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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한다고 받아줬더니"…폐기물만 덜렁 놓고 '먹튀' 위기
"수리한다고 받아줬더니"…폐기물만 덜렁 놓고 '먹튀' 위기
  • 해양안전팀
  • 승인 2021.03.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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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선박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선박수리계획 제출 안해
값싼 중국으로 선박수리 '먹튀' 논란…당국 강력 조치해야

 

선박수리를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불개항장 기항 허가를 받아 통영항에 입항한 외국적 선박이 폐기물만을 국내 항만에서 처리하고 선박수리는 값싼 중국으로 가려한다는 '먹튀' 논란이 나오면서 지역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상 '뒷짐'만을 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선박은 지난 2019년 9월 울산항 염포부두에서 정박 중에 폭발사고를 일으킨 네덜란드 스톨트 탱커(STOLT TANKER)사의 석유화학제품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이 선박은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선박의 수리를 위해 오랜 기간 당국에 기항 허가를 요구했었다.

경남 통영시 등은 선박수리를 통한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 이 선박이 기항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불개항장 기항 허가 여부를 담당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통영해양사무소는 선박수리와 폐기물처리 등의 내용을 포함한 11개의 조건을 달아 통영 안정산단의 HSG성동조선 부두에 이 선박이 기항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폭발사고 당시 이 선박에는 2만3000여톤의 유해화학물질이 실려있었으며, 이중 2000톤 가량이 폭발사고의 폐기물로 실린채 통영으로 입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도 이 폐기물처리가 진행되고 있고, 오는 6월까지 폐기물처리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폐기물처리 작업이 임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사인 스톨트 탱커사는 아직까지 선박수리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는 선박수리를 값싼 중국에서 하려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폐기물처리에는 약 50억원이 비용이 소요되지만, 선박수리에는 300억원~400억원이 소요되면서 선사가 '먹튀'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역정치권이 경남도 등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도의회 정동영 의원(통영1,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열린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가 당초 통영 성동조선소에 입항시의 허가조건을 정확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경남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선박에는 불에 탄 각종 기계설비와 함께 스티렌 모노머(SM) 등 수십 종의 화학물질 2000여톤이 적재되어 당시 그 위험성과 심각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허가조건(7항)에 따르면 '출항 전 선박의 안전 및 해양환경 보호를 위하여 항해장비, 선박엔진, 해양오염 설비 등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선박수리를 반드시 한국에서 해야한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이다.

정 의원은 "선사측이 선박수리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중국 조선소에 맡기려는 꼼수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성동조선소에서는 고위험 폐기물만 처리하고, 정작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선체수리는 중국 조선소로 간다면, 고용․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입항을 받아들인 선의를 악의로 되갚는 배은망덕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가 해양수산부와 네덜란드 선주측과 협상전면에 나서서, 네덜란드 선박의 입항허가조건 이행으로 성동조선소에서 선박수리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불개항장 허가를 해준 마산지방해양수산청(마산청)도 곤혹스러운 눈치다. 마산청은 선사 측에 기항 허가 조건을 위반하면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마산청은 공문에서 "불개항장 기항허가시 수리를 조건으로 허가 받았으며 수차례 수리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면서, "지난해 9월 29일 통영항 입항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수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불개항장 기항 신청은 폐기물 처리를 위한 것이며, 한국법을 무시하고, 공무원을 기망한 것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마산청은 오는 3월 31일까지 수리 계획서 및 계획서를 증명하는 수리계약 등 명확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선박법 제6조 불개항장 기항허가 사항 위반으로 고발할 수 밖에 없다고 선사측을 압박했다.

선사측은 현재 이같은 비난 속에서 P&I와 보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기물처리는 P&I에서 담당을 하고 있고, 선박수리는 선체 보험회사에서 담당을 하고 있어 이들 보험기관이 사고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면서 선사가 선박수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 P&I에서 보상을 받고, 선박수리가 지연되면서 보험회사에서 전손처리로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선박수리계획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선사측이 폐기물처리 작업 시한을 끌면서 비용이 증가하여 선체보험에서 수리를 포기하고 폐선 처리하겠다고 하면 통영지역 상공인들이 바라고 있는 선박수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선사측이 폐선 처리을 결정하면 통영지역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선박의 폐기물처리를 하고 있는 공유수면관리는 경남도 항만관리사업소가 담당하고 있다. 선사가 선박수리를 하지 않으면 공유수면 허가조건 위반이다. 따라서, 허가 조건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허가를 취소하든지, 제한을 시키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양오염방제를 담당하고 있는 해양경찰도 나서야 한다. 해양환경관리법에 따르면 사고 우려가 있는 선박은 특별관리 하도록 되어 있다. 폭발사고로 인해 선박 자체가 위험물인 만큼 특별관리를 실시하여 허가 조건 여부를 준수하는지 해경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산청 통영해양수산사무소도 허가 조건으로 명시한 11개 조건을 살펴서 허가 조건을 위반하면 사정당국에 고발조치에 나서야 한다. 선주인 선사에 대해 형사법적인 처벌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 선사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외교부도 나서야 한다. 선사가 속해 있는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위법행위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국제해사기구(IMO)를 상대로 다국적 해운기업의 해양환경 파괴행위와 부적절한 대처를 규탄해야만 한다.

선박수리업 관계자는 "선사가 폐기물처리를 완료하면 선박수리계약을 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폐기물처리 작업을 중단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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