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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 세월호 이준석 선장 "유족 그분들 얼굴 어떻게 보겠나" 사죄
'무기징역' 세월호 이준석 선장 "유족 그분들 얼굴 어떻게 보겠나" 사죄
  • 해양안전팀
  • 승인 2024.03.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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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7일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면회한 장헌권 목사의 메모. '눈물이 나온다', '큰 잘못을 줘서 마음이 아프다', '입이 열개라도', '자다가도 눈물이 나온다'고 적혔다.(장헌권목사 제공)2024.3.11./뉴스1
3월7일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면회한 장헌권 목사의 메모. '눈물이 나온다', '큰 잘못을 줘서 마음이 아프다', '입이 열개라도', '자다가도 눈물이 나온다'고 적혔다.(장헌권목사 제공)2024.3.11./뉴스1

 


10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홀로 탈출했다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이준석 선장(79)이 희생자 유족들에 사죄의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여러 명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 등 사고 당일에 대한 양심고백은 하지 않았다.

11일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67)에 따르면 장 목사는 지난 7일 오후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이 선장을 면회해 이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선장은 201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광주 세월호 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로도 활동하는 장 목사는 이 선장과 세월호 선원들의 양심고백을 호소하며 옥중에 있는 그들에 편지를 보내며 소통해왔다.

10년 전인 2014년 10월부터 이 선장에 편지를 보냈고 2018년 1월 그와 처음 면회도 했다.

이 선장은 장 목사에 7통의 편지를 보냈으나 2022년부터 연락이 끊겼고, 코로나로 면회도 어려워졌다. 그러다 이 선장의 안부를 묻기 위해 장 목사는 이번에 다시 면회 신청을 했고, 만남이 이뤄졌다.

15분간의 면회에서 이 선장은 "세월호 참사 10년인데 피해자 가족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장 목사의 질문에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가슴 아프게 한 분들을 있게 해서 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이 선장은 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이 나온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내가 그분들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얼굴을 본다고 해도 차마 할 말이 없다"면서 "내가 못할 일을 해서 반성한다. 상처를 많이 줬는데 그 상처를 위해 목사님이 기도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장 목사에 따르면 이 선장은 장 목사와의 면회 내내 눈을 직접 마주치지 못했다. 장 목사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노안으로 눈이 좋지 않아 글을 쓰기 어려워서라고 설명했다.

이 선장은 장 목사가 보내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있다고 했다. 장 목사는 이 선장에게 영치금 5만원과 비스킷, 음료수, 자신이 쓴 '서울 가는 예레미야' 시집을 전달했다.

장 목사는 이 선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긴 했으나, 유가족들이 바라는 양심선언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다는 심경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였던 고 오모씨가 2014년 11월 광주교도소 수감 중 장헌권 목사에게 쓴 '양심고백 편지'. 오씨는 '세월호 C데크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급침몰 원인으로 '천막 개조'를 주장했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였던 고 오모씨가 2014년 11월 광주교도소 수감 중 장헌권 목사에게 쓴 '양심고백 편지'. 오씨는 '세월호 C데크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급침몰 원인으로 '천막 개조'를 주장했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장 목사는 "가족과 국민에 대한 사과와 양심선언을 듣고 싶었다. 당초 이 선장은 세월호 선장이 아니었는데 대타로 배를 몰게 됐고 안개 낀 상태서 무리하게 출항을 했다"면서 "배가 가라앉자 아이들을 두고 팬티 바람으로 도망쳤는데 모든 과정에서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이 없다. 유가족들은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그들이 바라는 만큼의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0주기를 맞아 국정원과 기무사령부 기록을 모조리 공개하고, 국가가 생명안전을 책임지는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스1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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