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08-10 15:07 (월)
러시아 선원 확진자 한달새 42명…정부·검역소 뒷북 대책 도마 올라(종합)
러시아 선원 확진자 한달새 42명…정부·검역소 뒷북 대책 도마 올라(종합)
  • 부산취재팀
  • 승인 2020.07.20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일 부산 영도구의 한 수리조선소에 정박 중인 한 러시아 원양어선에서 러시아인 선원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영도구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7.16


부산 감천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된 러시아 선원 확진자가 지난 한 달동안 42명이 쏟아진 가운데 정부와 검역소의 안일한 대응과 뒤늦은 대책이 지역 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17일 '항만 작업자와 접촉이 많은 선박'에 대해 전수 진단검사 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오는 20일부터 '국내 항만 접촉자와 접촉이 많은 선박의 선원에 대해 유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전수 진단검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접촉이 '많고' '적은' 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하역을 하기 위해 입항하는 외국적 선박에 승선할 경우 선원과 접촉이 많기 때문에 전수 검사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 중대본 세부 지침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국립부산검역소는 지난 16일 확진자가 나온 러시아 선박에 승선해 작업한 관계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선원과 15분 이상 접촉한 인원이 있는지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관계기관 측은 "15분 이상 접촉하는 경우가 없어서 인원을 0명으로 보고했고 우리 측 작업자들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10초라도 마스크 없이 비말에 의한 감염전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식 동아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15분보다 더 짧은 시간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거나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며 "평소 선원들이나 항만 작업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지, 환경소독은 제대로 하고 있었는지, 밀집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역당국은 기존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선정한 '고위험 국가'만 승선검역을 진행해오다 지난 14일 투발루 국적 카이로스호(KAIROS, 499톤)에서 러시아 선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승선검역 대상을 '전 세계에서 입항하는 외국적 선박'으로 확대했다.

이전에는 고위험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필요한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검역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투발루 국적 선박에서 선주와 선원 모두가 러시아인으로 확인되자 검역 규정을 변경했다.

지난달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이던 '아이스스트림호(ICE STREAM, 3401톤) '와 '아이스크리스탈호(ICE CRYSTAL, 3264톤)'에서도 러시아 선원 확진자 각각 18명, 1명이 잇따라 발생했다. 당시 러시아는 누적 확진자 규모가 전 세계 3위였지만 여전히 전자검역 대상국가로 유지됐었고 아이스스트림호 사태가 터지자 뒤늦게 '승선검역' 대상인 고위험 국가로 바뀌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러시아 국적 선박 3척에서 선원 확진자가 22명 발생하고 한국인 작업자 30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자 중대본은 오는 20일부터 '항만 작업자와 접촉이 많은 선박에 대해 코로나19 전수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는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검역당국은 승선검역을 할 경우 건강상태 질문서에 발열, 오한, 두통, 구토 등 유증상을 호소할 경우에만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입항한 레귤호(REGUL, 825톤)에서 '무증상' 확진자가 17명 대거 쏟아지자 또다시 후속 대책을 내놨다. 무증상에 대한 방역망 구멍이 생기자 또다시 조정한 것이다.

검역소 관계자는 "향후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전수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지만 중대본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만근로자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선박을 구분할 기준이 나오지 않아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운노조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출항한 선박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인만큼 항만근로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그런데도 아직 질본에서는 상황이 발생하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러시아발 선박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세부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우리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선박의 종류, 항만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만 특성에 맞는 검역 체계가 하루빨리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4일 카이로스호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국인 작업자 45명이 자가격리됐고 레귤호에 승선해 선박을 수리했던 한국인 작업자 30명이 추가로 이날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아이스스트림호와 아이스크리스탈호 사태때는 선박수리업체 직원, 하역 노동자, 부산항운노조원 등 164명이 자가격리에 처해지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