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6 12:18 (금)
새우도 반찬, 이제 고래도 반찬?
새우도 반찬, 이제 고래도 반찬?
  • 해사신문
  • 승인 2012.07.23 0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해기사로 오랫동안 선상생활을 하다 보면 일반인들이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모습들을 감상하는 기회가 생긴다. 바다 끝에서 일어서는 태양이나 바다 저편으로 스러지는 일몰은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경이롭다. 태양의 동선을 육안으로 쳐다볼 수는 없지만, 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밤하늘의 성군(星群)은 실제로 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 신비로움을 느낄 수 없다. 어렵게 기회를 잡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모습도 있다. 배 주위로 돌고래떼가 움직이는 모습이다. 마치 앞으로 나가는 배와 경쟁이라도 하듯 몸을 치솟아 올려서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는 모습은 돌고래가 인간과 매우 가까운 친근감마저 든다. 특별히 집채만 한 고래가 등위로 물을 뿜어내는 장대함은 일반인이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렇게 어렵게 보는 고래는 바다 위에서 우리를 잠시 쉬게 하는 꿈이었다.

이영애를 대단한 아시아 스타로 만들었던 ‘대장금’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이 소개된다. 외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 홍어가 감기에 좋다는 한방까지 곁들여 소개하기도 하고 개고기가 양기를 북돋아 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고래고기로 산적을 만드는 장면도 나온다. 특별히 고래고기의 맛에 대해서는 쇠고기 맛과 비슷하다고 했다. 고래고기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그 맛이 부위마다 다르고 특별히 분류를 한다면 다섯 가지의 각별한 맛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통적인 맛은 역시 소고기 맛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고래 역시 어류가 아닌 포유류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며칠 전 한국정부가 20년 넘게 금지했던 포경을 재개하겠다는 공식선언을 했다. 전 세계에서 고래를 잡아먹는 나라는 많다. 흔히 일본이 가장 많이 고래를 잡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서는 고래를 잡아서 식용이나 기름으로 사용한 기록이 많다. 그러나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1986년부터 멸종위기에 있는 12종의 고래 포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여타의 모든 나라에서 고래 포획을 포기했다. 유일하게 일본만이 전 세계인의 욕을 먹어가면서 고래를 잡아왔다. 그들의 명분은 연구목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채취하는 고래의 살이나 유전자는 전체의 1%되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는 모두 식용으로 처분된다. 정부가 어떤 의도에서 이번 포경에 대해 결단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이제 일본은 우리나라 덕분에 그래도 욕을 좀 덜 먹는 국가가 되었다. 욕을 먹는 고래 잡는 나라에 우리가 동참해 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학연구용 포경을 허용하는 협약의 허점을 이용해 포경활동을 계속했다. 매년 1천 마리를 잡고 있으며, 이 중에는 IWC의 협약부표에 등재된 포획금지 종 밍크고래도 포함되어 있다. 1985년에서 2009년까지 일본이 포획한 총 고래 수는 1만 1,389마리였다. 우리나라는 포경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사실상 혼획에 의한 고래의 상업적 유통은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탓에 밍크고래와 혹등고래 등 12~15종의 고래가 매년 혼획됐다. 듣기로는 고래를 잡을 목적은 아니었지만,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에 길을 잃은 고래가 우연히 포획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바다 위의 로또가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왜 고래를 잡게 되었는지 필자가 급하게 자료를 찾아봤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5월 19일 '신개념 수산발전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 안에는 '고래자원의 효율적 이용 방안'이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언뜻 보면 고래를 관광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좀 밑으로 계속 읽어보면 "포획된 고래의 투명한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등 고래 고기 식(食)문화 유지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더 밑으로 내려가면 그 내용에 피가 솟는다. "지속 가능한 연안지역사회, 지속 가능한 생계, 문화적 전통의 보전, 식량안보, 빈곤의 감소에 이바지하도록 풍부한 고래자원의 지속적 이용 원칙을 지지한다.”라고 되어 있다. 좀 이해가 안 된다. 마치 60년대 구난한 시절에 먹거리가 부족해서 그 먹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식량 자원을 바다에서 얻겠다는 발상처럼 보인다. 식량안보라는 발상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겠다. 고래를 잡는 포경은 금지되어야 한다. 비싼 탓에 고래 고기를 자주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단한 맛도 아니다. 다른 사람이 느낀 것처럼 그저 소고기 맛과 비슷하다. 그렇게 대단히 맛있는 고기도 아니다. 고래는 2~3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 매우 긴 생식주기를 가진 포유동물이다. 따라서 포획을 쉽게 허가하면 멸종 위기에 처할 위험이 크다. 사냥방식 또한 잔혹하다. 과학적 명목으로 포경을 계속하는 일본은 이미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린피스에서 한국 정부에 경고장을 보내왔다. 최고의 우방이라는 미국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자제를 촉구하는 발표를 했다. 미국말 잘 듣는 이 정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의 욕을 혼자 듣는 일본과 보조를 맞추는 행위가 이해하기 어렵다.

없이 살던 시절에는 사소한 먹거리도 반찬으로 썼다. 오죽하면 새우도 반찬이라고 먹거리의 소중함을 이야기했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절은 아니다. 바다에 고래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꿈이요 생활터전인 바다를 망가뜨리는 행위다. 해양인들 조차도 어렵사리 볼 수 있었던 아름답고 장엄한 그 고래의 모습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꿈이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바비 킴의 노래 중에 ‘고래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일부를 소개해 본다.
“I`m fall in love again, 너를 찾아서 나의 지친 몸짓은 파도 위를 가르네. I`m fall in love again, 너 하나만 나를 편히 쉬게 할 꿈인 걸 넌 아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