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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을 대신한 담배연기
옥시토신을 대신한 담배연기
  • 해사신문
  • 승인 2012.03.1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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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중국의 임표는 술도 담배도 멀리했는데 63세에 죽었고, 주은래는 술을 즐기고 담배는 멀리했는데 73세에 죽었다. 모택동은 술은 멀리하고 담배를 즐겼는데 83세까지 살았고, 등소평은 술도 즐기고 담배도 즐겼는데 무려 93세까지 살았다. 그리고 장개석군대의 부사령관을 지낸 장학량은 술과 담배와 여색을 모두 가까이했는데도 103세까지 살았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128세나 되는 중국 최고령의 노파를 인민일보 기자가 만나 건강비결을 물었다. 그분의 대답은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담배는 건강에 나빠! 그러니 피우지 마. 나도 5년 전에 끊었어.”

담배, 술, 섹스가 과연 장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물론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어서 흥미롭다.

의사들은 담배가 무조건 해롭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독성 물질로 취급해 버린다. 미국의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에둘러 표현하지 못하고 은근히 담배를 피우는 의사들의 숫자를 공개하기도 하고 담배를 즐기면서도 장수한 사례를 조심스럽게 발표하기도 한다. 또 심리학자를 동원해서 담배가 정신건강 측면에서 해로움 보다는 이로움이 많다는 논문까지 만들게 한다. 그럼에도, 담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을 때 법원은 언제나 피해를 본 사람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판결한 판사도 그 판결을 하고 나서 휴게실로 돌아가 담배를 피웠다고 하니까 담배의 그 중독성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술에는 여러 가지 견해가 상충한다. 술의 역사야 너무 오래 진행되고 있어서 심지어 고대인이 그려 놓은 벽화에도 그 흔적이 발견된다고 한다. 술병과 물병은 그 자체가 생긴 게 다르다는 이유겠지만 그런 벽화가 아니더라도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에서, 그리고 성경에서조차 술은 등장한다. 어떻든, 술 자체는 많이만 마시지 않으면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건강에 좋다는 그 적당한 양이 어느 정도라고 정해 주지는 못한다. 그저 한잔 또는 두 잔 정도는 건강에 좋다는 어설픈 가설만 있을 뿐이다. 물론, 술 자체가 혈액순환을 도와서 몸을 덥게 하거나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다.

섹스는 술, 담배와는 다르다. 의사들의 말을 빌리자면 섹스는 많이 할수록 좋다는 태도다. 그 예로 섹스의 횟수가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프랑스 사람들의 건강함을 들었다. 사랑할 때 예외 없이 옥시토신이라는 ‘사랑의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딱히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엄마와 아기,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완동물과 함께 있을 때, 심지어 자신의 아내가 아닌 상대가 애인(?)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적으로 밀착할 때는 여지없이 뇌에서 분비되는 게 바로 옥시토신이라는 뇌 분비물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최초로 옥시토신에 대해 장황하게 써 놓은 의사의 논문 마지막에는 의미 있는 토씨를 달아놨다. ‘옥시토신은 자신이 분비하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언제나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해 놨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종교인 중에서 천주교 사제인 신부님들은 담배를 피운다. 개신교의 목사나 불교의 스님들과 다르게 대 놓고 피워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담배는 무조건 해롭다고 의사들이 진단한 독성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부님을 대신해서 천주교 신자들이 이야기할 때는 ‘신부님이 그것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라고 했다. 시쳇말로 옥시토신을 분비해야 할 상대도 없이 혼자 사는 남자에게 담배조차도 피울 수 없게 한다면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 하는 이야기다. 의사들이 무한정 권고하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억제하면서 사는데 그 정도는 봐 주자는 이야기와 같다.

며칠 전 휴가차 하선한 선배를 만났다. 오래전에 담배를 끊었던 분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배를 타면서 다시 담배를 피웠고, 술을 끊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담배를 끊는 경우와는 반대의 행태라 그 이유를 물었다. 술은 과음하면 자칫 실수할 수 있으니까 배에서는 끊어야 하고, 담배는 장소만 잘 가려 피우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 피워도 괜찮다는 것이다. 물론, 그분의 견해일 뿐이지만 그렇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그 견해를 달리한다. 신부님들이 담배 피우는 행위를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준다면 선원에게도 그렇다. 술도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 아니면 마셔도 된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다. 왜냐고? 그들에게도 요원한 것은 술도 아니요 담배도 아닌 옥시토신의 분비가 아닐까? 그저 용서해 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신부님도 그렇고 선원도 외롭다는 이야기다. 술, 담배는 건강에 다소 해로울 수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최고의 기호품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건강을 이유로 기호품을 멀게 하는 건 죄악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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