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1-03-05 16:19 (금)
땅 살 땐 용적률 400%, 개발 땐 800%?…양재물류센터, 하림의 '모순'
땅 살 땐 용적률 400%, 개발 땐 800%?…양재물류센터, 하림의 '모순'
  • 물류산업팀
  • 승인 2021.02.15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사진제공=하림)


'용적률 400% vs 800%'

하림의 양재동물류센터 개발 논란의 핵심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서울시는 교통정체와 주변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용적률 400%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림은 국토교통부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과 관련 물류시설법을 근거로 용적률 800%를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서 두 숫자 차이는 2배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용적률을 높인다면 금융비용을 상쇄하고도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어서다. 인허가 지연을 감수하고 용적률 상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 이른바 '중박'에서 대박도 아닌 '로또'로 한순간에 변할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외형상 도심물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엔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이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 양재 부지 용적률 400% vs 800% 논란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2016년 4525억원에 사들린 양재 부지 투자의향서를 지난해 8월 서울시에 제출했다. 여기엔 용적률 799.9%를 적용해 연면적 140만㎡에 지상 70층·지하 7층 규모로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와 하림은 도심 물류시설 조성 사업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대다수 물류 단지가 수도권 외곽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서울 도심에 관련 시설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하림이 주장하는 용적률 수치가 서울시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 있다. 용적률이란 건축물 총면적(지하·주차장 제외)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을 말한다. 즉 용적률과 건물의 면적은 비례한다. 사업자에겐 사업성 극대화를 위해 높은 용적률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에도 용적률 상향에 따른 이득이 높아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지연은 다반사다.

일단 서울시는 양재 부지의 경우 양재IC 인근 도시계획시설(유통업무 설비)로 상승 교통 체증 등을 반영해 도시관리계획 기준(용적률 400%)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변 도로가 상습 정체 구간인 만큼 지나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하림은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재 부지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용적률 800%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상위 행정기관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하림 측 주장에 반박하며 정부의 법령 해석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시범단지 선정 내용을 반영할 당시 개별 사업 추진은 지정권자(서울시장)가 지역 여건 변화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서울 내 생활 물류 서비스 수요 증가와 산업의 융복합이 급변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설명하는 '지역 여건 변화'가 충분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결국엔 돈" 800% 용적률로 수익성 대폭 상향 목적

하림은 용적률 800% 적용한 사업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연면적의 40%를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R&D(연구시설)로 할당했다고 설명했다. 800%로 개발하더라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서울시 요구대로 용적률 400%로 낮춘다면 사업성 조건이 더욱 악화돼 물류 단지 조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R&D 시설 역시 일반 기업·개인에게 분양 혹은 임대를 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서울 이외 지역에 R&D시설을 세웠다가 고급 인력 유치에 애를 먹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이 때문에 양재물류단지에 R&D 시설을 갖출 수 있다면 눈독을 들일 기업들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도 용적률 400%에 따라 들어서는 R&D 시설과 별도로 조성되는 호텔·공동주택(아파트)·오피스텔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하림의 물류시설은 지하 7개층 중 5개층에만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와 주차장 공간은 용적률에서 제외되는 만큼 지상 공간 대부분을 직접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시설로 꾸릴 수 있다. 용적률 800%가 적용돼 개발이 진행된다면 서울시 기준보다 단순 계산만으로 최소 2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하림의 정확한 R&D 계획안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R&D 시설을 대표하는 지식산업센터 역시 분양으로 현금을 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림은 양재 부지 매입 당시부터 용적률 400%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게 업계 안팎 시각이다. 하림의 매입 시기는 2016년 4월이다. 반면 하림이 용적률 800% 적용 근거로 주장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신청과 지정은 그 이후다. 매입 당시 용적률 400% 적용으로 얻는 사업성이 부실했다면 4525억원이란 막대한 돈을 투자했겠느냐는 반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 부지는 하림이 매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용적률 최대 400%가 명시된 부지였다"며 "이전 사업(파이시티) 역시 용적률 400%로 부지 개발을 준비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하림은 "토지 매입 전 2015년 도시첨단물류제도 도입 및 물류시설법 개정에 따라 물류단지 조성을 위해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즉 양재부지엔 개정된 도시첨단물류단지 제도와 물류시설법 적용을 기대하고 토지를 매입했다는 얘기다.

 

 

 

 

 

 

 

 

 

 

 


◇주변 여건 다른데…GBC와 동급 개발?

서울시는 용적률 800% 개발로 양재부지가 개발되면 하림이 얻는 이득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내놓은 설명자료에서는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예로 들어 비판했다.

현대차는 GBC부지(7만9341㎡)를 2014년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3.3㎡로 환산하면 약 4억3000만원이다. GBC부지는 일반상업(도심) 지역으로 용적률 최대 800%로 개발 가능했다. 현대차가 막대한 현금을 투입해 랜드마크 건물을 짓겠다고 결정한 배경이다.

반대로 하림이 매입한 부지는 3.3㎡당 1572만원이었다. 삼성동과 양재부지를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땅값이 무려 27배나 차이가 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용적률이 절반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용적률 800% 초고밀 개발이 가능한 부지라면 4525억원에 수천억원이 더해진 금액에 거래됐을 것"이라며 "물류시설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선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물류시설이 유발하는 교통체증이다. 물류단지는 하루에도 수백대 차량이 오가는 시설이다. 이미 양재IC 인근은 서울에서도 교통량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용적률 400% 개발에서도 교통 대책 마련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용적률 800% 개발로 유발하는 교통 문제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주민뿐 아니라 서울시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한다. 서울시도 이러한 부분을 우려해 해당 지역을 400% 이하로 용적률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상지는 대중교통 연계성과 학교시설이 부족하다"며 "상습 교통정체 지역인 양재IC 일대 극심한 부작용과 특혜논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후 사업성을 예측해 토지 매입 최종 결정을 내린다"며 "하림이 용적률 400%와 4525억원이란 조건을 분석한 결과 사업성이 부족했다면 땅 매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