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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만들어 본 해운역사 하나
억지로 만들어 본 해운역사 하나
  • 해사신문
  • 승인 2012.03.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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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신라의 무장. 해적들의 인신매매를 근절시키려고 해로의 요충지 청해에 진을 설치하고 청해진 대사로 해적을 완전히 소탕했다. 840년 일본에 무역사절을, 당나라에 견당매물사를 보내어 삼각무역을 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신라 후기의 대상이었던 장보고 이야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오래전에 당나라까지 진출해서 무역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 당시에 인신매매가 있었다는 게 흥미롭지만, 자신의 무역활동에 방해되는 해적을 소탕하고 무역의 영역을 넓혔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역사적인 인물, 그중에서도 한반도의 해양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언제나 회자하는 인물이 바로 장보고다. 어찌 보면 해운경기가 예전과 같지 못한 요사이에는 나라를 지킨 해군 제독 이순신보다 바다를 통해 재화를 만들어 내고 산업으로 육성시킨 장보고가 오히려 더 주목받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그는 최초로 바다를 통해 무역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도자 중에서도 해운업을 했던 분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다. 1944년 3월 목포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목포상선회사를 경영해서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는 “제2의 장보고 시대를 열어 해양민족의 전통을 살려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그가 해운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기 위해 그렇게 역설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의중은 삼면이 바다이고 그래서 더 넓은 세계를 개척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세계화 시대를 만들어가자는 속내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정책적인 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선진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군함이 부러웠던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지스함을 건조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초기 조선소도 만들기 전에 선박을 수주했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오래지 않은 사건이지만 전설이 되어 있다.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만들겠다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물건을 팔고 싶어도 그 물건을 실어나를 배가 없었던 시대이기도 했지만, 외국 선사의 배를 빌려 쓰기에는 그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직접 배를 만들어야겠다고 작심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는 조선소를 운영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의 외판에 바르는 페인트가 너무 비쌌다. 그래서 그는 직접 페인트를 만드는 공장을 만들어 버렸다. 그게 지금의 KCC(고려페인트)다. 페인트뿐만이 아니었다. 그 당시 선박을 움직이는 엔진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었다. 처음에 독일의 B&W사와 합작해 현대 B&W를 만들어 냈지만, 지금은 독자적인 기술로 엔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쿠바에서 대 히트를 하고 있다는 힘센 엔진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해운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면 역시 정주영 씨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의 행적이 온전히 해운발전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해운사가 그렇게 길지 않았던 까닭에 초창기 배를 운항했던 선주들은 세 가지에 놀랐다고 한다. 부산에서 신발제조 업체를 하면서 돈을 많이 모아 재벌이 된 어떤 사람이 처음 배를 운항하면서 했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무슨 놈의 배가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는 것과 배를 운항해서 얻은 수익이 그렇게 엄청날 줄은 몰랐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무슨 놈의 선원 월급이 그렇게 많으냐는 것이었다. 그가 허투는 소리로 하는 말 중 선박의 인수 가격이 비싼 거야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신발공장에서 신발 수천 개를 찍어내야 벌 수 있는 돈을 선박은 단 며칠 만에 벌어들여서 나온 이야기였다. 역시 마찬가지로 신발공장에 다니는 아가씨 월급의 열 배 정도를 선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불만 아닌 불만이었기 때문에 나온 우스갯소리다. 굳이 그 당시와 월급의 비교 우위를 정한다면 오히려 현재의 선원들은 화폐의 가치로 보아 그렇게 많은 월급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육상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급료는 상승했지만, 해상인력의 급료는 오르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오랜 과거사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바다를 걱정하고 또 해양에 미래를 두고 집착했던 사람들은 있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지금은 장보고나 이순신 같은 국가를 위해 해양에 헌신한 인물들이나 해양대국을 꿈꾸었던 강력한 지도자, 또 지금 대한민국을 선박대국으로 만든 정주영 같은 열정적인 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단한 업적은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 기지를 만들었다. 최근에 중국이 그곳을 두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기 전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나마 그곳에 미리 우리의 말뚝을 박아둔 것 같아 이제 그조차도 치적으로 삼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이 정부의 무리수조차 나중에 좋은 평가로 남아 여러 사람이 이룩해 놓았던 것처럼 좋은 치적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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