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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e-내비게이션의 미래
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e-내비게이션의 미래
  • 해사신문
  • 승인 2020.10.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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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해양수산청 선원해사안전과장 정재훈

"추천항로 정보를 수신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추천항로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A씨는 부산과 제주 간 항로를 운항하는 연안여객선의 2등 항해사이다. 2등 항해사는 선장의 명령을 받아 승무원을 지휘·감독하고 항해계획 수립, 항해당직, 선박 및 여객의 안전관리 등을 수행한다. 특히 항해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2등 항해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그런데 요즘 A씨는 한결 여유로운 선상 생활을 하고 있다. 바로 e-내비게이션(e-Navigation) 단말기를 통해 추천항로 서비스를 이용하여 항해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동 사례는 내년 1월 말부터 제공될 예정인 한국형 e-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선박에서의 변화된 모습을 가상해 본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제공하는 e-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육상에서의 자동차 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로 해상에서의 선박 간 충돌, 암초나 수심이 낮은 바다에서의 좌초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로 및 해양 안전 정보 등을 선박에 제공하여 선박의 안전하고 편리한 항해를 지원하는 세계 최초의 지능형 해상교통정보 서비스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 기반의 새로운 해상무선통신망을 세계 최초로 구축하여 국내 연안에서 100km에 이르는 바다에서도 선박들이 안정적으로 지능형 해상교통정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면 내년 1월 말부터 시행되는 e-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제공되면 우리나라 연안의 해상교통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바다는 더욱 안전해 질 것이다. 선박사고의 90%는 선박충돌 사고이며, 그 중 85% 이상은 선원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선박에게 실시간·디지털로 제공되는 충돌, 좌초 예측 정보는 안전항해의 조력자로써 전체 해양사고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적과실로 인한 해양사고의 비중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항해가 더욱 편리해 질 것이다. 그동안 항해사들은 수시로 변경되는 항행정보를 직접 수기로 수정해야 하는 종이해도를 사용하였으나, 앞으로는 해상무선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디지털 해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책자 형태로 보급되던 조류, 조석 정보 등도 이제는 e-내비게이션 선박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바다는 더욱 효율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e-내비게이션 추천항로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선박의 출항지부터 목적지까지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의 통항량 등을 고려한 항로를 추천해줄 것이다. 이를 통해 선박의 운항 효율성은 약 1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의 일상화, 온라인 중계를 통한 국제 컨퍼런스 개최, 비대면 화상면접이나 교육 등 코로나 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으면서 일상생활은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는 바다에서도 바람이 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상교통 분야는 급격히 디지털화 될 것이다.

해양 디지털 플랫폼인 한국형 e-내비게이션은 첨단 디지털·자동화 기술을 선박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앞으로 한국형 e-내비게이션의 해양 디지털 플랫폼은 자율운항선박 개발은 물론, 스마트 항만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되어 단순히 선박만이 아닌 해운항만물류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중추적인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에 펼쳐질 해상 디지털 시대에는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얼마 전 해양수산부는 해양분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해상교통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관련 국제 협치(거버넌스)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제4회 아·태지역 e-내비게이션 국제 콘퍼런스를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이 컨퍼런스에서 해양수산부는 ‘조화로운 해양디지털화를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로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한국형 e-내비게이션 서비스와 전 세계 e-내비게이션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국제공유플랫폼 등 첨단해양교통체계를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다.
 
내년 1월 30일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 지능형해상교통정보법)'이 발효되면, e-내비게이션 서비스 제공이 본격 시행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해양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선박의 운항효율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e-내비게이션의 시작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자율운항선 등 신산업 육성과 세계시장 진입의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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