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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역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역설”
  • 해사신문
  • 승인 2015.04.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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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
2006년 6월 27일 중국의 차이나쉬핑이 9600TEU급 컨테이너선인 Xin Los Angeles호를 취항시킴으로써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초대형선박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로부터 10년도 되지 않아 머스크의 1만8000TEU급 Triple-E가 취항을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얼마 후 COSCO에서 1만9000TEU급 초대형선박을 발주하여 초대형선박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2014년 이미 MOL과 에버그린이 2만TEU급 선박을 발주하였고 최근 CMA-CGM까지 2만TEU급 신조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차이나쉬핑이 9600TEU급 선박을 취항시킨 이래 약 10년만에 2배가 넘는 초대형선박이 취항하게 되어 컨테이너선의 크기 경쟁이 전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게 유수의 선사들이 초대형선박 확보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거대한 규모를 통해 시장을 지배하려는 이른바 ‘독과점적 지배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거대한 규모를 내세워 수익성이 높거나 규모가 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사업자의 수를 소수로 제한할 경우 이들 소수의 사업자들이 장기간 고수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컨테이너선의 크기 경쟁이 지속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과 같이 화주 우위의 시장구조가 계속되는 한 거대한 규모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초대형선박 확보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지속적인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임을 의미한다.

유럽계 선사들에 이어 아시아 선사들이 초대형선박 확보에 가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실제 목적이 위의 두 가지 중에 어디에 해당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초대형선박을 확보하지 못하는 선사들은 규모가 크거나 수익성이 좋은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비용경쟁에서도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도 곤란할 것이다.

반면 머스크 등 글로벌 리더들의 경영성과를 볼 때 초대형선박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위당 운항원가를 절감시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초대형선박을 가진 선사들이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독과점적 지위는 충분한 수요를 전제로 하고 있는 바, 현재와 같이 컨테이너선 시장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태에서 초대형선박이라는 자산으로 독과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극초대형선박은 선가가 높고 화물 특성상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곤란하여 막대한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초대형선박 확보가 대세적 흐름인 것은 분명하나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박이 나온다 하여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초대형선박이 갖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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