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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박수리산업 발전 방향①] "선박수리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해야"
[한국 선박수리산업 발전 방향①] "선박수리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해야"
  • 해사신문
  • 승인 2021.07.2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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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찬 효산물산(주) 대표이사

<세계적인 조선산업국인 대한민국이 선박을 유지 및 보수관리하는 선박수리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차원의 선박수리산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지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 선박수리산업에 평생을 종사해온 황정찬 효산물산(주) 대표이사가 '한국 선박관리산업 발전 방향'을 대주제로 4회에 걸쳐 현황을 소개하고 방향성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폭격과 그 이듬해 5월 산호초해전으로 미국은 해군의 주력인 전함 8척과 항공모함 '요크타운호'가 파괴되면서 해군 전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곧이은 미드웨이해전에서 미국은 일본을 대파하면서 태평양을 장악하고, 일본의 본토를 공격하는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해군력의 열세를 딛고 미국이 빠른 시일에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파손된 전함과 항공모함을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었던 수리조선소와 전문적인 수리조선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사적인 측면을 논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선박의 운항은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 교역량의 7할이 해상을 통하고 있고, 반도국인 우리나라는 99%를 해상운송에 의지하고 있다. 따라서,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항되지 못한다면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 국가안보에도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현재 중국의 남하정책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에서 국가 간 영해분쟁이 심화되면서 국제 정세가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신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우리나라 선박을 중국에서 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대형선과 LNG선 등 특수선박은 먼거리를 이동하여 싱가포르나 아랍권에서 수리를 해야만 하는 처지다.

한국의 선박수리사업은 80년대 및 90년대 후반까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신조선의 활성화로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이 수리선 부분을 폐쇄하였고, 2004년 현대미포조선이 신조선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대형선 수리가 막을 내렸다. 중소형 수리조선소도 신조선으로 전환하였고, 2008년 리먼 사태 이후로 22개 신조조선소가 파산되면서 구조조정으로 조선인력이 퇴출되고, 조선설비도 해외로 매각되었다.

한국의 수리조선이 폐쇄되면서 싱가포르와 중국이 수리조선지로 부상했다. 싱가포르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수리 뿐만 아니라, 항만을 통한 급유, 선용품 등 복합물류단지를 구성하여 해운선사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SEMBAWANG GROUP에서 약 100만평에 대형 수리조선소인 TUAS SHIPYARD를 건설하여 현재 드리이독(DRY DOCK) 7기를 오프쇼어(OFFSHORE) 건조 및 수리조선에 이용하고 있다. 오만의 OMAN DRY DOCK COMPANY는 2만4000TEU급 선박의 수리가 가능한 2기의 410미터 드라이독를 완성하였고, 이란의 ISOICO AGH 조선소는 470미터와 370미터의 드라이독 2기를 완공하여 수리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 한국의 국가연구원에서 싱가포르 TUAS SHIPYARD를 방문하여 연간 몇 척을 수리하며, 임금이 한국보다 낮다고 경쟁력을 논한 글을 보았다. 이러한 정확한 글을 쓰려면 한 달 이상 체류하여 적어도 선박이 접안, 입거, 출거까지의 수리공정을 직접 경험하여 생산조직과 장비의 운용까지를 접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아열대성 기후로 우기와 건기, 그리고 스콜 현상으로 습도가 높고 선박 수리의 위치를 제외하면 수리하기가 좋은 곳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해외 수리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여 수리 부분에서 거의 페닉 상태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TUAS SHIPYARD는 2013년 개장시 최대 드라이독이 411미터(L)×66미터(B)로 2만4000TEU급의 수리가 불가하여 미래 수요 예측 판단이 잘못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철판, 배관 자재 등 철재류는 중국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선주사는 선박 수리 뿐만 아니라 선박평형수설비(BWTS), 스크러버(SCRUBBER) 설치를 위하여 정부 자금을 대출받아 중국에서 이를 설치하고, 중국 수리조선소를 먹여살리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초반에는 중국이 한국과 비교해서 수리가격의 약 50% 수준이었으나, 중국 조선 기능인력 임금 상승으로 현재는 80% 이상에 육박하고 있다. 소재와 품질까지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이 결코 아니다.

3만G/T 이상의 선박 90% 이상, 그리고 국내에서 건조된 대형선의 A/S도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로 인한 국부유출과 기술유출에 대하여 고민할 시점이다. 선박 수리뿐만 아니라 수리 후 급유, 선용품 등의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막대한 금액의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 해외로 유출되는 금액이 한국의 수리조선소와 관련 산업에 재투입된다면 제조업의 기반구축과 직접고용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및 유발고용까지 증대된다.

선박수리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 및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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