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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리, 땅. 빵. 탕탕탕
소리소리, 땅. 빵. 탕탕탕
  • 해사신문
  • 승인 2012.03.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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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신문이나 지상파 언론에서는 못사는 사람들보다는 잘사는 사람들의 기사가 더 자주 등장하는 까닭에 서민들은 꽤 많은 사람이 잘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미국의 어느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바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비율이 8 : 2 정도라고 하니까 서민들 개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힘든 사람은 그저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몇몇뿐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워런 버핏 같은 갑부가 자기 재산의 상당수를 기부하겠다고 나서고 그걸 여러 언론에서 홍보한 사실이 서민들에게 깊게 각인되어 더 그렇게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돈을 팡팡 쓰는 부자와 서민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 또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부자, 갑부, 재력가 따위의 좀 듣고 싶은 부류에 속하게 되는 걸까? 더러 1% vs 99% 이야기를 하곤 한다. 부의 편중이니, 또는 양극화 현상을 자주 거론하지만, 사람들의 피부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 숫자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국민 전체 토지소유자 중 상위 1%인 50만 명이 전체 대한민국 토지의 56.7%(2만 7,492㎢)를 차지해 서울면적(605㎢)의 45.4배 규모다. 세대별 토지소유현황은 총 1,833만 세대 중 1,097만 세대(59.8%)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50만 세대가 전체 토지의 58.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제 그 말 많은 상위 1%가 실감이 나는지 모르겠다.

살벌한 이야기 같아서 재미있는 설문 조사 하나를 소개한다.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좀 비양심적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 조사는 부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또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노력해서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 잘살게 되었겠지만, 시쳇말로 비겁하게 살면서 돈을 모았을 수도(?) 있다는 빈자(貧者)들의 부러움에서 나온 설문인지도 모르겠다. 캘리포니아 대학과 토론토 대학의 공동 연구결과라고 하니까 좀 공신력은 있어 보인다.

주사위를 던져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50달러의 상품권을 받는 실험에선 모든 실험자는 똑같은 숫자가 나오게 되어 있었는데도 실험 대상자 중 일부는 상품권을 타기 위해 자신의 점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원은 “이 실험에서 거짓말을 한 부유층이 저소득자보다 3배나 높았다.”라면서 “이 연구 결과는 부유층이 저소득층보다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패턴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또 아이들을 위해 캔디를 남겨뒀다고 말한 뒤 이 캔디를 먹는지를 관찰한 실험도 있었다. 실험 결과 상류층 실험자들이 다른 계층보다 2배 많은 캔디를 먹었다. 연구진 측은 “아이들을 위한 사탕 실험에서 보듯 상류층이 저소득층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분히 필자의 견해지만, 위의 단순한 실험만으로 부자들을 비도덕적이라거나 또는 자선을 베풀지 못하는 부류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자들은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집착지수는 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어떻든 생존경쟁이나 남에게 뒤처지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습관화된 것이다.

그들에게 총을 준다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어떤 재물을 위해 총을 쏠 것이다. 만약에 한국의 재벌들이 총을 쏜다면 아마 그 총소리는 분명히 ‘땅, 땅, 땅…….’이 될 것이다. 땅이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생존경쟁을 위해 총을 쏜다면 그 총소리는 아마 ‘빵, 빵, 빵……. ’정도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빵이나 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땅까지 생각하기는 아직 요원한 궁여지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부자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고, 그렇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화두를 내 던지고 있다. 앞서 말한 워런 버핏이 그렇고 현금이 가장 많다는 빌 케이츠가 그렇다. 며칠 전에는 중국의 알아주는 갑부가 자신이 죽으면 재산의 90%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을 했다.

좀 부끄럽지만, 한국은 부자가 사회에 많은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리를 쉽게 듣지 못한다. 그저 떡볶이 장사를 하던 할머니가 대학교에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했다거나, 또는 그런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이야기만 가끔 등장할 뿐이다. 물론, 안철수 교수처럼 1,500억을 사회에 내놓은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부자들처럼 그런 행위가 자주, 광범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부자의 총소리가 땅땅땅 이었다면, 서민들의 총소리는 빵빵빵. 그러나 그런 반복적이 총소리를 연상할 때면 필자의 귀에는 여전히 갑판 위에서 페인트 작업을 위해 녹을 털어내며 수고를 아끼지 않는 선원들의 깡깡망치(Chipping Hammer) 소리만 길게 들린다. 그 아름다운 소리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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