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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이 하도급업체 기술 빼돌려 사용
세계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이 하도급업체 기술 빼돌려 사용
  • 조선산업팀
  • 승인 2020.07.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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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정명령과 함께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9억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 디젤엔진을 개발하였고, 그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하도급 업체(이하 A사)와 협력하여 국산화했다.

현대중공업은 디젤엔진 개발 이후에도 그에 장착되는 피스톤은 해외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었고, 이후 업계에서 피스톤의 제작 기술력을 인정받아 온 A사에게 함께 피스톤을 국산화할 것을 요청했다.

A사는 1975년 설립된 엔진, 철도기관차, 발전소 엔진 분야 전문 기업으로, 독일 Mahle, 독일 Kolbenschmidt와 함께 세계 피스톤 3대 메이커 중 하나다. A사에서 제작한 피스톤이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관련 기술분야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으로 일본수출규제에 대응하여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으로 선정되었으며, 최근에는 모래를 이용한 3D 프린팅 분야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국산화 이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A사로부터만 피스톤을 공급받아 왔다. 현대중공업은 자사 비용절감을 위해 제3업체(이하 B사)에게 피스톤 견적을 요청하고 실사를 진행하였으나 여전히 미비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된 자료는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며,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사양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B사에 제공된 기술자료들에는 사양 이외에 A사의 기술(공정순서,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관리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A사에는 빈 양식을 보내면서 자료 작성을 요청한 반면 B사에는 A사가 관련 내용을 모두 기입한 기술자료를 보냈다. 또한, B사가 작성한 자료에서는 A사가 작성한 것과 동일한 오기가 동일한 위치에서 발견되었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게 이원화 진행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이원화 완료 이후 A사에게 단가 인하의 압력을 가하여 3개월 동안 단가를 약 11% 인하하였으며, 이원화 이후 1년 내에 A사와 거래를 단절하여 거래선을 변경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은 20여 년간 핵심부품 국산화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온 글로벌 강소 하도급 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한 후, 자사 비용절감을 위하여 해당 기술자료를 타업체에 제공함으로써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하고 단가를 인하한 후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원화 진행(2015. 3월~2016. 5월) 기간 동안 제품에 불량이 있음을 언급하거나 요구목적을 언급하지 않고 A사에게 작업표준서와 지그(Jig) 개선자료를 요구하여 제공받았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게 작업표준서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자 발생에 따른 대책 수립 목적으로 자료들을 요구하였으므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주장하였으나,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요구도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서 그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A사에게 4M 관련보고서,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게 포괄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이를 제공하지 않을 시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향후 발주물량을 통제할 것이라고 하여 A사가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공정위는 위 요구에 정당한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여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라도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하여 9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검찰총장의 요청에 따라 법인 및 임직원을 이미 고발하였으므로, 이번 결정에 따라 추가 고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에 부과된 과징금 9억7000만원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그동안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액수다. 과징금 기준금액이 상향된 신과징금 고시(제2018-18호, 2018. 10. 17. 이후 행위)에 근거,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된 첫 번째 사례다. 기술자료 유용행위는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특징이 있으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간주되어 6억~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치는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기술자료 유용행위 근절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특허청 기술전문가 풀(pool)을 활용한 기술성 분석으로 판단의 전문성을 높였다. 특허청 전문가들의 기술자료 분석에 근거하여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었으며, 기술성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부기관 내 협업은 보안확보에 유리하므로 향후 사건 처리 시에도 특허청과의 협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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