론, 대륙에 있는 나라들은 기념일이 없는 게 당연하다하겠다.

기념행사는 전국지방해양수산청과 해양경비안전서, 해군, 해병대, 관련 기관에서 특성에 맞는 행사를 연다. 지역별로 친선을 꾀하고자 지역주민과 학생들을 초청해 경비함정, 주요 장비 공개 행사를 하는 한편, 해상 정화 및 치어 방류, 기념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민간인 또는 단체에게 해양개발, 해운항만, 해양환경, 수산진흥, 해양안전 5개 분야로 나누어 훈장, 포장, 표창을 수여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해양수산부가 부활되었다. 많은 해양인들이 기대를 모았고, 부활한 해양수산부의 초대 장관을 윤진숙씨가 맡았다. 청문회 때부터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취임 초기에는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했다고 기대를 모았던 분이었다. 그 이후 이주영 장관으로 교체되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현재는 부산 국회의원 출신인 유기준 장관이다. 바다를 낀 부산 출신이라는 점, 또 그가 한때 한국해양대학교 겸임교수였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해양수산부의 역사를 보면 유기준 장관은 벌써 18번째 장관이다. 다들 윤진숙, 이주영 장관에 이은 세 번째로 오해하기 쉽지만, 해양수산부의 역사는 무려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초대 장관은 부산상고 출신의 신상우씨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관이 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오거돈씨 정도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19년 동안 무려 18명의 장관이 나온 셈이다. 해마다 장관이 나온 꼴이다. 부끄럽지만 해양수산부 장관은 그저 정권의 보은인사 정도로 스쳐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 시간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솔직히 그들은 해양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나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역대 장관의 프로필을 보면 제대로 해양정책을 펼 수 있는 이력을 가진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다. 11대 장관을 지냈던 최낙정씨였다. 그는 영국 웨일즈대 대학원에서 해양법과 해양정책학 석사출신이었다. 또 한국해양대 대학원 해사법학과를 졸업했다. 살아온 이력을 보면 평생을 해양수산부에서 몸담고 있으면서 해난심판원장까지 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장관으로 몸담고 있던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못했다.

역대 장관들이 거의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법대출신이 맡아서 해야 하는 게 맞다. 문화체육부는 영화감독이 장관을 한 적도 있다. 또 국방부는 군 출신 장관이 맡아서 해야 하는 게 옳을 일이다. 그렇다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양대학교 출신들이 가장 탁월한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맞이하는 바다의 날에 한때 한국해양대학교에서 교수까지 했던 유기준 장관에게 바란다. 이번만큼은 그저 스쳐 지나가지 말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부디 장보고의 진취적 사고로 좋은 정책을 펼쳐 주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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