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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운원로 왕상은 협성해운 회장에게 듣는다
인터뷰/해운원로 왕상은 협성해운 회장에게 듣는다
  • 윤여상
  • 승인 2014.05.0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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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는 총체적인 원인이 집결된 인재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이번 사고를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총체적인 원인이 집결된 인재이며 국내 여객선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는 있을 수 없는 사고입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산증인으로 불리우는 왕상은(95) 협성해운 회장이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해운산업과 시작을 같이한 해운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담아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5일 부산 중앙동 유창빌딩에 있는 범주해운 회장실에서 만난 왕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한민국헌정회(전 국회의원들의 모임)에 자신이 기고한 원고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한평생 해운업을 영위해온 원로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헌정회에 설명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문서였다.

이번 인터뷰는 왕 회장과 두시간여 동안의 담화와 헌정회에 내놓겠다던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사고 당일 자동차에서 소식을 전해들었다는 왕 회장은 "승선한 학생들과 승객들이 구조됐다는 말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의 진면목이 일파만파 밝혀지면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생각하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왕 회장은 우선 세월호의 침몰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선박의 복원력(GM)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평형수 여부가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고, 증축과 개축으로 인한 과적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세월호는 화물과 여객을 동시에 싣는 화객선으로 무게중심이 일반 상선에 비해 위쪽에 있다"면서 "선박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평형수를 통해 복원력을 회복하고 화물의 고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사고의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선박검사에 대해서도 전문가적인 소견을 피력했다. 선박의 운항을 위해서는 각종 검사와 증빙서류가 필요한 만큼 이를 어기지 않았다면 사고의 개연성이 낮아졌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왕 회장의 주장이다.

왕 회장은 국내 해상법에 대해서 선진국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선박을 인양하고 철저한 조사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해상법과 관련규정을 지키지 않은 선사나 승무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제3자나 정부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왕 회장은 안전운항을 감독하는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이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했다.

왕 회장은 선박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선급에 대해 "세계적인 공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험사의 신용도면에서 한국선급이 아직까지 영국의 로이드나 DNV-GL 등과 같은 권위에는 한참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는 "선급과 해운조합의 경영진이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선박검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쓴소리도 내놓았다.

승객을 팽개치고 도망친 선원들에 대한 분노가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왕 회장은 선장과 선원들의 임무에 대해 특히 목소리를 높였다. 선장이 승객을 도외시하고 퇴선한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선장의 의무를 규정한 선원법을 제시하면서 "선장과 선원들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외면한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급상황시에 선장이 마이크를 쥐고 현장을 통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자긍심과 프라이드를 가지고 승선하고 있는 선장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능력있는 선장과 해기사들이 세월호 선장의 몰염치한 행위로 싸잡아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왕 회장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지탱하고 있는 에어포켓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극히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쳤다. 아직도 실종자들이 기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가족들에게 누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왕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카페리항로를 1970년부터 운영한 여객선분야의 전문가다. 현재 부관훼리의 감사도 맡고 있다.

왕 회장은 "(사실을 밝히는 것에 대해)고민이 많았지만 대형 여객선에는 에어포켓의 생성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에어포켓이 없다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조속한 선체의 인양과 시신의 수습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왕 회장은 위난상황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상황을 장악하고 이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임과 권한을 통해 강력하고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왕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부족한 대처는 물론 언론의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도 힐책했다. 정부가 발표한 적도 없는 에어포켓의 존재를 다른 외국선박의 예로 들면서 조장한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왕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더 이상의 아픔이 돌아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사나 선원들의 경각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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