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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경찰관...이정포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가슴이 따뜻한 경찰관...이정포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 부산=윤여상
  • 승인 2009.06.0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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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명품 해경 위해 공부하라' 채찍질 하는 지휘관
대담=윤여상 취재부장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실이 확 바뀌었다. 벽에는 그림이 걸리고 클래식 음악이 자주 들려온다. 책상에 놓여있는 보고서에는 시 한편도 들어있다. 딱딱한 경찰관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이정포(59) 경무관이 남해안 해역의 치안을 총괄하는 남해해경청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청장은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고, 그리고 시를 좋아하는 특별한(?) 청장이다.

이 청장은 국민을 섬기고 이에 걸맞는 해상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의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을 즐겁게 해주는 경찰관이야말로 진정 국민을 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청장은 빡빡한 일상 속에서도 짬짬이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직원들에게 당부를 한다. 본 기자가 만난 자리에서도 이 청장은 시종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줬다.

남해청의 청사 입구도 달라졌다. 입구 로비에 직원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휴게실도 만들었다. 시집도 구비돼 있고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따뜻한 가슴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 청장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 청장이 업무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해경의 모든 업무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남해안 특성에 맞는 정책발굴에 나섰다. 현재 세부적으로 남해청만이 추진하는 계획만 20가지가 넘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 청장의 이러한 의욕덕에 바빠지고 피곤(?)한 것은 직원들. 이 청장 취임 이후로 직원들은 정신이 없다. 기자와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이 청장은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담당자를 불러 미흡한 점은 단호히 꾸짖고 시정을 지시했다.

이 청장은 "획일적인 정책보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이에 맞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이를 위해 해양경찰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관할지역과 막중하고 위험한 임무수행에 비해 해경의 처우와 위상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해경이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맡은 바 임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이 청장의 답은 간단하다.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는 해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장대응 능력을 키우고 업무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국민에게 사랑받는 해경이 된다는 것이 이 청장의 얘기다.

이 청장의 이런 지론으로 남해청 직원들은 매년 2차례씩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인사나 인센티브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순경에서 출발해 경무관이 되기까지 현장업무에 정통한 이 청장은 '명품 해경'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간부로 해경에 입문한 직원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이 청장은 직원들을 업무에서 만큼은 혹독하게 다룬다.

하지만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도 각별하다. 이 청장은 자신이 겪어봤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를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고생하는 부하직원들을 청장실로 불러 아끼는(?) 차를 대접하고 고충을 자주 듣는다.

이 청장이 외부에서 특강 등으로 받은 수고비도 직원들의 몫이다. 호통치는 청장이지만 직원들은 해경을 사랑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청장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해청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해경에 몸담은 이 청장의 30여년의 세월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청장이 직접 설명해준 남해청의 주요정책을 간략히 옮겨봤다.

- 청장님이 주장하시는 명품 해경은 무엇인가.

국민을 잘 섬기는 해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뜻을 알아야 한다. 가슴으로 국민을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남해청 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이 마음을 받드는데 노력할 것이다.

알다시피 국민을 제일 처음 맞닥뜨리는 곳이 일선 파출소나 함정이다. 따라서 우리 남해청은 '명품 파출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할서 별로 우선 1곳씩 5개소를 만들어 시범 운영 후 이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명품 파출소에는 직급도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파견해 그동안 열악했던 파출소 서비스를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이 구성돼 활동 중이다. 이번 여름 개소가 목표다. 국민들이 진정한 치안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바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해경이 즉시 나타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

사고가 많은 해역의 정보를 담은 바다 안전망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완성단계에 있어 현장 배포를 앞두고 있다. 연안 3마일권내의 173개 취약해역에 관한 모든정보와 사고발생시 대응 매뉴얼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율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취약해역에 함정이나 장비를 집중배치해 신속하고 원활한 구조가 이루어져 인명피해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함정의 효율적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대형경비함 1척이 관할하는 해역이 부산시 면적의 16배에 달한다. Any Time, Any Where!, 즉 사고가 있는 곳에 함정이 배치될 수 있도록 공간통계기법 전문가들과 운용체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 남해안 주요해역별 방제정보를 담은 지도도 제작하고 있다던데.

지난해 전체 오염사고 중 건수로는 60%, 오염량으로는 95%가 남해안에서 발생했다. 무엇보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남해청은 320여개의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특별민감해역을 정해 각 관할서별로 4~5곳을 집중관리할 수 있도록 방제정보 지도를 제작 중에 있다.

2007년 태안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사고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들의 힘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고예방을 위해 방제정보 제작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바다를 향한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국민들의 소득이 높아져 감에 따라 바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바다의 날을 맞아 우리 남해청도 여러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해양보전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공부하는 해경을 만들기 위해 매년 2차례 평가를 한다고 했는데 직원들이 힘들어 하지 않겠나.

물론 막중한 업무량으로 힘은 들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해경을 생각한다면 더욱 빨리 추진됐어야 할 일이었다. 3500여명의 우리 모든 남해청 직원들이 현장에서나 일반 업무에서 전천후가 돼 대국민 서비스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현장대처는 물론 관련법령 등이 포함된 교재를 만들고 있으며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가 되고,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인사 등에 있어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 청장으로서 임기가 한계가 있으실텐데... 차후 이러한 정책이 계속 추진이 될 것으로 보는가.

물론 임기가 짧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미래 해경을 위해 좋은 정책이라면 영속성 있는 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남해해경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평가를 받는다면 전 해경으로의 파급되는 것도 기대해 볼 만 하지 않은가. 지켜봐 달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앞으로의 각오와 소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해경, 국정철학을 받드는 해경, 미래경쟁력을 키우는 해경이라는 핵심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세부추진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임 청장들이 닦아논 터전 위에 직원들과 혼신의 힘을 다해 신뢰받는 조직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으로 앞으로 나갈 것이다.

남해안은 연간 22만척이 넘는 선박들과 5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가슴으로 국민을 섬기는 우리 남해청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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