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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의 세상보기/“중동 vs 바다”
보해의 세상보기/“중동 vs 바다”
  • 해사신문
  • 승인 2015.03.2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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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화두가 ‘제2의 중동 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순방 외교를 다녀와서 청와대에서 회의하는 도중에 나온 발언 때문이지만 청년들의 실업문제에 고심한 국가지도자로서의 속내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청년실업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정권 때 아침 라디오 방송에 대통령이 직접 출연해 단골메뉴처럼 이야기한 것도 청년실업이었다. 그만큼 심각한 국가 문제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이 11%를 넘어서 15년 이래 최고라고 한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다르다. 청년실업률은 15세부터 29세까지를 말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대략 젊은이들 열 명 중 한 명은 실업자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마트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은 취업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들은 실업자가 아니다. 직업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또 공무원 고시 준비, 구직활동 포기자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보아 실업자로 보지 않는다. 시쳇말로 백수나 놈팡이로 부르기는 하지만 통계상으로는 직업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열 명 중에 한 명이 청년실업자(?)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허수가 존재하고 있다. 전체 실업률이 아닌 청년실업률만 놓고 봐도 그렇다. 숫자상으로 보는 실업자보다 실제 실업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청년실업, 이 말도 조금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젊은이의 실업을 뜻한다. 그러나 청년이라는 말만 놓고 보면 마치 젊은 여성들은 제외된 듯한 느낌이 있다. 청년의 사전적 용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성년 남자.’로 써져 있다. 그렇다고 ‘청녀’라고 검색을 하면 사전에는 ‘청나라 여자’로 되어 있을 뿐, 특별히 젊은 여성이라는 문구를 찾아낼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는 청년, 특히 청년실업은 남녀 모두를 말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Youth Unemployment로 쓴다. 그러나 청년실업은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는 더 많다. 여성들의 대학진학 성향이 인문학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직업군의 형성이 남성위주로 구성된 사회구조도 어쩔 수 없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었던 역사는 해방 이후부터 꾸준히 계속됐다.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했던 파독광부는 1963년부터 1980년까지 무려 7936명이나 된다. 처음 500명 모집에 4만6000여명이 지원했을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 경제상황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시의 급료가 6000마르크(160달러)였다고 하고 그 가치는 상당히 높은 수입이었다고 한다.

같은 시기에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는 그 숫자가 더 많다. 무려 1만1057명이나 된다. 독일이 이렇게 많은 간호사를 뽑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독일 대학은 간호학과라는 게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직업학교에서 3년을 실습과 함께 일을 배운 후 간호사가 된다. 그 직업학교는 특별히 시험을 치거나 실력평가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택해서 훈련을 받으면 그만이다. 학벌 위주의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그들의 가치관이지만 일면 부러운 구석이 있는 제도다.

월남 참전용사를 두고 외국에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애국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사병의 월급이 미화 50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미화 550달러 정도였다고 하니까 국가가 500불 정도를 착복한 꼴이 된다. 뒤늦게 참전용사들이 소송을 통해 돌려받기를 원하고 있고, 국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생존해 있는 참전 용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국가를 위해 전투를 했던 우리의 젊은이들, 그 피의 고귀한 뜻도 인정해 주자는 취지다. 어떻든, 월남 참전 용사 덕분에 국가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독일에 광부를 파견하거나 간호사를 보내지 않는다. 베트남 참전 용사들처럼 돈을 받고 외국에 파병하지도 않는다. 프랑스에는 여전히 외인부대를 운영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그곳에 지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금도 꾸준하게 외화를 벌어들이는 젊은이들이 있다. 국가가 파독광부나 참전용사들처럼 그 가치를 높게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국가를 위해 일하는 외항선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해방 이후 2012년 말까지 외항선원이 되겠다고 항만청으로부터 선원수첩을 발급받고 거친 바다로 나간 젊은이의 숫자는 무려 7만8346명이 된다. 파독광부, 간호사 그리고 월남 참전 용사를 모두 합한 숫자보다 더 많다. 벌어들인 외화의 총액으로 본다면 천문학적인 차이가 난다. 더 대단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끝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꾸준히 그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인으로서 국가가 오대양 육대주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외화를 벌어들이는 외항선원들의 노고를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들의 아낌없는 노력에 국가가 성원해 주기를 소원한다. 한 가지 더, 중동? 기회의 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땅이 바다보다 넓지는 않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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