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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르는 사꾸라 집단
우리도 모르는 사꾸라 집단
  • 해사신문
  • 승인 2012.04.12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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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선거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모이는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게 정치이야기다. 딱히 정치가 대단히 잘못되었거나, 아주 잘 되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대 놓고 욕을 해도 좋을 어떤 상징적인 공공의 적을 만들어 씹어대는 술안주가 바로 정치다. 술안주가 정치만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들의 술안주는 그 직장의 상사요, 설익은 새색시들 모임에서의 술안주는 단연 남편과 시부모다. 그러나 나이가 지긋이 드신 어른들은 직장 상사나 신변의 이야기보다는 젊은 세대를 비판한다거나 정국 현안을 질타하는 정치이야기가 술안주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정치 현안에 대한 비판이 그저 술 탁자 위의 공론일뿐 그게 그들이 원하는 현실과 연결되어 쉽게 개선되거나 바뀌지는 않는다.

기성세대나 나이 드신 어른들의 그런 술안주는 어떻게 하든 국가의 체질을 바꿔보고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염려에서 묻어 나온 서민적 정서지만, 실제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침묵하고 여론의 선두에 서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필자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쁜 그룹이 있다면 좀 많이 배웠다는 학자들이다. 식자들을 통틀어서 학자라고 하면 좀 광범위하지만 그중 가장 죄질이 나쁜 학자가 있다면 경제학자를 꼽겠다.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나 유명한 박사들은 그저 대학 강단에서 이론만을 설파할 뿐 그런 굉장한 지식을 국민에게 좀 가깝게 전파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배우고 쌓아놓은 그 대단한 지식은 그들이 챙겨야 할 밥그릇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대한민국 경제현실이나 그 실태가 어떤 것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잘 설명하고 그게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대 교수이고 베스트 셀러 ‘88만 원 세대’라는 책을 쓴 우석훈 교수나, ‘문제는 경제다.’ ‘세금 혁명’이라는 책을 쓴 선대인 씨 같은 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줄기차게 한국 정치와 경제를 묶어서 비판하고 국민이 쉽게 알 수 있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중 쉽게 설명하는 경제 이야기를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2,489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천5백만 원 정도다. 우리가 말한 국민소득은 한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한 가구가 부인 그리고 두 명의 자녀가 있다면 ‘국민소득 X 4명’을 해야 한 가구의 국민소득이 된다. 산술적으로 한 가구의 소득은 1억 원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 돈을 벌어오는 사람은 남편이자 애들의 아버지인 남자 혼자뿐이다. 물론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충분히 대한민국의 한 가족 국민소득 수준에 어울린다. 그러나 대부분 월급생활자, 또는 자영업자는 비록 자신의 국민소득 영역에는 맞을지 모르나 가족의 평균 국민소득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의 747 정책으로 바꿔 말하면 4만 불, 그러니까 4인 가족의 한 가구에 16만 불이 되어야 한다. 우리 돈으로 1억 8천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좀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 문제도 그렇지만, 전문가 집단은 그저 자신이 운신해야 할 폭을 넓히지 못하고 언제나 주위의 눈치만을 살피고 침묵한다. 이렇듯 대 놓고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어정쩡하게 있는 부류를 ‘사꾸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래 사꾸라는 일본의 벚꽃을 말한다. 일본의 야쿠자들이 몸에 벚꽃 문신을 하고 돈만 주면 어디든 동원되어 행패를 부리고 세를 과시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치인에게 적용되어 국회의원이라는 선출직에 당당하게 뽑히고 나서도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당의 결정에 끌려다니는 정치인을 두고 사꾸라 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사이의 정치인이나 경제학자는 대 놓고 부르기도 어색한 사꾸라가 분명하다. 그들은 나설 곳에 나서지 못하고 당당할 곳에 당당하지 못해서 욕 같지도 않은 욕을 듣는 행위를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 놓고 욕하는 집단이 경제학자들이지만, 하나를 더 뽑으라고 한다면 해양계 학자들이다. 대학교수도 많고, 또 연구하는 집단도 적지 않지만 어떻게 된 게 그들이 설파하는 딱 부러진 이슈가 없다. 물론, 그들이 논문도 쓰고 점잖은 자리에서 무슨 학술회도 열었다고 하지만 그런 내용이 경제를 쉽게 설명하는 우석훈 교수나 선대인 교수처럼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많은 경제학자가 눈치를 보는 것처럼 그들의 밥그릇만 챙겨두고 강단에서, 그리고 그들이 패거리 집단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근데, 해양계 학자가 있기는 있는 걸까? 있다면 그들도 역시 사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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