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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C포커스/운임선도거래(FFA) 시장조성, 필요한가?
MEIC포커스/운임선도거래(FFA) 시장조성, 필요한가?
  • 해사신문
  • 승인 2015.03.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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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해운거래정보센터
해운시장에서 선사를 포함한 해운업계에 가장 큰 위험은 운임이 갖는 변동성이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해운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운임의 급락에 주된 원인이 있다.

물론,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 해운업을 비롯한 조선과 금융 등 전후방산업 모두가 침체에 빠지다 보니 운임의 변동만을 위험이라고 한정하기는 어려우나, 선사나 화주의 직접적인 매출증감과 비용증감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선사에게 자산은 선박이고 운임은 매출이며, 운임이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화주에게는 자산이 화물이고 운임이 곧 비용이며, 운임이 상승하면 손실을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일반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헤징(hedging)이라고 한다면, 선사는 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헤징이며, 화주는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헤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헤징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은 장기운송계약(COA)이나 장기전용선계약(CVC)을 통해 미래의 운임 변동에도 안정된 수익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물시장에서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화물과 선복을 확보하는 것 외에는 헤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실물시장에서 선사와 화주가 각각 화물과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헤징이라면, 운임변동 위험에 대비해 거래당사자간 즉각적인 헤징이 가능한 수단으로 FFA(Forward Freight Agreement: 운임선도거래)가 있다. FFA는 발틱운임지수(BDI)와 같은 해상운임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거래(OTC: Over The Counter)상품이다.
현재의 운임인 고정가격을 미래 시점의 운임인 변동가격과 교환하는 것으로 거래소에 상장이 되지 않은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한다. 즉 거래당사자간 상대매매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되며, 계약불이행을 예방하기 위해 증거금을 예치하고 청산소(Clearing House)를 이용할 수 있다.

FFA는 산출된 운임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기 때문에 체결한 계약에 약정된 만기시점이 되면 실물의 인도에 해당하는 운송서비스가 아니라 지수에 의해 계산된 금전만 교환된다는 점에서 지금 시점에서도 즉각적인 헤징이 가능하다.

글로벌 선사는 물론, 대형화주 등을 중심으로 이미 FFA 거래는 현물과 선물의 위험요소를 상호보완적으로 제거할 목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다만 FFA의 즉시 매도 및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헤징이 아닌 투기적 성향의 거래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FFA의 순기능인 헤징 외의 목적으로 거래를 수행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인해 적지 않은 업계 실무자들이 FFA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업의 전반적인 위험을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고 FFA를 활용할 만큼 국내 선사들의 위험관리 역량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한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장기운송계약 등 전통적인 헤징에만 의존하기에 이미 한계가 있음을 업계도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전사적 차원의 위험관리 인식과 역량을 제고시키고 해운과 금융기법을 융합한 다양한 위험관리 수단에 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용선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운임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해운업계는 FFA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발틱운임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FFA 거래시장과 국내기업의 FFA 해외투자규모를 살펴보면 우리 업계의 현실이 잘 보인다. 전 세계 FFA 거래시장은 약 14.5조원 규모인데, 2009년 해운위기 이후에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3년 이후부터 반등하여 점진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기업의 FFA 투자규모는 약 1,320억원으로 세계시장의 0.9%에 해당하는데, 이는 선대보유율 4.66%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FFA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통계에 따르면 건화물선(Bulker) 약 10,000여척 가운데 30% 이상의 선박들이 FFA 거래대상인데, 통상 실물시장에서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비율이 전체 선복의 절반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30%에 해당하는 스팟시장도 향후 FFA 거래의 표적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해상운송물동량을 창출하는 중국의 경우 보유한 막대한 선대규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해운신흥국으로 불리어왔으나, 이미 상해항운교역소를 중심으로 연안석탄지수(CBCFI), 컨테이너지수(CCFI) 등을 발표해오며,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시장을 개설하여 2011년 이후 매년 ¥1,000억 이상의 거래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해항운교역소는 발틱해운거래소가 브로커(FFABA: FFA Brokers Association)를 중심으로 장외거래를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외부의 브로커를 가능한 배제하고 내부에서 거래를 체결하며 청산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상이한 거래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확대여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여하간에 자체 운임지수를 기반으로 상대매매시장을 개설함으로써 해외의 기관이나 브로커에게 빼앗길 시장과 국부유출을 막는 것에는 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우리나라에 FFA 시장조성이 필요한가? 이 질문보다는 우리나라가 FFA 시장조성을 할 수 있을까가 좀더 냉정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는 FFA 매도 또는 매수에서부터 청산까지 모든 거래과정을 실행하는 전문적인 Execution Broker가 없다. 일부 선사가 해외 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직접 FFA를 거래하거나 몇몇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행하는 서비스를 통해 FFA 거래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다. 국적외항선사들의 경쟁무대는 글로벌 해운시장이다.

우리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으려면 이들과 실물시장과 선물시장을 가리지 않고 경쟁해야 한다. 장기운송계약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의 대형 화주인 포스코, 한전 등을 빼고 기댈 곳도 없다. 국내에 실물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거래당사자인 FFA 투자자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선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FFA 거래시장도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이며, 전문성과 경쟁우위를 갖추기 위한 위험관리 역량 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해운거래정보센터는 이미 2013년부터 국내외 해운중개업체들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건화물 28개 항로에 대한 운임 및 용선료를 발표하고 있다. 운임지수의 근간인 운임 및 용선료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외 26개 패널리스트를 확보하고 있고, 올해 해외 패널리스트를 추가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검토 중인 지수화 절차 표준화를 거쳐 하반기 중 우리나라 발 건화물 해상운임지수를 공식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발틱운임지수에 이어 한참이나 후발시장이기는 하나 차별화된 항로 선정과 운임지수 개발을 완료하고 선보이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국내 FFA 시장조성을 위한 터다지기 공사에 들어간 셈이다. 운임지수 대상항로들 가운데에서도 비즈니스가 집중되고 있는 아시아 중심의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 항로에 대한 국내외 업계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과 국내 해운업계의 위기관리 역량 강화, 위축된 해운산업 국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도 해외 선사와 화주를 불러들여 제대로 된 FFA 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분명해 보인다.

사실여부를 떠나 루머로 번져나간 일부 선사들의 해외 직접 FFA 거래를 통한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을 두고, 담당부서의 판단착오인지 등의 여부를 두고 업계가 들썩거린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지난 식사자리에서 FFA 실무자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어디까지가 헤징이고, 어디까지가 투기일까요?” “글쎄요. 실물 비즈니스가 없는데도 FFA 거래를 하면 투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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