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7 17:13 (토)
보해의 세상보기/“아름다운 외침”
보해의 세상보기/“아름다운 외침”
  • 해사신문
  • 승인 2015.04.25 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했던 발언을 명연설이라고 야당이 추켜세웠다. 다소 좌클릭한 발언들이어서 새정치연합에서 박수를 보냈겠지만, 같은 당인 새누리당도 그의 현실을 직시한 과감한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연설이 아름다웠던 것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자기편의 주장은 언제나 옳고 야당의 주장은 절대악이라는 독단적인 생각을 깼다는 신선함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유 원내대표는 보수는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상식을 무너뜨리고, 진보 진영의 특화된 주장인 저소득층과 약자의 입장까지 품는 대범함을 보였다. 정치적이지만,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던 그의 연설은 두고두고 명연설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에서도 명연설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그는 美 의회연설에서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미국을 자극했다. “미국이 많은 것을 도와주고 있지만, 공산주의자들의 비행기는 10분이면 남한으로 내려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으면, 한 국가가 공산주의가 된다는 엄포였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었던 명연설로 꼽는다. 역시 정치적이지 않고 대의를 품은 호소였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회의에서 한국측 오준 유엔대사가 원고도 없이 즉석에서 차분하게 했던 말도 명연설로 꼽는다. 그는 연설에서 “비록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고, 분단의 고통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겨우 수백 키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그들이 고통받고 살고있다는 걸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북한과 비록 대치 상태에 있지만, 그들은 '아무나(Anybodies)'가 아닌 우리의 민족으로 인식하게 한 것이다. 역시 전혀 정치적이지도 않았고 상대가 적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대범한 연설이었다.

명연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고 말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다. 백인과 흑인이 평등과 공존을 하는 세계를 만들자고 했던 명연설이다. 사람들은 그 말이 킹 목사의 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여러 사람이 그 말을 사용했다. 그에 앞서 아치볼드 케리가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 말을 사용했고,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도 똑같은 말을 사용하며 킹 목사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러나 특별히 킹 목사의 말을 더 명연설로 꼽는 것은 공화당 전당대회나 미국의 대통령이 했던 말과는 의미가 다른,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다는 것에 차별성을 두고 있다. 흑백갈등의 인권을 강조한 명연설로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또 다른 명연설을 꼽자면 역시 링컨이다. 링컨하면 모두 게티스버그 연설을 꼽는다.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전치사를 공부하면서 많이 인용이 되기도 하는 문장이다. “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orm the earth."라는 문구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라는 명연설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처음 이 문장을 설명할 때 지나치게 그 부분을 강조했지만, 그러나 영어의 문장을 보면 가장 뒷부분, shall not perish from earth라는 부분이 백미다. 그런 정치가 이 땅에 멸망이나 말라죽지 않는 행복이 있음을 강조했다.

링컨을 짧은 문장에 모두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미국 국민이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그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그의 위대한 정책 때문이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 평등, 인류애,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비전,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결단력과 정치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당시의 정치력에 휘둘려 전쟁 없이 차분하게 정치를 했다면 그는 암살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링컨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던 수정헌법 제13조는 1865년 공표돼 미국은 물론 세계 인권사를 바꿔놓게 된다. 그 법이 발효되면 검둥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당시의 정치 시류에 적당히 순응했다면 오늘날의 미국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그의 연설 중에 가장 위대한 한 구절을 뽑아보자. “누구에게도 원한을 갖지 않고, 모든 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나라의 상처를 꿰매고, 미망인과 고아가 된 아이를 돌보며, 정의롭고 영원한 평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일을 다하도록 노력합시다.” 마치 성경에서나 나올법한 명문이다. 그의 행보로 보아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문구지만 그는 미국을 이끌어 가는 대통령이었고 정치인이었다. 그의 서거 150주기를 맞아 정쟁에 휘말려 시끄러운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비교되는 한 국가원수의 아름다운 단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