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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의 세상보기/“4월의 남탓 전쟁, 그리고 세월호”
보해의 세상보기/“4월의 남탓 전쟁, 그리고 세월호”
  • 해사신문
  • 승인 2015.04.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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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시인 엘리어트의 시에서 유래가 돼서 그저 상투적으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4월은 시인이 느끼는 감상적인 것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4월의 역사적 사건은 4.19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4.19세대라는 말로 자신들을 추켜세우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불행한 사건만 열거해도 적지 않다. 제주 4·3사건, 인혁당 사건 등등이 있다. 그 와중에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도 4월에 발생한 사고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를 박아놓은 사건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다. 언론은 참사라고 말하고 그 사건은 벌써 1주기를 맞이했다.

억지라고 말하면 무리가 있겠지만, 위의 사건은 하나같이 국가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다. 와우아파트가 무슨 국가와 관련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 아파트가 지어진 배경을 보면 정권과 관련된 썩은 구린내가 진동한다. 또 세월호 참사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국가가 사건 자체를 방기함으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국가가 깊숙이 관련된 사건이라고 하겠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까닭에 전체의 사건 일지를 복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사건 당사자들인 유족들의 불만은 사건이 일어날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세월호 1주기에 앞서 그 사건 전체를 심리하는 항소심이 열렸다. 관련 당사자들은 대부분 1심에서 형량이 구형되었지만, 각자가 발표한 항소이유서를 보면 치졸하고 오히려 분노를 일으킬 정도다. 한마디로 그들이 항소이유서를 모두 모아 공통분모를 찾아낸다면 ‘세월호 참사? 내 책임 아니요.’라고 할 수 있다. 경향신문에서 제목으로 뽑아놓은 활자가 그렇게 써져 있었다.

재판정에서 그들의 입은 침을 튀겼다. 정부를 대표하는 해경과 해수부는 선원들이 승객구조업무를 저버렸다고 했다. 선원들은 침몰 원인이 과적 탓이라고 했다. 심지어 자신들은 회사에서 주관하는 안전교육 따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받은 청해진해운은 출항점검, 고박을 똑바로 하지 않은 업체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이 지목한 한국해운조합이나 고박을 담당한 우련통운은 평소에 국가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알량하고 저렴한 그들의 변명이다.

특별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이준석 선장의 항소 이유다. 그의 나이는 이미 70살이 된 고령이다. 그는 1심에서 유기치사상 협의가 인정되어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만기 출소한다면 그의 나이는 106세가 된다. 항소이유서가 받아들여져서 일정기간 감형이 된다고 해도 그가 풀려나와 세상의 빛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모든 책임을 지신 앞으로 돌린다고 해도 그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변호인을 통해 “직원들이 당연히 승객들을 대피 가능 장소로 모으고, 해경이 오면 퇴선시킬 줄 알았다. 해경이 자발적으로 조타실 쪽으로 접근해 선원을 구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영웅이 되지 못하고 영원히 불명예스러운 세월호 선장으로 남게 한 그의 정신세계라 하겠다.

청해진해운 대표이사의 발언은 좀 쌩뚱맞기까지 했다. “사망·상해는 시간상으로 근접한 선장·선원의 유기행위 때문이지 과적·고박 부실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해 선원을 두들겼다. 함께 있던 회사의 안모 이사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해운조합 운항관리실 직원의 출항 전 현장확인 업무 미이행이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재판정의 결정타는 따로 있었다. 청해진해운의 발언을 받아 안모 이사에게 지목을 당한 해운조합관계자의 말 때문이다. “국가 안전관리시스템에 근본적 원인이 있음을 보여준 중대 참사임에도 국가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식”이라며 “국가기관은 누구도 형사책임을 지우지 않고 부패의 연결고리 안에서 생계를 꾸리는 개인에게만 책임을 다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왜 나만 갖고 그래? “하는 식이다. 문제는 그의 말 속에 있다. 이미 모든 관계자가 부패의 연결고리 안에서 생계를 꾸리는 개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만든 국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뼈있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안모 이사,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시라. 그래서 해경을 해체해 버렸으니까.

죽은 시신을 유기하지 않고 끝까지 장례를 치르는 민족이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다. 그들은 해저 수심 2만 미터에 수장된 두 구의 시신을 끄집어내고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적이 있다. 유족을 위해서? 그들의 종교관 때문에? 홀로코스트에서 당했던 그 아픔 때문에?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과 심지어 그 영혼조차도 편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9명의 꽃다운 청춘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어 있다. 여전히 그들의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그들의 영혼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자유롭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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