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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와 단체교섭 임하라" 판정 파장…CJ대한통운이 '진짜사장' 되나
"택배노조와 단체교섭 임하라" 판정 파장…CJ대한통운이 '진짜사장' 되나
  • 물류산업팀
  • 승인 2021.06.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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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조가 2일 CJ대한통운 본사 앞 부당노동행위 구제 승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6.2

앞으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진짜 사장'이 되는 걸까.

하청 노동자에 대한 영향력이 큰 원청, 특히 대기업들은 앞으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 택배기사 모임인 노조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다. 이번 판정이 전체 산업으로 확대될 경우 그간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면서도 "고용주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외면해 왔던 '진짜 사장'(원청)과의 직교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있는 토대가 드디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노위는 지난 2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에서 앞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고 노조 측 주장을 인용했다.

중노위는 보도 참고자료에서 "6개 교섭의제에 대해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이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CJ대한통운을 단체교섭 상 당사자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2021.5.11

 

 


중노위는 최종심이 아니기에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소송전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판정은 그간 이어져 온 '단체교섭 당사자' 관련 판례 기조를 확연히 뒤집은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앞선 판례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들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업체는 하청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책임이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근로조건이란 결국 근로계약에 따라 결정되는데,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이 단체교섭 당사자가 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택배노조에 속한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대리점주하고만 단체교섭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중노위 판정은 거의 그 반대다. 원하청 간접고용에서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선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그간 원청들은 "우린 당신들의 직접적 사용자가 아니다"란 이유로 하청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등 교섭 요구를 단순 거절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중노위 판단으로 이 같은 거절에 대한 리스크가 생겼다. 만일 소송이 장기화해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로 확정될 경우, 형사처벌까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비대칭적인 원하청 권력관계 상,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의 지배력이 큰 문제에 대해선 노동조건을 개선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하청은 원청에 노조 측 요구사항을 관철하지 못했고, 원청은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대면 그만이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원청은 지금껏 (하청 노동자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해 왔지만 이제부턴 조금씩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정이 당장 법적인 효력을 갖진 않으나 중노위가 어떤 이유에서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데 대해 기소 시 형사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을 (원청도) 인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영계에선 반발이 터져 나온다. 중노위 판정이 우리나라 법리를 위반했고, 나아가 산업구조 근간을 해칠 거란 비판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 규정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국내법 체계와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면서 "또 대개 모든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영향력을 지녔다 봐야 하는데, 그럼 대부분의 원하청 교섭이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원하청 교섭이 일반화하면) 하청업체는 그야말로 '채용만 하는' 인력대응업체로 전락한다"며 "그럼 불법파견 여지가 생기고, 종국에 가서는 '원청이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냐'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문제가 눈덩이처럼 확산할 수밖에 없는 굉장히 어려운 이슈다. 제도와 입법이 아닌 행정 해석을 통해 사용자성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은 근본 원인인 원하청 간 권력구조를 해소함으로써 풀어낼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원청이 너무 세서 하청이 원청에 말도 꺼내지 못하니까 노동자가 직접 나서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안 되면 쟁의행위도 하고, 부당노동행위 시 처벌하고, 구제 신청도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생각이 낭만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전체 경제질서와 산업구조, 원하청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살펴야 한다"며 "이번 판정은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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