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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컬대학 30'의 이해와 국립목포해양대가 살 길은 해양수산특성화다
기고/ '글로컬대학 30'의 이해와 국립목포해양대가 살 길은 해양수산특성화다
  • 해사신문
  • 승인 2023.10.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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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균 교수(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학부) 

지난 3월 16일 교육부가 비수도권 지역 약 30개를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글로벌 경쟁력 있는 대학을 키우겠다는 취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 추진 방향 시안을 발표한 이후 지방 소재 대학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교육부의 원래 취지에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내용도 좋은 편이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당 5년간 약 1000억원을 지원해 대학이 과감한 대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강력 추진하겠다는 내용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학당 1000억원이라는 돈은 교육부의 대학 지원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컬대학 30′을 기획한 교육부의 기본 의도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교육부는 발표문에서 ‘4차 산업혁명과 기술진보는 대학 교육과정의 혁신을, 디지털 시대와 팬데믹 경험은 AI 등을 활용한 교육방법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은 ‘여전히 학문 간, 교수 간 견고한 벽을 유지하며 공급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국가경쟁력에 비해 대학교육 경쟁력은 하위권에 정체된 상황이고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점차 심화됨에 따라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어, 비수도권의 지역 소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교육과정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판단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선정기준에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총 100점 만점에 혁신성이 60점, 성과 관리가 20점, 지역적 특성이 20점으로 혁신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혁신성 평가 중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대학 안-밖, 대학 내부(학과, 교수)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가?’이다. 

교육부의 이런 의도를 쉽게 풀이하면 입학 시 전공과 상관없이 졸업할 때는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대부분 정보통신 관련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정책에는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특수 대학의 전문성을 도외시하고 모든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국립목포해양대학교의 경우 처음부터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에 포함될 수가 없다. 또 포함되어서도 안된다.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에 해당되는 대학은 대학교과과정이 타 대학과 차별성이 없는 일반 대학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의 경우 고등교육법 및 국립학교 설치령과 IMO(국제해사기구)의 STCW(선원의 훈련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에 의거 특수목적 및 특수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대학이다. 처음부터 일반대학과는 설립 목적이 다르고 교과과정 및 전문성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추진되고 있는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특수목적 교육기관인 국립목포해양대학교는 미래 국가 인재 양성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제4군(국가필수상선대)의 역할: 육군, 해군, 공군과 더불어 국가전략물자의 외항 수송을 비롯 전시에 국내∙외항 간 군수물자 수송의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유사시에는 군의 물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이 국가의 안전과 직결되며, 이는 특수목적대학의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쟁 또는 국가비상 상황시 해군 함정 및 군수물자 수송선대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해군예비 사관이다. 

● 상선 운송인의 핵심 역할: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 중 99% 이상을 상선이 운송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문적인 인력 양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해양 전문 인력 양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의 실패 사례와 미국의 성공적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 초 국공립대학 통합 정책에 따라, 일반 대학과의 통합으로 인한 해기사 인력의 양성 부족이 발생하였고 이는 곧 선원양성정책의 실패로 귀결되었다. 고베대학(고배상선대학과 통합, 2003년) 등이 그 사례다. 일본의 실패 사례를 통해 학문의 전문성과 국가 전략적 요소 간의 밸런스를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를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면 미국 킹스포인트 상선사관학교는 상선사관, 해군 장교, 해안경비대(해양경찰) 등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작지만 강한, 즉 강소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와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지방대학의 생존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국립목포해양대학의 경우 다음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 해양수산특성화 대학으로 전문성 확보 : 국립목포해양대학교는 이미 해양수산 분야에서 큰 발자취를 내딛고 있다. 상선사관, 해양경찰, 해군, 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국가의 전략적인 부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한층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해양수산특성화에 더욱 집중하고, 이를 통해 국가특수목적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는 국가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지원하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학문적 기반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 지역혁신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 : 전남도는 해양수산산업이 활발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대학이 해양수산특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와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가 지역혁신중심대학으로 성장한다면, 지역의 해양수산산업은 물론, 관련 분야의 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대학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여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협력하며, 상호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로컬(지방)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로컬(목포)에서 글로벌 환경에 적합한 인재들을 양성해 왔다. 우수한 인재들이 전 세계 해운업계에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글로컬대학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다. 앞으로도 이런 역할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교육부는 물론 해양수산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책무 중 하나인 우수 선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해양대학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해양수산부의 존립 근거 중 하나는 해양대학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은 글자 그대로 국가의 백년대계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대학들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가의 좀 더 깊고 장기적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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