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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의 세상보기/ *** 빌어먹을, 그래도 바뀔 것 같다.
보해의 세상보기/ *** 빌어먹을, 그래도 바뀔 것 같다.
  • 해사신문
  • 승인 2021.09.07 15: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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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海 유희민 작가, cupscap@naver.com

 

 사람이나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성명학에서는 이름 하나만으로 출세나 장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같은 발음이라 하더라도 한문을 다르게 바꿔서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이름 석 자 중 마지막 글자를 버금중(仲)에서 가운데 중(中)으로 바꿨다. 성경에서도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에게 이름을 바꾸라고 명해서 ‘아브람’ 그리고 ‘사래’라는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개명했다.

 결과론이지만, 이름을 바꾸어 안 좋은 경우도 있다. 최순실씨가 최서원으로, 또는 대통령 후보의 아내로 거론되는 김명신씨가 김건희씨로 개명한 경우는 딱히 이름 때문은 아니겠지만 한 사람은 영어의 몸이 되었고, 한 사람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연예인들, 특히 여성분들은 더러 이름을 바꾸어 성공한 경우도 많다. 겨울연가로 일본을 뜨겁게 달궜던 최지우씨의 본명은 최미향이었다. 좀 연예인 치고는 촌스럽다. 직접 보면 여자들도 감탄한다는 신민아씨의 본명은 양미라 였다. 역시 연예인 치고는 촌스럽다.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특히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K-Pop 가수들 대부분의 본명은 처절한 정도다.

 재미있는 이름도 많다. 삼국지에 나오는 손권, 조자룡, 장비, 유비는 부지기수 이고, 김유신, 김춘추, 허준, 김구, 안중근부터 홍길동이라는 이름은 무려 31명이 대한미국에 살고 있다. 심지어 미남이라는 이름이 493명, 미녀라는 이름이 324명이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교수, 판사, 황제 그리고 노숙자라는 이름까지 있다. 물론, 2015년 조사였다고 하니까 지금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지명을 바꾼 경우도 많다. 중국역사에서 유명한 장안개명(長安改名)이다. 원나라를 쳐 부신 명태조 주원장이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을 서안(西安)으로 바꿔 부르게 만들었다. 자신의 치적을 과시한 측면도 있었지만, 결국 서안은 예전의 장안보다 더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용인, 남양주시가 그렇다. 일제 강점기때 우리 고유의 마을이름이나 도시를 행정편의를 위해 두 글자식 한문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버렸다. 서울이라는 특별시의 이름조차도 조선말에 비로소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경성이나 한성으로 불렸다. 이름이 어느 지대의 운세나 형세 까지도 바꾸어 버린 경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름이나 명칭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벌교 꼬막, 목포의 세발낙지, 강원도 감자, 담양의 죽세품, 부산의 돼지국밥처럼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타 지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사물에 붙이는 이름은 그 지역의 명칭과 함께 사용하게 된다. 춘천의 유명한 닭갈비가 춘천의 소갈비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람이름도 그렇고, 지명이나 상품에 붙이는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선택은 절대 아니다.

 최근에 국립목포해양대학교가 교명을 바꾼다고 해서 뉴스에 회자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교수들에 의해 발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언론에는 교수들이 교명을 바꾸려는 정확한 의도가 피력되어 있지 않아 그 속내를 알 수는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와 그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의 반대 의견이 많이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만히 보면 교명에 있는 ‘목포’라는 지역명 대신 다른 좀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해양대학교는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가 있다. 같은 해양대학교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부각 시키려는 의도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명이 붙은 대학은 많다. 서울대가 그렇고 각종 국립대학이 그렇다. 뉴욕, 옥스퍼드, 스텐퍼드, 메사추세츠는 각 대학이 그 지역의 명칭을 함께 하고도 유명한 대학들로 세계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서로 그 지역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같은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인다. 런던1대학교가 왜 숫자를 넣고도 유명한 대학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더 많은 인재들을 2대학, 3대학에 분산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목포해양대학교는 무려 70년의 역사가 있는 대학이다. 상선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른 학교다. 목포나 부산, 지역명을 붙인 대학을 한 곳으로 몰아 줄 요량이면 오히려 중소 도시인 목포가 여러 이유로 더 타당해 보인다. 한국해양대학교를 당장 국제해양대학으로 교명을 바꾸라고 한다면 그 동문들이나 지역사회가 어떻게 나올 것 인지도 생각해 봐야한다. 장충동 돼지족발이 장충동 소족발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래도 바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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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욱 2021-09-11 02:42:04
빌어 못줄 망정.. 이번엔 바꾸어보자~~(22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