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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북극해 관광 개발 사업에 참여 필요
러시아의 북극해 관광 개발 사업에 참여 필요
  • 해사신문
  • 승인 2012.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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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신 KMI 해양연구본부 전문연구원
북극해는 7~8세기 아일랜드의 수도승들이 처음 탐험한 이후 19세기까지는 수산‧모피자원 확보와 항로 개척, 해도 제작 목적의 탐사가 주를 이루었다. 20세기 이후 냉전체제의 종식과 소련 연방체제의 붕괴, 그로 인한 정치 및 경제 체제의 변화는 북극해의 이용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87년 10월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북극과 북극점을 전 세계에 개방하고 평화의 지역으로 조성한다는 무르만스크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군사 전략적 이유로 폐쇄됐던 북극권을 다른 국가에도 개방한다는 것으로 북극해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후 1996년 유엔 해양법 협약의 발효와 함께 세계 해양질서가 재편되고, 자국의 해양영토를 확장하려는 연안국의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북극을 둘러싼 인접 국가들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해의 해빙이 가속화됨에 따라 항로와 물류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넘어 자원 개발, 해양영토 확보, 과학과 환경, 국방과 안보 등 다방면에서 경쟁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비 북극권 국가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국가 간 합종연횡도 가열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 가운데, 최근 북극해 관광 분야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북극권의 최대 지주인 러시아가 국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극권 관광 프로그램 개발의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08년 북극해 지역의 ‘Russia Arctic National Park’ 구상을 발표한데 이어 2009년 6월 푸틴총리가 이 국립공원을 설립하는 법령에 서명함으로써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이 국립공원은 러시아의 ‘노바야 젬랴’ 북부와 최북단에 위치한 ‘프란츠 요제프’ 제도, 두 섬 사이의 북극해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면적은 14,260㎢로 강원도 이남지역에 상응하는 규모이다.

러시아가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개발하는 데는 두 가지의 목적이 있다. 하나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최북단의 프란츠 요제프 제도를 국립공원으로 개발함으로써 인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북극해 해양영토에 대한 주권을 확고히 하자는 취지이다. 이 제도는 191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극점까지의 거리는 869㎞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국가의 주권을 행사함으로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북극해 영유권 문제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또 하나는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된 지역 경제를 관광 개발을 통해 활성화하고 북극해 관광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무르만스크∼노바야 젬랴∼프란츠 요제프∼북극점을 잇는 크루즈 상품과 북극지역의 자연 경관 및 사회·역사적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 외국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자연보전, 과학과 연구, 관광 등 세 가지 개발방향을 제시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북극해 관광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립공원을 개장한 첫 해인 2011년 800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올해는 14척의 크루저 선박을 이용하여 두 배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립공원은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박물관, 전시관, 회의장, 방문 센터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고품질의 관광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인력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극해 지역은 독특한 동식물상, 해빙, 문화유산, 인류의 북극 탐험 역사 등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 있는 경관과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6월부터 9월까지 한정된 여행 기간, 북극해 지정학적 여건이 안정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관광객의 안전을 담보할 구호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 이 지역에 방치되어 있는 폐기물의 처리 등은 향후 관광 수요를 증대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 요인이다. 올 해 영국 정부가 유럽국가에서는 처음으로 북극해 지역 여행에 대한 경보를 발령한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이 반영된 결과이다. 또한 2~3만 달러에 이르는 여행 경비도 관광 수요를 확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지정된 국립공원을 확장하거나 추가로 지정하여 북극해 관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극해의 해빙이 가속화 될 경우 북극해 전역을 관통하는 크루즈의 운항도 가능하다. 북극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관광 컨설팅, 시설 투자, 과학 연구 협력, 환경정화 사업 등 러시아의 북극해 관광 개발 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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