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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러시아 선박 전수검사 편의치적선 제외…“사각지대 위험”
부산항 러시아 선박 전수검사 편의치적선 제외…“사각지대 위험”
  • 부산취재팀
  • 승인 2020.07.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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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영도구의 한 수리조선소에 정박 중인 한 러시아 원양어선에서 러시아인 선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영도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7.16


부산항에 입항하는 러시아 국적 선박이 2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진단검사를 받기로 했지만 러시아 국적이 아닌 나머지 외국적 선박에 탑승한 러시아 선원과 선주들은 범위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국립부산검역소 등에 따르면 전수진단 검사를 받는 러시아 국적 선박은 Δ원양어선 Δ냉장·냉동화물 선박 Δ선체 수리를 위해 입항하는 경우 등 3가지다.

앞으로 이같은 선박이 국내에 입항할 경우 코로나19 유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전수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편의치적선(便宜置籍船, FOC, Flag of Convenience)도 포함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편의치적선은 선주의 선박 경영에 따른 이익을 높이기 위해 선주 국적이 아닌 타 국가에 선박 국적을 등록하는 제도다.

선주는 선박과 관련된 세금을 줄이고 배를 운항할 때 적용받는 여러가지 제약을 피하기 위해 자국이 아닌 파나마, 바하마, 라이베리아 등 제3국에 선박 국적을 등록한다.

선박이 실질적인 선주 국적을 가지면 해당 국가의 제도권 안에 있기 때문에 위생, 안전, 보안, 환경 등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지만 편의치적 선박은 선주가 속한 자국의 관리도 받지 않고 국적을 준 편의치적 국가의 관리에서도 벗어난다.

그야말로 '방역'과 관련해서는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셈이다.

게다가 편의치적제도는 전 세계 대부분의 선박이 이용하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편의치적선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해양수산부가 독일 ISL과 선박통계연간 자료를 분석한 지배선대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세계 30대 해운국 선박 보유량 3만 9984척(184만 6954 DWT) 가운데 외국적선(편의치적선)은 2만 3886척(138만 5869 DWT)로 59.7%를 차지한다.

때문에 '선박의 국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배에 승선한 '선주와 선원의 국적'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벌이고 국내 항만 노동자와의 접촉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4일 '무증상' 선원 확진자가 발생한 '카이로스호(KAIROS, 499톤)'의 경우에도 선박은 투발루 국적이었지만 선주와 선원 44명 모두 러시아인이었다.

카이로스호는 지난달 16일 감천항에 들어와 선체 수리를 받았고 지난 7일 선박이 제대로 고쳐졌는지 시범 운행을 나갔다가 하루만인 지난 8일에 다시 들어온 선박이었다. 이후 하선을 요청하는 선원들이 생기자 국립부산검역소는 지난 13일 특별검역을 진행했고 다음날인 14일 확진자를 발견했다.

이때 선박 수리작업에 참여한 도선사, 선박 대리점, 수리업체 노동자 등 국내 항만 노동자 45명이 러시아 선원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인원으로 분류돼 자가격리 조치됐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20일부터 감천항과 북항, 신항을 오가면서 선박 수리작업에 참여하는 업체 직원 명단도 항만순찰선을 통한 현장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도 선박 수리작업 종류와 일시장소, 인원 등을 보고받았지만 선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서류상 명단과 현장에 나오는 직원 명단이 일치하는지 직접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러시아 선원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고 국내 항만 노동자 200여명이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을 두고 그동안 서류에만 의존했던 비대면 전자검역과 CIQ 시스템의 허술함을 원인으로 꼽는다.

CIQ는 세관(Customs), 출입국 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을 뜻하는 영문자 앞글자를 딴 것으로 항만이나 항공을 통해 입국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3가지 단계를 말한다.

이윤철 한국해사법학회장은 "편의치적선 선박은 선박 소유주의 국가 관리 범위에서도 떠나있고 돈을 받고 국적을 판매한 편의치적 국가의 관리도 받지 않는다"며 "블라인드 섹터에 들어와 있는 그런 선박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발루 국적이든 러시아 국적이든 실질적으로 감천항에 들어오는 대다수의 선박이 러시아 선박이라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 보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검역을 보다 철저하게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추방에 준하는 강제 출항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역소 관계자는 "냉장·냉동 화물선, 원양어선, 수리를 목적으로 입항하는 러시아 국적 선박과 모든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입항한 선박 가운데 하선자는 코로나19 전수검사를 받는다"며 "선원과 선박 국적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기존대로 유증상자가 있을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겠지만 하선자가 있을 경우에는 특별 검역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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