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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이 '선원의 날'인 것을 아십니까"
"이 날이 '선원의 날'인 것을 아십니까"
  • 해사신문
  • 승인 2020.06.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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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6월 25일은 우리에게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날이 국제연합(UN)이 지난 10년 전에 제정한 '선원(船員)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물겁니다. 우리 선원들도 이 날의 의미를 알기에 '선원의 날'을 기념하자는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선원의 날'은 선원들의 노고를 알리고 감사를 표하기 위한 날입니다. 지난 2010년 STCW 협정 마닐라 개정안의 결의안으로 발효가 되어 2011년 국제연합(UN)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공식적으로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에 크게 기여하는 선원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편, 선원들의 노고를 널리 알리고 감사를 표하자는 목적으로 제정된 날입니다.

본인은 대한민국 선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선원노련의 책임자로서 대한민국의 특성을 반영한 진정한 '선원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민족상잔의 아픔을 의미하는 이날에 선원들을 축하해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기념일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선원들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이를 아직까지 실현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선원들은 물론이고 현재 전 세계에서 선원들이 심각한 고통에 처해 있습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이 세계를 덮치면서, 선원들은 육지에 상륙할 수 없는 바다를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지금도 선원들의 고통이 한계치에 이른 상황에서 신속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정부 당국과 함께 이에 대한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선원들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선원노련은 우리 선원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스크 37만여장을 확보해 전달하였습니다. 공적마스크 20만여장을 지원한 정부와 7만장을 지원한 한국선주협회 등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선원들이 단 한 명도 확진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선원노련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해양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관용구 처럼 쓰이는 문구가 있습니다. "수출입물동량의 99%가 바다를 이용한다"입니다. 이 물동량의 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우리 선원들입니다. 또한, 해양산업의 발전에 가장 기여한 것이 우리 선원들이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해양수산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명멸 속에서 이에 대한 부활을 달성한 것이 우리 선원들이었고, 최근 승선근무예비역제의 존폐와 관련해서 국방부 앞을 가로막으면서까지 이를 관철시킨 것도 바로 우리 선원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원들의 설 자리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어 선원노동계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원의 날'을 맞아 선원들의 노고를 인정 받기에 앞서 선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제4군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우리 선원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정치권은 물론 행정 당국에서도 선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다를 떠돌고 있는 선원들의 교대를 위한 대처에 나서야 하고, 온 국민이 받고 있는 재난지원금을 우리 선원들도 지급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망망대해에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우리 선원 동지들의 안전항해를 기원드리오며, 건강하게 우리 품으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선원노련은 선원 동지들의 무사귀환을 위해서 오늘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도록 기억하자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이글을 써내려가며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선원의 날'인 오늘 아침에 저 멀리 서아프리카에서 우리 선원 5명이 해적에게 피랍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 선원노련은 당국과 발빠르게 대처에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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