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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실적 선상(船上) 보고제도 폐지해야
어획실적 선상(船上) 보고제도 폐지해야
  • 해사신문
  • 승인 2005.02.0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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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어획실적 보고제도는 1998년 한·일 어업협정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어획실적 파악의 중요성이 인식된 직후인 2000년도에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5톤 이상의 어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선박안전조업규칙 제21조의 규정에 의해 조업 중 선상에서 어업무선국에 위치보고를 하면서 조업상황 및 어획실적을 함께 보고하도록 돼 있다.

또 선상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항후 3일 이내에 업종별 혹은 지구별 수협이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조업상황 및 어획실적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5톤 미만의 어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어업허가를 받은 어업인이 월별로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보고내용은 어선번호, 업종, 선명, 보고자의 주소, 성명, 조업일자, 조업해구(소해구), 인망횟수, 어종, 어획량(kg) 등이다. 어획실적보고 제도가 충실히 운영될 경우 각 어선의 조업활동을 항차별뿐만 아니라 인망단위별로도 파악할 수 있어서, 수산자원의 평가 및 정부의 어업관리정책 결정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어획실적보고 제도에 대한 현재 어업인들의 순응도는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보고 내용에도 허위 혹은 왜곡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톤 미만의 어선의 경우에는 사실상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5톤 이상 어선의 경우에도 어획량을 기준으로 할 때 보고비율이 20~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획실적 보고제도와 관련해 최근에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동 제도에 대한 순응률과 보고 내용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보고의 기술적인 어려움과 비밀사항의 노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선상에서 어획실적을 보고할 경우에는 어획물의 정확한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음성무선통신에 의한 보고 내용이 인근 어선에 노출됨으로써 조업과 관련한 비밀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어획실적 보고에 대한 비밀 보장은 현행 법규정에 의해 보장되고 있지만, 음성무선통신에 의한 보고내용이 인근 어선이나 상인에 의해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조업상황이나 어획실적을 음성무선통신으로 보고하는 사례를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어획량할당제도 및 양륙항지정제도와 관련해 입항을 앞둔 어선이 음성무선통신으로 입항할 어항과 개략적인 어획물의 총량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하는 경우는 있지만, 상세한 조업상황과 어종별 어획량을 음성무선통신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어획실적보고제도에 대한 어업인의 순응률을 높이기 위해 음성무선통신에 의한 선상보고 제도를 폐지하고 서면보고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동 제도를 어업의 현실에 맞게 개편함으로써, 그 합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서면보고에 따른 어업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양륙항에 어획실적 보고서를 접수하는 대행기관이나 대행인의 배치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어업인이 그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업인 지원제도와 연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현재 조업을 전제로 공급하는 어업용 면세유를 어획실적 보고를 통해 확인된 출어 횟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어획실적 보고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연근해 어선의 조업상황 및 어획량 파악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동기가 아무리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정책이 현실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당위성은 인정될 수 없다.

어획실적 보고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과 어업인에게 돌아가는 불편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명백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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