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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다신 없도록"…통신장비 만드는 '발명왕' 해경
"세월호 참사 다신 없도록"…통신장비 만드는 '발명왕' 해경
  • 해양안전팀
  • 승인 2020.11.1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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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정보통신계 사무실에서 만난 허익준 경사(43). 2020.11.15


 "세월호 참사 이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조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통신장비를 개발해보자고 다짐했죠."

국내에서만 연간 2500건 이상의 선박 사고가 발생한다. 망망대해에서 발생한 사고, 조난자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뭘까.

우선 나의 위치를 구조세력에 정확히 알려야 한다. 다급한 구조요청이 누락되지 않고 전파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당시 상황을 투명하게 기록할 저장장치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 통신장비들은 모두 미비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가 바꿔야 한다'는 일념으로 매진해 3개의 통신장비를 발명하고, 통신기술 국유특허를 낸 해경이 있다.

주인공은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정보통신계 소속 허익준 경사(43).

허 경사는 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직업전문학교 전자통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5년 정보통신 특채로 해경에 임용된 이른바 '통신통'이다.

 

 

 

 

 

허익준 경사의 국유특허증. 왼쪽은 자동위치발신 무선송수신기 특허, 오른쪽은 무전기 수신채널 표시 장치 특허.2020.11.15

 

 


모든 발명의 시작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출발했다.

세월호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최초 교신 내용은 두고두고 허 경사의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그는 "교신내용을 들어보면 승무원이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하고 당황해한다"며 "최초 교신 당시 세월호의 위치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데서 첫 번째 발명품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2016년 제1회 해양경찰 발명대전에서 3위를 차지한 이 장비는 자동위치발신 무선송수신기다.

이 발명품은 조난구조 요청 시 무전기 마이크를 누를 때 자동으로 위치 및 선박고유번호를 전송, 상대방의 위치를 확인하게 하는 장치다.

허 경사는 "실제 상황에서 조난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허비된다"며 "이 장비가 각 어선에 탑재된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회 해경발명대전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허익준 경사가 초기 대응시간 단축을 위한 자동 위치 발신 VHF,SSB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제공) 2016.12.8

 

 


이미 6척의 경비함정에 탑재돼 조난상황에서 톡톡한 역할을 하는 장비도 있다. 허 경사의 2번째 발명품인 무전기 수신채널 표시장치다.

VHF 무전기는 해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통신수단이지만, 무전기에서 설정해놓은 교신채널 외에는 어떤 정보도 청취할 수 없다.

다만 국제조난통신망인 16번 채널만은 예외다. 16번 채널은 인근 어선이나 관제센터들이 모두 청취할 수 있는 주파수로, 비상상황을 전파해 조난선박의 빠른 구조를 돕는다. 이에 대부분 경비함정에서는 평상시 16번을 청취한다.

그러나 2014년 당시 세월호와 제주VTS의 최초 교신은 오전 8시 55분 제주 VTS 채널인 12번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세월호의 사고 내용을 제주VTS를 제외한 다른 관제센터, 경비함정을 비롯한 인근 어선들은 알아차릴 수 없었다.

허 경사는 이런 아쉬움에서 그치지 않고 장비 개발에 몰두했다.

허 경사는 "무전기 수신채널 표시장치는 쉽게 말해 내가 16번 채널에 있지만 다른 채널로 호출이 들어오고 있다는 걸 표시해주는 장비"라며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 함정과 선박들은 채널을 전환해 구조요청을 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2회 해양경찰 발명대전 1위를 차지한 이 장치는 해경연구센터의 고도화 작업을 거쳐 현재 일부 경비함정에 설치돼 운용 중이다.

실제 다른 채널로 들어온 기관고장 선박의 구조 요청을 해당 장비가 탑재된 경비함정이 알아차려 구조한 사례가 있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2020 국민안전 발명챌린지 시상식에서 허익준 경사(맨 오른쪽)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허익준 경사 제공)2020.11.15

 

 


2020 국민안전발명챌린지에서 동상을 수상한 허 경사의 3번째 발명품은 세월호 침몰 수년이 지난 후에도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사고 당시 상황을 거짓 없이 담아내는 '선박용 블랙박스'만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허 경사를 또 한 번 움직이게 했다.

그는 "해양사고 특성상 생존자의 불명확한 진술이나 오차범위가 3~10m에 이르는 GPS를 통한 유추가 원인 분석의 전부"라며 "사고 발생 원인이 규명되고 이에 대한 예방 대책이 수립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허 경사가 발명한 선박용 블랙박스는 선박주변 영상을 촬영, 저장하고 침몰 시 해상에 부유하는 장비다. 또 조난신호발신기가 내장돼 있어 위치정보가 포함된 조난신호까지 발신할 수 있다.

이 장비 역시 해경연구센터와 제작업체가 협업해 시제품 제작까지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통신장비 탑재는 현재까지 법적으로 강제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허 경사는 "의무화되지 않으니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수신채널 표시장치의 경우 경비함정, 관공선, 어업지도선 등에 필수적으로 탑재돼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허 경사의 사무실 컴퓨터에는 앞으로의 발명 계획이 가득 담긴 폴더가 자리하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발명품만 무려 20여 개다.

퇴근 이후 시간을 쪼개가며, 휴일을 반납하며 수개월간 개발에 몰두해야 하지만 허 경사는 앞으로도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그는 "제가 만들어 낸 장비가 현실에서 단 한 명이라도 살려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장비가 실제 조난 상황에서 쓰이고 있고, 앞으로도 사용될 것이라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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