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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싸고 질 좋은 상급 해기사는 어디에도 더 이상 없다
기고/ 싸고 질 좋은 상급 해기사는 어디에도 더 이상 없다
  • 해사신문
  • 승인 2021.08.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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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장

 

최근 일간 신문에서 세계 2대 선사인 MSC가 파격적인 임금 조건으로 한국인 선원 모집에 나서 국내 선사의 선원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를 하였다. MSC가 낸 채용 공고에 따르면 23,000TEU급 신조선에 승선할 1항사의 급여 수준이 국내 대형 컨테이너 선사의 2.5배에 달한다고 한다. 일전에 또 다른 언론 매체에서 MSC가 한국인 해기사 수급을 위해 국내의 선원관리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당해 선원관리사에 확인해보니 구인 요청은 있었으나 선원공급계약까지 진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MSC가 월 1만 3,000달러~1만 4,000달러(약 1,500만~1,600만원) 급여를 제시하며 한국인 1항사를 구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해기사들에게나 해운업계에 동요를 일으킬만한 사건으로서 차제에 사실 확인과 함께 시사점을 인식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연 MSC가 제시한 1항사의 임금 수준이 국내 대형 컨테이너 선사의 2.5배 수준인지 사실 확인을 해 보아야 한다. MSC는 2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승선할 4개월 계약직 1항사의 임금을 공고하였다.

이 임금 수준이 국적선사의 2.5배라는 것인데, MSC와 국적선사의 임금을 단순히 매달 받는 월급으로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계약 형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MSC는 계약직 형태로 고용되기 때문에 제시되는 월 임금은 승선급 뿐 아니라 하선시 받는 유급휴가급 등 후불성 임금이 포함된 것이다. 즉, 1개월 승선 근로를 함으로써 받을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금전의 총액을 나타낸 것이다. 이 월임금액을 일반 고용계약하의 국적선사 승선급(후불성 임금을 제외한 순수 승선급)과 비교함으로써 MSC의 임금 수준이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상급 해기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하게 100여척의 선박을 늘리고 있는 MSC에서 프로모션용 임금을 제시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적선사의 2.5배에 달한다는 보도는 월급의 단순 비교로 생긴 오보로 보인다.

그러나, 등가 비교를 한다 하더라도 달러 표시 임금 수준에서 MSC가 국적선사보다 20~30% 이상 더 높은 것만은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국적선사는 해운 불황으로 인해 과거 6년간 선원임금을 동결한데다가, 그간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 표시 월 임금이 MSC와 심한 격차가 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해기사의 이직이나 해외 유출이 임금 수준만으로 유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적선사는 한국인 상급 해기사의 유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임금 인상을 수용해야 될 상황인 것 같다.

그리고, MSC의 한국해기사에 대한 구인 사태는 우리나라 선원 시장 특히 해기사 수급 시장과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세계적인 선원 연구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상급 해기사의 부족난을 보고해 왔고, 한국해기사협회도 지난해에 연구 용역을 통해 향후 우리나라 상급해기사 수급난을 예측하면서 우리나라의 해기 전승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해운 재건을 위한 국적선사들의 선대 확장으로 인한 수요증가와 외국 해기사 유입 장애로 상급 해기사의 수급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선박의 대형화, 첨단화, 특수선 중심 선대 재편 등으로 인해 저임금보다는 고임금이더라도 고품질 위주로 상급 해기사를 수급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짐으로써, 상급 해기사의 임금 수준은 해기사의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 수준으로 수렴되고 있다.

우리나라 해기사들로서는 국제 경쟁력이 되살아나게 되는 환경이지만, 국적선사로서는 상급 해기사의 수급을 위해서 외국의 선사들과 유치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종국에는 국적선사들이 상대적 저임금의 외국 상급 해기사의 고용이 용이치도 않고, 고용한다 하더라도 선원비 절감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여러 부대비용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해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여 해기사 공급국에서 수요국으로 그 위상이 바뀌고 있다. 이제 싸고 질 좋은 상급 해기사는 세계 어디에도 더 이상 없다.

우리나라가 스스로 상급 해기사를 양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해기사가 단절되면 우리나라 해사 산업계도 붕괴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정‧학이 해기사 수급과 해기 전승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고 변화된,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 협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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