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1-04-17 08:48 (토)
이란 억류 韓 선장·선박 석방 기대감…3개월간 '외교전' 종지부?
이란 억류 韓 선장·선박 석방 기대감…3개월간 '외교전' 종지부?
  • 해운산업팀
  • 승인 2021.04.08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국케미선박 관리회사가 직원들과 취재진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선사 측은 해양오염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1.5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지 8일 기준 95일째다. 이란 측은 지난 2월 선원 19명의 석방에 이어 조만간 선장과 선박 억류도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나포 이후 3달이 넘게 이어져 온 한국과 이란 간 치열한 외교전의 종지부를 찍게 될 전망이다.

◇이란 대통령도 쩔쩔맨다는 이란 혁명수비대…韓선박 나포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을 지나던 한국케미호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란 군대는 정규군과 이란 혁명수비대로 나눠진 이원체제다. 이슬람교 최고지도자가 통수권을 갖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 전력을 모두 갖추고 있고 전투력은 정규군을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대통령의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이유는 '환경오염'이었다. 이들은 화학운반선인 한국케미호가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국방부·해양수산부는 상황실을 설치했다. 또한 외교부와 현지 재외공관은 지난 1월 4일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와 현장 지휘반을 가동하고 관계기관 대책회의, 부내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또한 군 당국은 상황 접수 직후,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즉각 출동시켰다. 외교부는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유감을 표명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월9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란에 억류 중인 한국 선박과 선원의 조기 석방을 논의하기 위해 이란으로 출국하고 있다. 최 차관은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과 우리 국민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의 억류 해제 문제를 놓고 이란 당국과 교섭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1.1.9

 

 


◇외교 1차관 이란 방문에도 협상 '공전'…결국 동결자금에 발목

정부는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실무대표단을 꾸려 이란 현지에 파견했다. 이들은 지난 1월7일 이란에 도착해 이란 외교부 당국자들과 접촉했다.

또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같은 달 10일 이란에 현지에서 세이에도 압바스 아락치 외교 차관, 자리프 외교장관,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졸누리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헤크마트니어 법무차관 등을 두루 만나 '외교전'을 펼쳤다.

하지만 최 차관을 비롯한 정부대표단은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결국 귀국길에 올랐으며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란 측과의 협상이 '공전'한 것은 환경오염과 같은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동결자금이라는 이란 측의 '속내'가 따로 있었기 때문. 한국과 이란 정부 모두 나포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문제다.

이란은 지난 2010년부터 이란 중앙은행(CBI) 명의로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하면서 해당 계좌는 현재 동결된 상태다. 국내 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국케미선박 관리회사가 직원들과 취재진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양오염을 이유로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선사 측은 해양오염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1.5

 

 


◇극적 '반쪽 석방'…이란 '언론 플레이' 지속

일련의 상황에서 조금의 진전이 있었다. 지난 2월2일 이란이 선장과 선박을 제외한 선원 19명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 하지만 선박과 선장은 그대로 둔 나머지 인원들만 석방을 허용한 것이며, 선박 유지에 필요한 필수인력 13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6명 정도만 귀국할 수밖에 없는 '반쪽 석방'이었다.

이란은 일부 선원 석방 이후 매체를 활용한 '언론 플레이'도 병행했다. 이란 관영 매체들은 지난 2월22일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압돌나세르 헴마티 CBI 총재와의 면담 소식을 전하며 "한국 내에 동결돼 있는 이란 측 자금 일부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우리 외교부는 "절차만 합의한 것"이라며 "(이란 측이) 마치 돈을 풀어주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이란은 '동결된 이란 자금과 구급차를 교환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거짓 주장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구급차 도입은 이란 측이 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국케미선박 관리회사에서 직원이 지난 4일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인하고 있다.2021.1.5

 

 


◇선장·선박 석방 임박 '낭보'…"좋은 분위기 조성돼"

일련의 상황에서 선박 나포 89일이 흐른 시점인 지난 2일 선장과 선박 억류 해제와 관련된 '낭보'가 들려왔다.

외교 소식통은 "구체적인 시기를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란과의 좋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케미호와 선장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도 "최근에 진전이 있다고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주 석방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란도 이같은 분위기에 화답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 "한국 정부는 우리에게 선박을 풀어달라고 매우 진지한 요청을 했다"며 "선박과 선장에게 범죄 기록도 없었다. 관련된 모든 조사가 선장과 선박을 돕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만간 이란을 방문하는 것을 언급하며 "총리가 한국 내 동결 자금 해제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7일 "이란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석방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이란 사법부의 최종 발표가 있어야 사건이 마무리 된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선장·선박 석방 관측에 외교가에서는 동결자금 문제에 진전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먼저 그간 정부는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 활용 방안을 두고 미국과 논의해 왔다. SHTA는 이란에 약품과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는 '통로'로 지난해 1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스위스 의약·의료, 식품, 무역 업체가 이란에 물품을 수출하고, 대금은 스위스의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업체들과 은행은 자국 정부에 거래 내력을 알리고 스위스 정부는 이를 미 재무부와 공유한다.

정부는 또한 180억원 정도 밀린 이란의 유엔 분담금 대납, 국내 기업들의 대이란 인도적 규모를 늘려나가는 방안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 외교부의 대(對)중동 외교력에 의문 부호를 붙이기도 한다. 사실상 우리 선장과 선박이 '볼모'로 잡혀있는 동안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관리 외교 측면에서도 그간 이란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참고로 이란이 제3국 선박을 나포한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19년 7월19일 발생한 영국의 '스테나 임페로호'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이란은 불법 항해 혐의로 나포했다가 70일 만에 스테나 임페로호를 풀어줬다. 또한 이에 앞서 이란은 지난 2013년 8월13일에도 인도의 'MT데슈샨티호'를 환경오염 혐의로 나포했다가 23일만에 석방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