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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은 국적..또 국적인데…왜 관리만 해외인가?
선박은 국적..또 국적인데…왜 관리만 해외인가?
  • 해운산업팀
  • 승인 2020.05.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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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HP로 국내서 건조해 국적선사가 국내화주 물량 나르는데
선박관리만 왜 해외업체인가…상생 외면한 '현대엘엔지해운'
출처 현대엘엔지해운 홈페이지
출처 현대엘엔지해운 홈페이지

 

포스코그룹의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과 관련해, '상생'과 '동반성장'을 외치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 일각에서 국적선박과 다름 없는 BBCHP(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 선박의 관리를 해외에 맡기려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선박관리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에서 분리 독립되어 나온 LNG 전문 운송선사인 '현대엘엔지해운'(대표이사 이규봉)이 오는 하반기 현대중공업에서 인도할 예정인 대형 LPG운반선(VLGC)인 'HLS AMBER'호(사진)의 선박관리를 해외 업체에 발주하려 하고 있다.

현대엘엔지해운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국내 선박관리업계는 물론이고, 선원노동계와 심지어 해운업계에서 조차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적선박과 다름 없는 혜택을 받고 있는 BBCHP 조건을 갖추고, 국내 선사가 국내 화주의 화물을 실어나르는 선박의 관리를 해외에 맡기는 것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에 해당 선박의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한 화주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선박관리가 해외로 넘어가면 앞으로도 같은 사태가 번복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HLS AMBER'호는 8만4600CBM급 선박으로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과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9월 인도해 LPG 전문기업인 'E1'과의 7년 용선계약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엘엔지해운에서는 처음으로 건조하는 LPG운반선이다.

선박관리업계 관계자는 "국적선사가 국적화주의 물량을 수송하기 위해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을 해외 업체에게 관리를 맡기려하는 것은 해운업계가 주장하는 '상생'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엘엔지해운이 이번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관리산업계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선박관리산업의 육성을 위해 노사정이 합의를 이루어 특별법 제정까지 달성한 상황에서 상생 파트너인 선주사의 이같은 처사 등으로 국내에서 글로벌 선박관리사의 육성은 현재 요원한 상황이다. 선박관리업계에서는 선주사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 선박관리산업의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선박관리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갑의 위치에 있는 선주사가 선박관리를 해외에 맡긴다면 이를 막을 길이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해운업계는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해운업계도 BBCHP 선박의 국내 관리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선박관리업계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BBCHP는 국적선과 같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국내 선박관리업체가 관리를 맡는 것이 원칙에 맞는다. 해외에 관리를 맡기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국익 차원에서도 국내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맞다"고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국내 해운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고, 최근에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해운업체의 이같은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면 해운업계에 대한 국민의 혈세 지원에도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선원계 역시 현대엘엔지해운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는 모양새다. 선원노동계 인사는 "이 선박의 관리를 국내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만약에 선사가 해외에 관리를 맡긴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BCHP에는 반드시 한국인 선원 등을 승선시켜야 하기 때문에 선박관리 역시 국내에서 맡는다면 한국인 선원들에게도 편의성이 높다.

현대엘엔지해운에서도 국내에 관리를 맡기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눈치다. 하지만, 화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선박관리업체에 선박관리를 맡기기로 한 것은 맞다"면서도, "화주 측에서 경험이 있는 업체에 관리를 맡겨야 한다면서 관리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LPG운반선을 건조하면서 선박관리 역량을 강화하여 국내 업체는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엘엔지해운은 자사의 선박에 대한 관리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선박관리업체의 경험, 다시 말해서 기술력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도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차이가 없다는 것이 선박관리업계의 설명이다. LPG를 전문적으로 수송하고 있는 국내선사인 KSS해운 등도 선박관리를 국내에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화주인 E1이 전향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한편, 지난 19일 오후 국내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합동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해운업계 등은 "포스코가 상생을 외면했다. 국민기업이 골목상권을 노린다"면서 비난을 퍼부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해운업계에 투입되는 국민의 혈세가 자칫 해외 관리업체의 배만 불리우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현대엘엔지해운이 선박관리를 발주한 업체가 확인되지 않아 기사를 일부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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