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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뱃길 조기개통 급급해 안전은 뒷전"
"아라뱃길 조기개통 급급해 안전은 뒷전"
  • 김미득
  • 승인 2011.09.02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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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도선사회 진노석 회장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건설되는 경인아라뱃길이 오는 10월15일 개항될 예정이다. 그러나 경인아라뱃길의 통항폭은 통항할 선박들의 길이에도 못 미치는 80미터의 수로로서 선박안전 운항에 취약한 구조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항 입구에서 경인항 갑문까지의 항로는 협소하고 유속이 빨라 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인아라뱃길의 도선을 담당할 인천도선사회는 최근 국토해양부에 경인아라뱃길의 선박통항 안전 제고를 위해 충분한 회수의 시뮬레이션과 도선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것 등 6가지를 요청해둔 상태이다.
진노석 인천항도선사회 회장으로부터 경인아라뱃길의 안전운항을 위해 개항전 갖춰야할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경인아라뱃길의 도선구간은 어떻게 결정됐는지
“인천터미널에서 김포터미널까지 도선구간이 되며 도선시작점이 어디로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인천청에서는 인천터미널에서 3마일 떨어진 ‘인천정유 부근 한계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지점은 큰배들이 인천정유를 오가고 있으며 모래운반선 등 잡종선이 많이 있어 사고의 위험이 높다. 인천항도선사회에서는 위험도가 덜한 월미도앞 ‘서두암부근’을 요구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이 우리나라 첫 내륙 수운인만큼 도선사분들도 낯설고 도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듯한데…안전한 도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경인아라뱃길은 해상물류 국책사업인 만큼 인천항 도선사들은 최선을 다해 그 성공적 운영에 그간의 경험과 기술로서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경인항은 인천항 항계 내에 위치하며 갑문이 설비되어 있으므로 경인항 및 아라뱃길을 기항하는 선박의 도선요청에 인천항 도선사들이 도선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있기는 하나, 갑문이라는 동질성 이외는 인천항 도선사에게도 낯설고 위험을 가늠하기 어려운 항행 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10월에 하루 18명의 도선사가 아라뱃길 단독 및 교행 통항 시뮬레이션을 해양연구원에서 수행한바 있고 올해 7월에 인천항 도선사 전원을 상대로 한차례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 전부이다. 통상 새로운 길을 도선하기 위해서는 200회 이상 도선훈련을 하고 있고 인천항과 같은 갑문으로 이뤄진 어려운 도선길은 400회하고 있다.

도선법 시행규칙 제22조(도선사의 다른 도선구에의 배치)와 제23조(도선훈련)에서도 기존의 도선사를 다른 도선구에 배치하고자 할 때에는 3월 이내에 100회 이상의 도선훈련을 받도록 되어 있다.

우리 도선사들은 최소한 4회 도선실전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수자원공사에서는 하루 배를 차터링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며 아직까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개항의 시기가 다가올 수록 선박안전 통항에 걱정과 아라뱃길 내 선박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아라뱃길은 통항폭 80미터의 수로로서 통항할 선박들의 길이(LOA)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한번 항해를 시작하면 10마일의 주운수로를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항해를 지속해야 한다.

또한 본선의 기관이나 조타 고장 등으로 선박의 조종이 불가하게 되면 즉시 운하 측벽과 접촉하게 되어 선체손상은 물론 운하 시설물 손상 및 기름오염사고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척이 열을 이뤄 순차통항을 하는 경우 1척의 선박이라도 이러한 사고를 일으키면 후속 선박 또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유사한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지는 등 사고에 속수무책이다. 도선사들은 사고시 책임면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라뱃길을 도선하고 싶어하는 도선사는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충분한 회수의 시뮬레이션과 개항 이전 실제 통항할 선박으로 도선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천항 도선사들을 외국의 운하에 파견해 실습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또는 외국의 운항항해 경험이 충분한 선장이나 도선사를 초빙해 수습하게 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개항 후 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지난 겨울의 경우 인천항도 결빙으로 접안을 못한 경우도 있는데 아라뱃길은 해수와 한강의 담수가 혼합되어 겨울철 인천항보다 더 빨리 얼어 겨울철 운항이 폐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선박 사고 발생시 3000톤의 해상크레인을 통해 선박을 인양한다는 정부 대책안이 있으나 16미터 높이의 다리들을 통과할 수 없다. 인천대교를 경우도 5만 리터 기름만 흘려도 즉시 운행이 폐쇄된다.

