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3-29 09:48 (금)
전문가컬럼/ 선원 안전 무너지면, 대한민국 바닷길도 무너진다
전문가컬럼/ 선원 안전 무너지면, 대한민국 바닷길도 무너진다
  • 해사신문
  • 승인 2020.07.06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익 전국해운노동조합형의회 정책팀장

선원들만 볼모로 잡는 항만 방역 강화 지침 개정 필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교대 조차 하지 못하고 일년 가까이 바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선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가혹하다 못해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의 방역조치를 내리면서 선원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해상수송라인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는 국내 각 항만에 입항하는 외항선에서 하선하는 모든 선원들에 대해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한, 하선하는 모든 선원들은 앞으로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만 한다. 지난 6월 21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외국인 선원이 확진되면서 내려진 조치이다.

입항하는 외항선의 선원들은 선박이 검역을 완료해야만 출입국 절차와 세관 검사 등을 비로서 받을 수 있고, 이러한 절차가 완료되어야만 하역과 수리 등을 관계자 등이 승선하는 것은 물론 선원들도 상륙이 가능하다.

이러한 절차를 감안하면 선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도 선박 입항 시 진행되는 검역 및 제반 절차가 준수된다면 선박 외부로의 전파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러시아 선박에서 발생된 감염 사례를 우리 선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어 승선 중인 선원들이 차별적 대우 및 기본권의 침해를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시급하다.

호흡기 질환과 관련이 없는 증상의 병원 진료 및 치료가 거부되고 있고, 장기 복용하는 고혈압 치료제의 처방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고 싶어도 이마저도 거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증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기 전까지 병원 진료조차 받을 수 없고, 일부 병원에서는 능동감시대상자임에도 하선 후 14일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료도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응급을 다투는 경우가 아닐 경우 승선 중인 선원의 검진과 치료를 위한 하선 및 상륙 자체를 금지토록 하고 있어 승선 중인 선원들의 건강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승선 중인 선원에 의한 코로나19의 감염이 의심되어 검역을 강화했다면, 선박에 승선하는 외부사람들에 의한 선내 감염 전파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검역도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선박에 승선하는 도선사, 하역관련자, 검역관계자, 수리업자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선박과 가장 먼저 조우하는 도선사의 경우 선박 승선 전 검사를 통해 음성이 나왔을 경우에 한하여 승선토록 해야 할 것이다. 하역관련자나 수리업자들 역시 음성이 나왔을  경우에만 승선토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나 방역 강화 지침은 전무하다.

현재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에 대해서는 검사 결과가 음성일 경우에 한하여 승선시키고 있으며, 하선 후에도 전파 차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아직 국적외항선에서 감염 사례가 단 한건도 보고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선박 내의 선원을 감염 전파원인으로 단정하고 이에 대한 외부로의 전파 차단을 목적으로 검역 및 방역 체계를 강화하여 선원의 기본적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음은 힘 없는 소수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볼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여건의 해외건설 근로자들과 비교해서도 우리 선원들과의 차별이 확연하다. 정부가 발표한 해외건설 근로자에 대한 방역지원 강화방안을 보면,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서비스를 통해 의료상담이나 진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업의 요청이 있을시에 전세기 등을 통해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재외공단을 통한 현지에서의 치료도 강화를 한다고 한다.

승선 중인 우리 선원들에 대해서도 이같은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빠른 국가에 입항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각종 방역제품의 지원은 물론이고,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해양원격의료시스템으로 우리 선원들의 건강관리와 안전을 확보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제 등과 같은 상시 복용이 필요한 약품들에 대해서도 원격처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선원들의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선박의 운항 상황를 고려한 자가격리 기간의 유연화와 자가격리 시설의 제공(지정) 및 자가격리 기간에 대한 근로계약의 유지, 급여지급 등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여 선원들이 이차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상운송로가 마비될 경우 국가경제의 마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해상운송로가 마비되면 모든 국민의 삶이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우리 선원들의 안전이 곧 국가의 안전과 직결됨을 정부가 인지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우리 선원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올바른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