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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사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해사신문
  • 승인 2012.06.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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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래도 좀 잘 산다는 나라에 속한다. 서로가 은근히 자존심을 내 걸기도 한다. 일본사람들에게 그들의 조상이 한반도에서 건너간 백제인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쾌하게 생각한다. 같은 경우겠지만, 우리 민족도 중국을 통해 들어온 한족의 일부라고 이야기하면 고조선의 역사를 들먹이며 싫어한다. 중국을 건너뛰어 아시아 국가들은 지형학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어서 비교하기가 곤란하지만 한·중·일 세 나라는 큰 틀 안에서 생활하는 양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공통적인 습관의 하나가 바로 젓가락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젓가락을 쓰는 나라는 여전히 세 나라밖에 없다.

문화적으로는 각 나라가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필자가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여전히 중국사람들은 무림고수들이 쓰는 장풍(掌風)이나 축지법(縮地法) 따위를 믿고 있는 그 허풍이다. 손에서 바람이 나와서 바위를 무너뜨린다거나, 수십 리 길을 바람을 가르듯 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저 예전에 그렇게 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사람들에게도 그런 허풍은 있다. 소위 말하는 닌자(忍者)가 그것이다. 닌자는 전국시대 명문가에 소속되어 인술을 사용하여 탐정, 모략, 후방교란, 암살 등을 행한 사람들을 통칭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천정에 신체가 붙어 있다거나 표창을 잘 던지고 몸을 숨기는 기술이 뛰어나 절대 잡히지 않는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 것에 비교하면 그들의 문학작품은 SF 판타지 소설이고 우리나라 고전 홍길동전은 애들 애니메이션 수준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교할 때 언제나 등장하는 소설이 있다. 삼국지(三國志)와 대망(大望)이라는 소설이다. 그 내용이나 사설이 너무 극명해서 많은 사람이 그들의 역사나 문화를 비교할 때 회자하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둘 다 너무 구라가 심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시기를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위가 세워진 220년부터 오가 진에게 멸망한 280년까지를 삼국시대로 본다, 그 기간이 별로 길지 않다. 고작 60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적벽대전의 전설 같은 제갈공명의 전술이나 수많은 고사성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고전이 되어 있다. 그러나 적벽대전의 그 위대한 작전조차 현실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대단한 구라만 현란하다. 대망은 삼국지와 다르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백과사전 분량보다 더 많은 긴 소설로 만들어 놨다. 그 내용의 액기스만을 뽑아낸다면 그저 한두 권의 장편소설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읽다 보면 지루하고, 중간에 책을 놓기가 쉽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인들은 고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지나치게 허풍을 떨고 있는 문학적 작품에 비교해 본다면 우리 선조들의 작품은 참으로 순박하다. 삼국지나 대망이 역사소설이라면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크게 부각하는 소설은 없다. 일단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라 불리는 김시습의 금오신화, 한글 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와 구운몽, 실학자인 박지원의 양반전 등이 있다. 심청전, 춘향전, 흥부전 따위는 소설보다는 오히려 판소리의 영향을 받아 유명해졌을 뿐이다. 주로 인과응보나 권선징악이 내용의 주가 되어 있다.

착한 민족의 단순한 이야기가 중국과 일본의 문학작품에 조금은 기가 죽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의 사실적 기록을 보면 그 차원이 좀 달라진다.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는 사마천의 사기다. 그러나 그 책은 기전체가 아닌 편년체다. 역사적 사건을 시간대로 분류해서 쓴 책은 아니다. 역사서 이기는 하지만 사건이나 인물 중심이다. 또 그 시한이 기원전 2세기 말 한 무제(漢武帝) 때까지의 이야기다. 일본에도 고지키(古事記)라는 역사서와 일본서기가 있다. 고지키가 712년, 일본서기는 720년에 편찬되었다. 이런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정도 되는 고대사 이야기다.

문제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왕조마다 역사적 사실을 날짜와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너무 그 기록이 많아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수준은 기껏해야 조선왕조실록이다. 그 실록은 사관(史官)이 한번 기록하면 그 내용을 왕조차도 함부로 열람할 수 없었다. 정확한 사실만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또 같은 기록에 필사본을 남겨 각각 보관하였다. 그렇게 각별한 선조들의 노력을 통해 우리의 역사는 언제나 진실만을 기록하고 또 후세에 남겼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도 우리처럼 역사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대에 와서 그 기록을 숨기거나 많이 왜곡시켰다.

중국은 그들의 역사를 숨기고 동북 삼성과 북한까지, 그리고 이어도까지 그들의 역사를 왜곡시키며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숨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여전히 장풍으로 사람을 쓰러뜨리고, 보이지 않은 천장 위에서 표창을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이 소설로 썼던 내용은 허풍이라고 치부하고 귀엽게 봐줄 구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숨기는 작금의 현실은 추해 보인다. 차라리 귀엽게 놀던 예전의 그 순수한 중국과 일본이기를 소원한다. 역사는 승자의 논리로 기록된다고 하지만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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