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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보다 더 오래 사는 방법
남자가 여자보다 더 오래 사는 방법
  • 해사신문
  • 승인 2012.04.04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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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북한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남한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더러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도 있고, 또 처음 들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도 부지기수다. 탐오랑비(공금횡령), 발바라차(소형택시), 가두녀성(전업주부), 살물결(스킨로션), 따위는 처음 들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단어들이다. 그에 반해 재미있는 단어도 많이 보인다.

특히 전구를 표현하는 단어는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불알(백열등), 긴불알(형광등), 씨불알(쵸크등), 고자알(불량등), 떼불알(샹드리)로 표현하고 있다.

전구를 ‘불(火)의 알’로 표현해서 생긴 말인듯싶다. 처음 듣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그 말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는 단어도 있다. 가락지빵(도넛츠), 먼바다 고기배(원양어선), 손기척(노크), 나들문(출입문), 과일단물(쥬스), 부끄럼 가리개(브래지어), 으뜸 부끄럼 가리개(팬티) 따위가 그렇다.

오랜 분단의 현실 때문에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이질문화가 안타깝다. 북한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다이어트(Diet)라고 한다.

외래어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그 단어에 담긴 의미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많이 먹어서 살이 쪄도 시원찮을 판에 기껏 먹어서 통통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진 몸을 일부러 먹지 않고 살을 뺀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까닭에 미녀의 기준도 날씬한 몸매보다는 그래도 좀 살이 올라 있는 맏며느리 같은 통통한 스타일이 더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키가 크고 개미허리 몸매의 늘씬한 남한의 미녀는 북한의 기준으로 보면 허약한 여성이 되는 것이다.

북한사람들이 다이어트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쉽게 그들이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북한은 남한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고 그래서 더 많은 열량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이나 영양분을 더 많이 보충해야 하는 식사습관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성향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여성들은 과일이나 야채를 즐겨 먹고, 북한 여성들은 고기나 떡 종류의 고단백과 포만감을 즐기는 음식을 선호한다.

이런 식생활습관에 관해 대한민국의 굵직한 일간지 다섯 곳에서 일제히 기사를 실어 놓은 게 있어 흥미롭다. 물론, 필자가 보기에 그 기사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모두 똑같지는 않아서 우연한 일치로 비슷비슷한 내용이 따로따로 실렸다고 보이지만 그 기사들의 공통분모를 뽑아내라고 한다면 ‘나트륨(소금)’이었다.

짬뽕 한 그릇은 성인이 하루 섭취해야 할 나트륨의 두 배가 들어가 있다고 하고, 자장면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권고기준(2,000mg)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자장면 일 인분에 함유된 나트륨은 2,392mg이다. 한국사람들의 식사 습관은 언제나 국(湯)을 동반한다. 또 실제로 뜨거운 국을 마시면서도 ‘시원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뜨거운 온도에 숨겨진 짠맛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국이 식으면 그 짠맛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 그 국이 식기 전에 모두 먹어치우고 만다. 식약청은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와 함께 나트륨이 적은 음식 몇 가지도 소개했다. 회덮밥(744mg), 꼬리곰탕(766mg), 곰탕(823mg)이다. 카레밥(1,089mg), 볶음밥(1,203mg), 비빔밥(1,337mg) 등도 그나마 나트륨의 함량이 적은 음식으로 꼽았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나트륨성분의 함량을 조절하고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소금은 만병의 원인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나트륨 섭취량을 1/3로 줄인 핀란드는 국민의 전체 수명이 5년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 반면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섭취량의 2.4배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나이를 먹은 성인들에게는 고혈압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독이 바로 나트륨이라고 한다.

소금을 아예 먹지 않는 족속도 있다. 아마존 유역에 사는 야노마모족은 '고혈압 없는 종족'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여자 96세, 남자 104세. 평균 혈압은 최고 95㎜Hg, 최저 57㎜Hg이다. 정상혈압 기준(최고혈압 120㎜Hg 이하, 최저혈압 80㎜Hg 이하)과 비교하면 얼마나 안정적인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소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여자보다 남자가 무려 8년을 더 오래 산다는 게 필자는 더 당기는 유혹이다.

북한에서도 그렇고 남한에서도 그렇고 아직도 양쪽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삼삼하다.’라는 표현이다. 이 말은 음식이 맛이 있고 자극적이지 않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더러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식사습관이든 남한의 식사습관이든 몸매에 관계없이 좀 삼삼하게 먹어야 할 판이다. 하긴 남자가 여자보다 더 오래 살아서 좋아질 게 별로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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