운항사들의 선박운항 계획에 따르면 김포까지 정기선이 하루 1척, 비정규선박이 주 1회 등 연간 최소 52척이 400회를 운항할 예정이다. 그간 베테랑 도선사도 도선 시뮬레이션 결과 20~30%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발생시 해결책 마련보다는 예방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운하만 만들어 놓고 도선사 및 선장들보고 알아서 안전운항하라는 식은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최근 정부에 경인아라뱃길의 선박통항 안전제고를 위한 의견을 제출했는데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외에 또 요구사항이 있다면?
“인천항 3,4부두의 경우 폭이 경인아라뱃길보다 2.5배 큰 180미터이나 안개로 인해 통항에 위험할 때가 많다.

경인아라뱃길의 경우 10마일 주운수로를 도선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폭이 좁아 안개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안전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국토해양부와 관련정부 관계부처에 건의를 해 놓은 상태이다.
특히 안개가 낄 경우 폭이 좁아 시야는 물론 레이더를 방해하는 간섭파 때문에 레이더항법도선이 불가능해 외국의 운하와 같이 주운수로 중간 중간에 비상 계류장 설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김포 터미널 근처인 굴포지역에 비상계류단지가 1개 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

또한 파나마운하의 경우에도 좁은 운하구역을 지나갈 때 안전운항을 위해 본선 뒤에서 지켜주는 선박(Tail Tug)이 있다.

경인아라뱃길은 운항 도중 배를 멈추기 위해 후진을 하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선박이 운하벽에 부딪히게 된다. 자연수로는 흙으로 되어 있어 선박의 피해가 적을 수 있지만 경인아라뱃길은 인공수로라서 시멘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충돌시 선박파공으로 인한 기름 유출은 물론 인명사고도 우려된다. 그러므로 2000~3000마력의 Tail Pug가 필요하며 운항선박에는 2축(Twin Screw)의 추진기 또는 뱃머리를 돌릴 때 조종을 도와주는 Bow Thruster 설치를 의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주운수로 통항 전 선박의 PSC(항만국통제) 수준의 사전 점검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아라뱃길의 모든 선박 통항을 VTS(해상교통관제)가 완전히 통제해야하며 일단 주운수로의 항해를 시작하면 반대편으로 완전히 한번에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통항 한계 풍속이나 시정을 고려해 항해 시작 단계부터 통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인아라뱃길의 도선료는 산정되었나?
“주운수로의 운항 가능 폭이 통항 선박의 길이 이하로 인해 조종성능이 매우 저하되고 경인아라뱃길은 인천대교, 제3연육교 및 영종대교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도선하는데 난이도가 매우 높다. 북항 입구에서 경인항 갑문까지의 항로는 협소하고 유속이 빨라 선박 조종성이 극히 저하되어 사고 위험성이 증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라뱃길의 인천터미널까지 항해 중 남항 입출항선, 인천갑문 입출거선, 북항 및 SK인천정유 입출항선 및 거첨도 모래바지선들과 계속해 만나게 되므로써 충돌 사고 위험이 높다.

경인항 갑문도 인천갑문과 달리 방조제가 없어 조석과 조류의 영향을 횡방향으로부터 직접 받게 되어 위험이 크다. 또한 아라뱃길에 사무실을 따로 마련할 수 없어 인천항에서 왔다 갔다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도 인천항보다 많이 든다.

경인아라뱃길 선사들은 초기 물량이 없다보니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사업자로서 원가 이하로 낮출 수는 없는 입장이고 원가와 위험도를 감안해 도선료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인아라뱃길 개통과 관련 정부와 업계에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기 개통도 중요하지만 안전운항을 위한 준비가 철저히 됐으면 한다. 즉 개항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한 후 운항을 시작하고 안전장비를 갖춘 최신식 선박을 투입했으면 한다.”

-독자들을 위해 인천항도선사회를 소개해준다면
“인천항에서의 도선은 갑문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도선을 하기 어렵고 겨울철에는 강풍이 불며 여름철에는 안개가 많이 끼고 또한 조류가 강해 국내 항만중 가장 많은 45명의 도선사가 있으며 도선사를 지원하는 기사 및 직원 등은 4500명이 있다. 도선선은 총 10척이 있으며 차량은 10대를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선사를 꿈꾸는 젊은 해기사들에게 조언 한 말씀해 주신다면
“우선 성실한 선박생활을 해야 하며 도선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준비를 해야 한다.”

He is…진노석(陳魯錫) 회장은 1954년 3월7일 합천에서 태어나 74년 목포해양대학 항해학과(20기)를 졸업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와 서울대학교 해양정책 최고위 과정을 졸업했다.
74년~96년까지 외항선 항해사 및 선장을 거쳐 97년 2월 인천항 도선사를 개업해 올해로 경력 36년의 베테랑 도선사이다.
또 2001~2002년까지 인천항 도선사회 선박이사를 역임했으며 올해 3월부터 인천항 도선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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