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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회, 온실가스 배출거래 해운업 포함…해운업계 비용 커질 듯
EU의회, 온실가스 배출거래 해운업 포함…해운업계 비용 커질 듯
  • 해운산업팀
  • 승인 2020.10.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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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 표결 통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노후선 퇴출 가속화될 듯
국내 조선산업에는 '기회', 해운산업에는 '부담'

EU의회가 해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규제안을 가결하면서, 해운사들의 추가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해운업계에서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간한 'EU의회의 해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16일 EU의회는 해운업을 온실가스(GHG) 배출권 거래제(ETS)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Global Data Collection System for Ship Fuel Oil Consumption Data'의 수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수정안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거래제 시행을 규정하고 있으며 EU 회원국이 관할하는 해역(European Economic Area : EEA)의 모든 항만에 기항하는 5000GT 이상의 선박들이 거래제 규제 대상이다. 또한, EEA 내의 역내 항행 뿐 아니라 EEA 외부에 출발이나 도착항이 있는 역외 항행 역시 거래제의 대상이 된다.

수은이 발간한 보고서는 이 수정안이 추가적인 해상오염 방지 계획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수정안 의결 이외에도 규제를 보다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위원회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동 조치의 경과와 다른 규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검토 후 대기오염과 스크러버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의 저감 방안 뿐 아니라 CO2 외의 다른 온실가스에 대한 저감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조치를 400~5000GT 이하급 선박까지 확대 적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은 단순히 이산화탄소에 그치지 않고 최근 IMO SOx 규제의 시행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러버의 오염수 문제 등 포괄적인 해상환경 규제 방안를 강구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U의회는 규제의 구체적 방안을 향후 회원국과 협상을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규제의 허용 기준, 배출권 구매 의무 산정 기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의회는 "이러한 구체안은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거쳐 법제화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강력한 온실가스 억제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해 왔다. 2018년부터 EU 회원국의 관할하에 있는 해역을 항행하는 5000GT 이상의 모든 선박에 대하여 MRV(monitoring, reporting, verification) 조치를 강제했다. MRV는 대상 선박에 대하여 연료사용량, 운항거리와 시간, 운송업무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에 대한 항해 데이터를 EU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환경규제를 위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조치다. 이번에 EU의회가 통과시킨 원안에도 MRV가 규정되어 있다. 보고서는 "이는 IMO-DCS(data collection system)와 유사한 조치이나 EU는 동 조치를 IMO보다 1년 앞서 별개로 실행하였고 그 결과를 선박의 실명으로 공개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선박의 실명과 관련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영업기밀로 취급되었던 연비 등이 선박별로 드러나게 되어 중고선 시장이나 용선시장에서의 해당 선박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큰 파급효과가 있으며, 노후선의 교체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데이터의 공개만으로도 매우 큰 파급력이 예상되나 금번 배출권 거래제 역시 IMO보다 앞서 시행하며 선박시장의 빠른 개선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IMO의 기존 3단계 전략 중 1단계인 데이터의 수집은 2019~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고 IMO는 2019년부터 데이터 수집을 위한 IMO-DCS를 시행 중에 있다. 이후 IMO에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MBM(시장기반조치 : market based measure) 후보 중 하나인 배출권 거래제는 빨라도 2023년 이후에나 도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에 비하여 EU가 본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IMO의 스케줄에 맞춰 준비하던 선주들에게 전략적으로 보다 빠른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U의회의 이번 배출권 거래제 안은 시장에 간접적인 파급효과는 있으나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MRV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데이터 수집과 공개에 그쳤던 MRV 조치를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까지 확대하는 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유도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 저효율 노후선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금년부터 시행된 IMO SOx 규제는 가격이 높은 저유황유의 사용으로 인한 연료비용 증가로 노후선 조기폐선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유가 하락으로 인한 낮은 연료가격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가는 코로나사태로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될 시 다시 상승할 것이며, 시장에서의 SOx 규제 효과는 지연되었을 뿐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료가격이 재상승하는 시기와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 시행시기가 맞물린다면 연료비용 증가에 추가적인 배출권 비용까지 더하여 노후선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유럽 기항 선박들은 단기적으로 이에 대비한 선박투자에 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2022년 배출권 거래제 시행과 함께 세계적으로 노후선 조기폐선이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2023년으로 예상되는 EEXI 규제 역시 이러한 효과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는 현존선의 에너지효율성 지수로서 IMO-DCS를 통하여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선박마다 계산되어 규제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특히 EEX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 연료 변경, 개조, 운항속도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로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폐선 및 선박교체까지 강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후선의 경우에는 5~60%의 속도제한까지 부과될 수 있어 정상적 영업도 어려울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잇따른 규제 도입으로 친환경·고효율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가격과 금융공세에 의존하는 중국의 조선산업 경쟁력의 위축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선도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중국이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EU의회의 이번 배출권 거래제 실시로 해운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규제안의 내용은 구체화된 것이 없으므로 선박이 부담할 추가비용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추정하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해운사들의 추가비용 부담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EU 항만에 기항하는 선사들은 비용부담을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 독립탱커 선주들의 연합체인 인터탱코는 선사들의 부담이 연 35억 유로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수은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2019년 1월 기준 한국 보유선대의 평균 선령은 14.1년으로 10대 해운국 중 15.3년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일본과는 5.2년의 차이를 나타낸다"면서, "이러한 여건은 다가오는 환경규제의 강화에 매우 불리하며 다른 나라들 보다
더 많은 교체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10여 년간 지속된 해운 불황으로 재무적인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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