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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전, 공감 그리고 실천
해양안전, 공감 그리고 실천
  • 해사신문
  • 승인 2015.04.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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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택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대형사고는 우연히 또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통계학적으로 1:29:300 즉,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으로 이미 존재함을 실증한 법칙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사소한 문제, 위험 징후와 전조들을 인지해 원인을 파악하고 미리미리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하인리히법칙의 경고를 상기하고야 만다.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1주기를 맞는다. 비극적인 참사 앞에서 전 국민의 충격과 슬픔은 말로 다할 수 없겠지만 해기 직업인으로서 느낀 참담함과 사고의 여파는 누구보다도 깊고 무겁다. 이는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인적과실’에 기인한다는 통탄이며, 사고 이전의 징후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예방하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해양사고의 원인은 경계소홀, 당직태만, 법규위반, 출항준비·설비취급 불량 등 ‘인적과실’이 89.4%를 차지한다. 바다는 어느 환경보다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위험요소가 존재하며, 이 때문에 항해 시 해기사들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운용에 큰 책임과 의무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미 제도화된 안전 규정에도 불구하고 찰나의 방심과 부주의, 관리부실이 큰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였다.

이미 국제해사기구(IMO)는 ISM 코드, PSC검사를 의무화하고 국내에서도 법적장치와 안전교육, 비상훈련 강화 등 위험대비와 안전을 위한 제도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제도적인 것보다 안전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철저한 이행과 습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도는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인적과실을 줄이기 위한 의식의 변화가 우리 모두의 가장 중요한 반성이 되어야 한다.

1960년대 불모지와 같았던 해운환경 속에서 우리 해기사들이 5대양6대주를 누비며 이룩한 해운 세계 5위, 조선 세계 1위라는 해양경쟁력은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발전의 원천이자 기간이 되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112.7%에 달하며 수출입 화물의 99.9%를 해운이 담당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 1위, 외화확득 산업 중 4위를 차지하는 등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미래 산업과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바다와 해운이 될 것이라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분야의 오랜 노력과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전이 결코 인명과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음을 우리는 목격하였다. 급성장한 해운산업에 비해 그에 걸맞은 안전문화가 함께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각성이 비록 늦었다 할지라도 지금이라도 해양안전에 대한 의식의 제고와 원칙과 소통, 철저한 훈련을 통해 바다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함을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양안전의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민 모두 ‘안전’에 대한 촉각을 세우고 안전의식의 변화와 실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법제도를 재정비하고 강화한 데 이어 해양안전실천본부와 휴마린포럼을 통해 관계기관·단체뿐 아니라 전 국민의 해양안전의식 고취와 안전의 생활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의식의 정착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무적인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활동들이 해양안전의 토대가 되어 다시는 비극적인 사고가 우리의 바다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소원해마지 않는다.

해기사를 대표하는 우리 협회도 해기사의 막중함 책임과 의무를 통감하며 인적과실을 줄일 수 있는 선원의 복지의 향상과 안전 의식 제고를 위한 활동, 세월호 사고로 인해 실추된 해기 직업의 위상 제고와 이미지 개선, 대국민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해양안전의식을 고취하고 바다를 다시 희망과 미래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인 모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더불어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바다를 누비는 일선 해기사들의 건강과 안전 운항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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