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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항로 산증인 신의철 부관훼리 부사장
한일항로 산증인 신의철 부관훼리 부사장
  • 부산=윤여상
  • 승인 2010.08.3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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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겐 '信賴', 직원에겐 '人和', 업계엔 '相生' 강조
대담.글.사진=윤여상 취재부장

최초의 한일항로 국적선사인 부관훼리가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간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부관훼리는 한일 양국이 민간외교와 교류차원에서 항로개설을 논의하면서 설립돼 지난 1970년 한일항로에 최초로 카페리를 취항시킨 원조업체다.

당시 20대의 나이로 이 회사에 입사해 여객부의 발권업무를 보던 한 청년이 40년이 지난 지금은 부관훼리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진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 신의철(申宜澈.65) 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

신 부사장은 취항 40주년을 맞은 부관훼리의 산증인이자 한일항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그는 40년간 한일항로에 도전한 많은 업체들의 명멸을 지켜보아 왔다. 한일항로에는 40년은 고사하고 그 절반인 20년이 된 업체도 전무하다. 심지어 불과 수개월만에 문을 닫은 업체도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길을 40년간 단 한번의 사고없이 고객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온 비결은 무엇일까.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이에 대한 비결(?)을 들었다..
<취항 40주년을 축하드린다. 정말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부관훼리의 40주년과 같이 하셨는데 그동안 발자취에 대해 설명해 달라.>

1960년대 말에 한일 양국이 외교회복과 교류확대를 위해 항로개설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시 대기업들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부관훼리의 창업주인 故 정건영 회장께서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구자적 정신으로 항로을 개설하고 운항을 단행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나 현재에는 한일항로의 모태로 양국간 민간외교와 문화교류의 한축을 담당해 왔다고 자부한다.

1970년 취항 당시 3800톤급 선박으로 234명의 여객과 30대의 승용차를 실어날랐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의 협력사인 칸코키센(관부훼리)과 더불어 1만6000톤급 선박 2척이 매일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승객과 화물을 나른다.

우리의 개인적인 발전도 발전이려니와 한일항로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어려움을 헤쳐온 경험이 다른 업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40년 동안의 구체적인 실적도 궁금하다. 얼마나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어날랐나. 그리고 한일간 교류에 부관훼리의 역할을 듣고 싶다.>

1970년 취항 이후 지난해까지 430만명의 승객이 우리 부관훼리를 이용했다. 실어나른 컨테이너 갯수도 120만개(20피트)가 넘는다. 여객 실적이 매년 2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니 올해 실적을 합하면 450만명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40년의 역사라는 시간도 있지만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자랑스러운 실적을 달성한 것은 고객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우리의 노력과 의지를 고객들이 경험으로 신뢰하고 성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같은 물질적인 성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일간 다방면의 교류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이다. 처음 취항도 한일간 외교의 물꼬를 트기 위한 차원으로 논의가 제기돼 추진이 됐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부관훼리는 한일간 인적-문화교류 등에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한다.

며칠전 부관훼리 선상에서 한일 대학생들이 역사토론을 위해 같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40년간 한일 양국의 국민들이 부관훼리를 통해 오갔다.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창업자인 고 정건영 회장은 우리 회사의 설립이념을 '한일 양국간 우호증진을 위한 가교'로 삼았다. 아드님이신 현재 사장님께서도 이같은 유지를 받들어 경영방침으로 세우고 있다.
<한일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 40년 동안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비결이 있을텐데.>

원칙에 충실했을 뿐이다. '편안하게 고객을 모시겠다.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려 40년 동안 노력했다. 40년 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누구도 곧바로 흉내낼 수는 없다.

그점을 고객들이 신뢰해온 것이다. 한번 신뢰를 맺고 거래를 해온 고객들은 파트너쉽을 가지고 우리와 지속적인 거래를 해오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기업들이 부관훼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우리 선박을 이용해 첨단제품을 실어나르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요타자동차가 우리 선박을 통해서만 승용차를 부산으로 나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신종플루 등 여러가지 이유로 감소했던 여객이 올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7월 여객 수송실적에서 부관훼리가 70%에 육박하는 증가세로 고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만으로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니 놀랍다. 하지만 타 선사에 비해 부관훼리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40년간을 유지해온 부관훼리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우선 일본의 협력사인 관부훼리와 2척의 선박을 이용해 데일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랜 운송경험과 더불어 안정적인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복합운송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화물처리의 다양성도 크고 일본에서 협력사가 연근해 카페리를 취급해 다양한 루트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이 루트를 통해 화물을 집하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시너지효과와 이미지 향상도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대기업의 첨단제품이 항공을 이용하지 않고 우리 선박을 이용하는 것은 안전성이 실험을 통해 검증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전성과 적시성, 고객의 다양한 물류 선택성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또한 40년간의 시간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일 양국에서 할아버지가 이용했던 서비스를 이제는 손자가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가 입증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일본 시모노세키에서는 이제는 우리가 남이 아닌 가족으로 대우받는다. 가능한 모든 협조를 다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타 업체에서 하지 못했던 부관훼리만의 전용선석과 전용CY, 수입보세장치장도 자랑하고 싶다. 우리만의 장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주에게 보다 나은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결코 가볍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부사장께서는 40년간 부관훼리에 몸담아오셨다. 특별한 경영철학과 지론이 있으실텐데.>

앞서 얘기한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지만 강조해도 모자란 것이 '신뢰(信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담금질하고 있다. 눈앞의 한푼의 이익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40년을 무난히 업계 1인자로 유지해 왔듯이 앞으로 40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인화(人和)'다. 저의 지론은 한번 부관훼리에 몸담은 사람이면 가족으로 삼는다. 살펴보시면 알겠지만 수십년 근무한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따라서 동종업계에 비하여 이직율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살려 직원들의 경험과 축적된 Know-How를 바탕으로 보다 질 높은 대 고객서비스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가 지금까지의 부관훼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되며 늘 함께 가족적인 분위기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40년을 이어온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 최근 정부의 카페리정책과 업계간 과당경쟁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맏형격으로서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40년간 업계에 몸을 담았다. 처음 20년간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우리 회사가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시장을 개척해 가며 토양을 일궈온 터전 위에 여러 업체가 뛰어들었고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살아남고 도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로 인해 국제적인 이미지 추락과 동종업계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키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카훼리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관계기관에서 더욱 꼼꼼하고 세밀하게 검토한 후 면허를 발급하여 주었으면 좋겠다.

동종업계에 대해서는 '상생(相生)'을 강조하고 싶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랄까. 같은 어려움을 같이 겪고 있음을 안다. 작은 이익을 다투기보다는 업계발전을 위한 동반자로서의 협력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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