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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편하게 사는 법
인생, 편하게 사는 법
  • 해사신문
  • 승인 2012.07.13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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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부부라는 게 함께 오래 살다 보면 눈치만 늘게 된다. 최근 어떤 조사에는 부부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들은 그저 ‘당신 알아서 해.’하는 말로 대화의 맥을 끊어버린다고 하고, 아내들도 쓸데없이 남편에게 물어봤자 뾰족한 답이 없어서 알아서 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젊어서 한때 불 같은 정열로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까지 했겠지만, 그런 사랑의 유효기간은 고작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눈치를 보게 되는 최초의 시점은 결혼 3년차라고 이야기한다.

결혼 10년차 정도 되면 대략 남편들의 수준은 바둑의 급수로 3~4단 정도가 된다. 오랜만에 회식이 있어 술집에서 도우미를 불러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놀더라도 와이셔츠에 아가씨 입술의 립스틱 자국을 묻혀들어가는 우(遇)를 범하지는 않는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회식이 있어 늦게 들어오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뭔가가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챈다. 무딘 남성들보다는 여자들만의 촉(?)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 그 물증을 찾으려고 개 코를 들이대고 끙끙거려 보지만 별수가 없다. 무언의 압력, 바가지는 그래서 생긴다.

결혼 20년차가 되면 오히려 여자들의 급수가 늘어난다. 바둑의 급수로 치면 6~7단 정도의 고수가 된다. 남편의 고생도 어느 정도 인정해 주고,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제발 기본만 지키라고 이야기한다. 시들해진 부부관계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딱히 남편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렇지는 않겠지만, T.V에 나오는 나쁜 남자에 열광한다. 뭐든지 결단력 있게 한 번에 해결해 버리는 전형적인 남자를 추켜세우며 남편이 그러기를 바라지만 남편들 처지에서 보면 아내가 샤워만 해도 겁이 덜컥 난다.

솔직히 남자들 처지에서 보면 나쁜 남자가 되기도 쉽지 않다. 알렉산더가 세계를 정복하면서 페르시아의 고르디아 지방에서 재미있는 물건을 발견한다. 수백 개의 매듭으로 꼬여 있는 줄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잔잔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매듭을 풀어내는 자가 아시아를 정복한다.’였었다. 그 설명서를 본 알렉산더는 주저하지 않고 단칼에 그 매듭을 칼로 잘라버린다. 그리고 아시아까지 정복하고 만다. 그야말로 최고의 나쁜 남자다. 여자들이 열광할 만하다. 그러나 좀 솔직해져 보자. 아시아 정복은 둘째치고 필자라도 칼로 내려쳤을 것이다. 알렉산더인들 그 매듭을 풀 재간은 없었을 것이다. 쭈그리고 앉아 그 매듭을 풀어내겠다고 하면 그 얼마나 좀스러운 사내인가? 그래도 알렉산더는 성깔 좋은 사내다. 필자 같으면 장작불에 그 매듭을 태워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필자는 나쁜 남자와는 거리가 멀다.

나쁜 남자에게 여성들이 열광한다? 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여성들은 남자들이 주차장에서 주차할 때 사이드미러를 보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손으로 주차한다거나,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어제낄 때라든가, 또는 운동을 하고 상의를 탈의할 때 두 손을 티셔츠 밑단을 잡고 한 번에 벗어버릴 때 무슨 대단한 남성스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래도 여성으로서는 할 수 없는 그 죽일 놈의 ‘한방에’ 처리하는 남성의 그 능력에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이성을 느끼는 모양이다.

여성들이 남성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신의 배려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떻든 여성들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남성들이 해내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식스팩이 장착된 남성을 좋아하고, 아파트의 단단한 콘크리트벽에 쉽게 못을 박아대는 남성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말할 것도 없이 신이 만들어낸 암컷의 본능이라 하겠다. 먹고살 만해져서 신성일이나 장동건 같은 미남이 좋아졌다면, 그보다 생활이 더 나아져서 이제 근육질의 남성, 요사이 T.V의 정글의 법칙에 나오는 추성훈이나 김병만이 뜨는 것이다. 남자는 다 그놈이 그놈인데 얼굴을 뜯어먹고 살 일도 아니고, 상황이 비슷비슷한 경우라면 자신을 지켜주고 든든한 남성이 좋겠다는 그 암컷의 본능이라 하겠다.

남자들은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하고, 여전히 몸에 밴 습관처럼 열심히 일하며 산다. 여자들에게 그런 수고로움을 알아달라고 떼를 쓸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암컷들의 본능을 자극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일은 생각해 볼 수 있다. 헬스장에 달려가 식스팩을 만든다거나 바벨을 들어 올려 팔뚝에 굵은 핏줄을 키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 봤자 이미 아내들은 당신의 그 뻔한 실속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야 기 싸움도 하고 다투기도 했지만, 인생 편하고 오래 살수록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해 주는 방법 말고는 도리가 없다. 급수가 초단이든 경지에 오른 고수든 서로 양보하고 사는 방법 말고는 딱히 편하게 사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언젠가 필자도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어대며 아내에게 알랑거린 적이 있었다. 어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명대사처럼 ‘당신을 만난 건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야.’ 하면서.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아주 명쾌했다.
“당신, 또 한잔 째렸그만? 빨리 디비자쇼야.”
염병할, 영화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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